오늘 소개할 안습 무기는 이름도 특이한 80.002이로써, 이 복합소총은 소련이 개발한 일종의 OICW입니다.
한국군의 K-11 복합소총, 유일하게 실전배치된 OICW입니다. 초기에 말썽을 일으키기는 하지만.
OICW는 Objective Individual Combat Weapon의 약자로, 여러 전자장비 등의 도움을 받아 주야에 상관없이 목표를 추적, 섬멸할 수 있도록 디자인된 무기란 뜻입니다. 간단히 말해서 헤일로나 스타크레프트같은 미래 SF에 나오는 총들과 비슷하다고 보면 됩니다.
미국이 개발하던 OICW XM-29. 너무 비싸서 망했습니다.
신냉전이 격화되면서 미국이 1980년대에 랜드 워리어 계획과 ACR계획이라는 대규모 무개개발사업을 벌입니다. 목표는 우수한 무기를 이용해 일반 병사를 마치 스타크래프트의 해병대나 워해머의 스페이스 마린처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강화인간까지는 안 갑니다.) 소련도 이것을 보고 나름대로의 OICW 개발에 착수하게 됩니다.
보다시피 80.002는 AK-74와 아주 닮아 있습니다.
하지만 소련은 미국처럼 돈을 바가지로 퍼부울 생각까지는 없었습니다. 한국의 K-11 복합소총이나 미국의 XM-29같이 최첨단 장비와 기술을 때려박은 무기를 전군에게 지급할 자금력도 없었고, 그럴 필요도 없다고 보았거든요. 그래서 소련은 기존의 AK-74를 복합소총으로 계량하여 돈도 아끼고 확실한 성능과 신뢰성을 얻고자 했습니다.
소련판 복합소총은 1979년에 프로토타입이 등장합니다. 이 프로토타입이 80.002로, 이 이름은 정식 명칭은 아니고 코드네임이었습니다. 전자장비를 넣는 건 배제하고 소총과 척탄발사기의 융합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이 복합소총의 소총부는 일반 AK-74와 구조가 거의 같아서 AK-74 특유의 신뢰성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고, 일반 소총수들도 재교육없이 소총을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유탄발사기는 특이하게 총열 옆부분에 내장되어 있었습니다. 유탄 규격은 기존의 40mm가 아닌 12.7mm였습니다. 만일 40mm를 그대로 쓴다면 총열이 크고 무거워져서 파지가 힘드므로 아예 새로 개발한 것입니다. 유탄의 작동 구조는 미국처럼 컴퓨터 제어같은 것이 아닌 기존의 충격식을 그대로 유지하였습니다. 작동 방식은 반자동식이고 장전의 경우 그 유탄발사기 하단부에 있는 전용 탄창 삽입구를 사용합니다.
구조도
덕분에 외국의 복합소총과 달리 이 복합소총은 높은 신뢰성과 낮은 양산가격을 가지고 있었고, 총 자체의 무게도 아주 가벼웠습니다. 전자장비가 없다는 것만 빼면 미국이 추구하던 OICW의 이상을 모두 실현한 샘입니다.
하지만 이 총은 결국 체용되어 정식명칭을 부여받지는 못했습니다. 몇가지 문재가 있었거든요. 먼저 척탄과 소총의 방아쇠가 부니되지 않아서 방아쇠를 당기면 한번에 총탄과 유탄이 발사되므로 유탄을 쏘려면 소총탄을 빼놓아야 하고, 소총을 쏠려면 유탄을 빼야만 했죠. 이럴거면 그냥 소총에 척탄발사기 달고 다니는 것이 나을 정도입니다.
그리고 소총에 척탄발사기를 결합한 기존 무기와 비교했을 때 성능이 어중간했습니다. 12.7mm 유탄은 아무래도 40mm 유탄보다 성능이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척탄발사기 때문에 조준간이 약간 기울어 있어서 처음 쓰는 군인들은 어색해 했습니다.
AN-94. 소련의 차기 제식 소총이었으며 성능도 준수했지만 소련이 망하면서 이 총도 망했죠.
아무튼 이 소총은 다 좋은데 어중간한 성능 때문에 정식 채용이 되지 못했습니다. 대신 소련은 AK-74의 계량형과 AN-94같은 새로운 소총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습니다.
출처 : 파코즈 김진욱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