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수 작가의 '결정타' 김래원이 날린 '펀치'



박경수 작가의 드라마 '펀치'가 방영되고 있다. 박경수 작가는 '추적자'와 '황금의 제국'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바 있다. 이번 '펀치'와 이전 작품들을 묶어 박경수 작가의 권력 탐구 3부작으로 불러도 좋을 만큼 이 작품들은 우리 드라마에서 보기 힘든 수준으로 한국사회의 심층부를 그려준다.

'추적자'는 평범한 경찰이 여당 대권주자의 범죄를 캐는 설정이었다. 그 대권주자는 재벌의 사위였는데, 경찰이 이들의 범죄를 캐는 과정에서 한국사회 최상층의 권력 구조가 해부됐다. '황금의 제국'은 철거민의 아들이 돈을 벌어 재벌에 대항한다는 설정이었다. 이 과정에서 어느새 정치권력의 위에 서게 된 자본의 질서가 해부됐다.

이 작품들이 한국사회의 최고 정점을 해부했다면, '펀치'는 그 밑으로 내려온다. 최고 정점의 손발, 창칼 노릇을 하는 집단인 검찰이 해부대상이다. 최고 정점의 입장에서 보면 손발이지만 우리 서민의 입장에서 보면 하늘같은 검사 ‘영감님’들이다. '펀치'는 그들의 권력 전쟁을 담았다.

“공안검사로 수많은 조작사건을 만든 전력을 반성하지 않고, 검찰 내 파벌을 만들어서 자기 사람을 주요 보직에 앉힌” 사람이 “2000여 검사를 지휘하는 수장이자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한 법의 제왕”인 검찰총장이 되어 악의 축 노릇을 한다는 설정이다. 대검찰청 반부패부장도 자신의 막강한 권력을 권력자를 위한 창 정도로만 쓴다.

주인공인 검사 김래원도 처음엔 오로지 권력을 잡기 위해 앞으로만 나아가는 인물이었지만,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은 후 남겨질 아내와 딸을 위해 악인들을 처단하려 한다. 앞에서 인용한 대사는 법무부 장관이 비리 검찰총장에게 한 말이었다. 법무부 장관은 처음엔 정의파처럼 등장했지만 이내 변심해 검찰총장과 한 통속이 된다. 김래원은 과장 검사 신분으로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을 상대하며 악전고투를 펼친다.

김래원쪽과 검찰총장쪽이 모두 검사들이기 때문에 양쪽의 전쟁을 통해 검사의 권력이 유감없이 발휘됐다. 검사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어서 누구를 수사할지 누구를 풀어줄지를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다. '펀치'는 대한민국 검사가 얼마나 막강한 권능을 지닌 존재인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그런 힘을 가진 검사들이 정의와 서민을 위해서가 아닌 권력과 자본을 위해서 봉사한다는 것이 '펀치'에 깔린 기본적인 생각인데, 여기에 시청자들이 공감하는 것은 그만큼 이 시대 검찰에 대한 불신이 크다는 이야기다.

얼마 전 '그것이 알고 싶다'는 맷값 폭행으로 논란을 빚었던 모그룹 일가 최모씨 사건 당시, 검찰이 매를 맞은 피해자를 기소해 재판에 시달리도록 만들었는데 해당 검사가 나중에 그 그룹의 임원이 됐다고 폭로했다. '추적60분'은 별장 성접대 의혹 사건 관련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검찰의 입장과는 달리 동영상이 충분히 선명하다며 편파수사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검찰이 다른 이들에겐 엄격하면서 검찰 스스로가 저지른 범죄에 대해선 기소율이 1% 수준밖에 안 된다는 내용도 함께 방송됐다.

이런 정보들을 접하며 국민은 검찰에 대한 불신을 키워왔다. '펀치'는 바로 그런 국민정서를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극중에서 검찰총장은 "검찰 봉급 받으나 콩밥 먹으나 나랏밥 먹기는 매한가지 아이가"라고 했는데 이는 검찰이 하는 일과 범죄자들이 하는 일 사이에 큰 차이가 없다는 야유였다.

'추적자'는 권력의 심층을 박진감 넘치게 탐구하긴 했지만 서민 경찰 측 인물들이 나올 때 극이 신파 분위기로 빠지는 문제가 있었다. '황금의 제국'에선 극중 인물들이 옛날이야기를 너무 많이 해서 짜임새가 헐거워졌었다. 반면에 '펀치'에선 신파요소나 옛날이야기가 적절히 조절되면서 검사들의 전쟁이 숨 쉴 틈 없이 전개돼, 박경수 작가의 권력 탐구 3부작 중 단연 최고의 긴장감이 나타난다.

김래원은 '세상은 정글이고 약자가 울지 않으면 내가 울게 된다'는 신념을 가진 과장 검사 역할을 모자람 없이 해내고 있다. 과거 시트콤이나 로맨스 드라마 등에서 보여줬던 부드러움, 가벼움과는 전혀 다른 이미지로 성공적인 연기변신을 이뤘다. 과거 '추적자'에서 손현주가 연기자로서 우뚝 섰던 것처럼 '펀치'에선 김래원이 재발견되고 있다. 그야말로 작품과 배우가 행복하게 만난 경우라고 하겠다. 박경수 작가가 다음엔 또, 어느 분야를 해부할 것이며 어느 배우를 재발견하게 해줄지 기대가 커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