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로 소개드릴 놈은 투망거미과(Deinopidae) 에 속하는 왕눈이거미(Ogre-Faced Spider) 입니다.
투망거미과 거미들은 말 그대로 방사형 거미줄을 쳐놓고 기다리는 거미들과 달리
투망을 만들어서 자기가 직접 먹이를 사냥하러 다닙니다.
자기손에 맞는 크기의 그물을 만든 후~
이렇게 좋은 길목에 자리를 잡고 딱정벌레나 귀뚜라미같은 애들을 기다리다가
먹이가 보인다 싶으면~ 일케요
다리에 걸린 그물을 쫙 펼치면서 먹이를 포획해
이때문에 Net-casting-spider 라고도 불립니다.
이 장면이 천분의 일초로 촬영된 장면이니까 왕눈이거미가 얼마나 빠르게 공격하는지 상상이 가시나요?
투망거미는 요거말고 별다른 특성이 없어서 대충 패스합니다.
이번에는 볼라스 거미 (bolas spider)
얘도 왕눈이거미와 마찬가지로 거미줄을 쳐놓고 기다리지 않습니다.
거미줄을 변형시켜 자신만의 강력한 무기를 만들어 사용합니다.
볼라스거미는 자신의 끈적한 거미줄을 뭉치고 뭉쳐서 공처럼 생긴 하나의 철퇴를 만들어
볼라스거미 라고 이름 붙혀진 이유도 볼라(Bola) 는 스페인어로 공을 뜻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만든 철퇴를 가지고 사냥을 하는데
사냥하는 목표가 거의 대부분 나방입니다.
철퇴를 빙글빙글 돌리면서 나방이 다가오기를 기다리죠..;;
근데 녀석의 철퇴가 아무리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고 해도
저 철퇴가 닿는 반경은 그렇게 넓지가 않고..
저 반경 안에 나방이 저절로 들어올 때까지 저러고 있는다면
헐.. 너무 효율성이 떨어집니다.
뭔가 새로운 방법이 필요하죠;;
볼라스거미는 나방의 특성을 이용하기로 합니다.
나방의 교미방법을 보면 암컷나방이 수컷나방을 유혹할때 페로몬 냄새를 풍겨서 다가오게 만드는데
볼라스 거미는 이 암컷 나방이 풍기는 페로몬을 똑같이 만들수가 있습니다..
암컷나방의 페로몬 냄새를 풀풀 풍겨서 수컷나방을 자신의 사냥반경 안으로 유인합니다.
좋다고 달려든.. 불쌍한 수컷나방..
날개를 가진 나방이지만 볼라스거미의 끈끈한 철퇴가 붙으면 꼼짝달싹 못하죠..ㅠ
볼라스거미가 나방암컷의 페로몬을 만들 수 있게된 진화과정이 참..
자연은 신비롭습니다.
네필렌기스 말라바렌시스 (nephilengys malabarensis) 라는 수컷거미로
사는곳은 인도네시아 동남아 , 인도 지역에서 볼수가 있습니다.
네펠렌기스의 암수는 몸집의 차이가 많이 납니다.
암컷은 15mm 까지 커질 수 있지만
수컷의 경우에는 몸길이가 5mm 에 불과한 수준이죠.
암컷의 크기가 더 큰데
거미 생태계의 관점에서 보면 아주 당연합니다.
거미는 대부분이 암컷이 훨씬 더 크거든요.
여기서 네펠렌기스 수컷이 겪는 에로사항은
네필렌기스 암컷의 성격은 다른암컷거미보다 훨씬 난폭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것 입니다.
사마귀가 짝짓기후 영양보충을 위해 수컷을 먹는 것처럼
대부분 거미들도 짝짓기후 성격이 난폭해져 수컷거미를 공격하거나 먹어치우죠.
하지만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후손을 남기는 것이야 말로 생명체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할 수 있어서 거미들은 그것을 감안하고 자기 목숨을 건 짝짓기를 시도합니다.
여기서 어떤 거미들은 생존을 위해서 짝짓기후 암컷이 먹을 먹이 선물을 들고가는 거미도 있고
또 먹이 선물처럼 보이는 가짜 선물 봉다리만 들고가서 내빼는 거미들도 있습니다.
네필렌기스 암컷의 난폭한 성격때문인지
네필렌기스 수컷은 생존을 위해 더 독특한 번식전략을 선택해야만 합니다.
바로 생각의 발상인데
암컷 네필렌기스 거미가 짝짓기 '후'에 난폭해진다면 교미하는 동안에 도망가면 되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요런 발상으로
수컷 네필렌기스는 짝짓기 도중 자기 생식기를 떼어버립니다..ㅠㅠ
그냥 생식기만 떼어내면 사정이 멈춰서 암컷 거미가 알아차릴수도 있으니
'다리수염' 이라는 생식기 전체를 떼어내버립니다..ㄷㄷ
그래서 이렇게 분리된 생식기는 암컷의 몸속에 남아 계속해서 사정하게 됩니다.
(위 짤에서 빨간 화살표가 가르키고 있는 것이 바로 수컷네필렌기스의 생식기입니다..)
마지막으로 물거미(water spider , diving bell spider) 입니다.
굴뚝거미과에 속하며 학명은 Argyroneta aquatica 우리나라에도 사는데
우리나라에 사는 거미들중 유일하게 물속에서 생활하는 거미입니다.
수중생활을 하는 이 독특한 물거미는 일생의 대부분을 물에서 지냅니다.
물거미는 물속에서 식사는 물론 짝짓기,산란까지 모든생활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물고기처럼 아가미가 있는것은 아니고 호흡기관은 다른거미들과 똑같이 배쪽에 있는 숨구멍으로 숨을 쉬죠
엥...?? 그럼 어케 숨쉬냐구요..?
물거미는 자기 배에 지름 2cm 의 은백색 빛을 내는 공기주머니를 만들 수가 있는데
이는 마치 잠수부의 산소통처럼 물속에서 물거미의 호흡을 도와줄 수가 있어요.
저 산소통을 만들 수 있는 건 몸이 미세한 털들로 덮여있고
몸에서 공기가 빠져나가는 걸 막는 유액이 계속해서 나오기 때문에 오랜 기간 유지 할수가 있습니다.
물거미가 할 것은 가끔 수면 위로 올라가서 산소통에 산소를 보충해 주기만 하면 됩니다.
그래서 이렇게 물거미가 물속에 있는 장면을 찍으면 항상 배쪽에 공기방울을 달고있죠.
가끔 물거미가 물속에서 공기방울을 놓치기도 하는데
그땐 바다속에서 산소통을 잃어버린 다이버 신세와 마찬가지여서
혼자 버둥버둥대면서 난감해합니다..ㅠ
당연히 물에 사는 거미니까 집도 물속에 있겠죠??
물거미는 물속에 공기로 이루어져 있는 '공기 집' 을 만들어 생활합니다.
공기집은 말 그대로 공기로 이루어져 있는 집입니다.
물속 수초나 바위 주변에 둥근 거미줄을 쳐놓고 고정시킨 후
이렇게 수면 위의 공기를 가지고 와서
점점 공기집 크기를 키우면서 만드는 거죠
너무 적게 공기를 집어넣으면 공기집에 공기를 보충하러 많이 왔다 갔다 해야하고
또 그렇다고 공기를 너무 많이넣으면 공기집이 부력을 못이겨 수면위로 두둥실 날아가버리기 때문에
적당량을 주입해야 합니다.
거미들의 거미줄 성분은 여러 종류의 단백질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특히 글라이신,알라닌,트레오닌 등은 결합력이 강하며 강도나 신축성이 뛰어나 거미줄을 단단하게 만듭니다.
물거미 역시 일반 거미줄과 같은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결합력이나 탄력은 다른거미들의 몇배나 뛰어나기 때문에
물거미가 만든 공기집은 물에 녹지 않으며 잘 터지지도 않습니다.
요 공기집 덕분에 밥도 먹고 쉬기도 하고 산란까지 모든 과정이 이루어질 수가 있었던 것이죠
물거미의 독특한 생활양식 덕분에 학술적으로 그 가치가 굉장히 크고
연천 은대리의 물거미 서식지는 물거미의 국내 서식지로 유일한 곳이어서
현재 천연기념물로 지정해서 보호하고 있는 상태라고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