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들려주는 가수가 가수다
1. 임재범의 등장이 이슈가 되었습니다. 현장 판정 단은 인터넷을 비롯한 각종 매체에서 임재범의 등장에 대한 기대, 그 버프를 충분하게 받았을테고 그것이 현장에서의 화학 작용으로 보상을 받았습니다. 그것이 1등으로 이 어졌죠.
임재범의 가창력을 논한다는 것은 큰 의미는 없을 줄 압니다. 이번 무대에서 임재범의 무대와 대척점을 이룬 것이 김연우의 무대였습니 다. (뒤에 설명을 할 것입니다.)
정확한 음을 내고, 씨디를 재생하는 해상도로 노래 를 부르는 것으로는 부족하다는 것 을 임재범이 보여준 겁니다. 가사에 대한 해석, 그 것을 표현하는 감성, 그리고 무대를 장악하는 카리스마.
임재범에 대한 곳곳에서 쏟아지는 상찬은 단순하 게 그가 오랫만에 무대에 등장해서가 아니라, 곡에 대한 인생을 투사한 해석으로 인해서 비롯된 것입니다. 기행에 가까운 그의 보헤미안의 감성에, 노래 한 곡으로 섯부르지 만, 우리들은 그렇게 설복당하고 만 것이죠.
내가 눈물을 눈에 머금고 감상에 젖는 것을 모를 정도로 부지불식간에 청중들은 그의 노래에 하나가 됨을 느꼈습니다. 이것은 어찌 보면 한 무대에 선 작은 존재에 대한 존경의 표현일 것입니다.
의식하지 않고서도 우리 는 그의 노래에 우리의 의식을 담아 듣게 되었던 것이죠. 그의 감성과 표현 앞에 많은 사람들이 옷깃을 여민 것입니다. 노래라는 것이 시각과 청각의 공감각적 표현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알게 되었습니다.
그의 엄숙한 모습, 무어라고 단정 지을 수 없는 복잡한 표정에서 우리 는 희노애락을 함께 했습니다. 앞으로 방송 외에 들리게 될 그의 기행과 다양한 인생의 모습들이 투영되어서 드라 마틱한 나가수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2. BMK라는 가수는 아마 쉽게 소모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모든 가수들은 자신의 독특한 장점이 곧 자신의 장르를 국한하는 치명적 인 단점이 된다는 것을 스스로 가장 잘 알터인데, 소울 국모라는 이 분은 그의 지나친 소울풀한 창법 때문에 단명하지 않을까 합니다.
박정현은 거룩하다 라는 말로 그녀에 대한 최고의 상찬을 보냈지만, 실은 이 거룩함 때문에 스스로에 대한 제약이 생길 것으로 보입니 다.
신이 내려온 것 같다는 그 느낌 은 사사로운 감성을 포착하지 못하고 오로지 스케 일에 압도되는 것으로 거룩함에 그치지 않을까 합니다. 무조건 질러댄다는 느낌이 다 라는 세간의 평은 스케일만이 전부가 아니라 가사를 하나 하나 포착하는 세밀한 감성이 없다는 방증입니다.
노래라는 것은 결국 자기 목소리를 음에 실어서 스 토리텔링을 하는 것인데, 이 스토리 텔링이 항상 거대 에픽, 서사시처럼 들린다면 듣는 사람은 굉장히 피곤합니다.
이런 점에서 이 가수가 배워야 할 가수는 박정현과 이승 환 정도로 봅니다. 이 두 가수는 아주 사사로운 노래부터 대편성의 거 대한 스케일까지 모두 소화하는 아주 드문 가수이죠.
이 두 가수 외에 몇몇 가수가 더 떠오르지만, 실은 BMK는 자신 에게 거룩하다라는 존경을 표한 박정현에게 개인 적인 사사를 받아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소라도 스펙트럼이 넓은 가수이지만, 이소라는 질러대는 가수는 아니니까요.)
3. 김연우. 저는 김연우의 광팬이자 광빠입니다. 우리나라에 서 가장 노래를 잘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김연우는 바로 이 점 때문에 나가수라는 무대가 위태로운 것입니다.
하이 피델리티, 높은 해상력 만으로는 노래 실력을 증명할 수 있는 필요 조건이 될지언정, 충분 조건은 되지 못합니다.
특히 김연우의 높은 해상력이라는 장점이 두 가수 에 의해서 거세가 되었는데 전술한 임재범과 김범수입니다. 임재범과 김연우는 현장에 대한 장악력, 카리스마, 가사의 감성적 표현이라는 점에서 엄청난 차이를 보였습니다.
김연우 발라드의 특성 이 도회적인 잿빛, 회색빛의 냉소적인 감성, 비 내리고 난 다음의 눅눅한 기운을 담은 슬 픔을 '머금은' 감성이라면 임재범은 천둥, 번개를 동반한 하늘이 울고 땅이 울고 나도 울었다는 '쏟아지는' 감성이었습니다.
김연우와 김범수는 지향하는 바가 매우 비슷합니 다. 김범수가 좀 더 표현의 외연이 넓다고 보입니다만, 김연우와 김범수는 음색도 비 슷한 편이고 (일부에서는 두 가수의 음색이 무개성하다는 지적을 하는 데 일견 일리가 있는 지적입니다. 정확한, 교과서적 인 음을 내니까요)
자신이 잘하는 장르도 매우 유 사합니다. 대기실에서 둘 간의 대화가 거의 없었죠. 두 사람 모두 서로가 불편할 겁니다.
출연하는 가수들 중 가장 닮아 있는 가수죠. 일례로 그 전에 윤건의 갈색머리의 앨범 버전은 김연우가 불렀지만, 활동을 할 때는 김범수가 대신 불렀습니다. 이렇기 때문에 대체재라는 속성, 둘 간의 편차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두 가수가 6위, 7위를 나눠 가졌다고 봅니다.
청자들은 두 가수의 변별적 차이를 발견하지 못했거든요. 장르적 특성이기도 하지만, 이것은 음색과 그들이 지향하는 음악 세계가 상당히 유사 하기 때문입니다. 앞으로의 김연우의 고민은 김범수와 차별화된, 교 과서적인 노래 이상의 무언가를 보여 주지 않으면 조기 탈락할 가능성이 무척 높습 니다.
다양한 장르에 대해 연습이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팬으로서 무척 불안합니다.
4. 김범수 김범수는 발라드만 잘 하는 가수가 아닙니다. 김범 수 노래 중 가장 좋아하는 노래가 바보 같은 내게라는 이현도의 곡입니다. 이 곡은 지금 들어도 그 세련미가 극에 달하는 업템포의 알앤비 발라드 넘버입니다.
이 곡을 불렀 다면 김연우와 장르가 겹치지 않아 아마 중간 정도의 순위를 점했을 것으로 봅니다.
앞으로 이 노래를 한 번 꼭 들려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자연히 이 곡의 작곡가인 이현 도도 인구에 회자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김범수는 정통 발라드 뿐 아니라 다양한 변종의 발 라드, 댄스, 록, 소울에 능한 가수로 보기 때문에 가장 장수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5. 기타 윤도현은 락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가장 신 선하고 충격적인 무대를 선보일 것이라는 점에서 장수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이번에도 상위권을 기록한 것을 보면 그렇죠.
이소라는 약간은 답답한 창법 때문에 관객들이 피 로감을 곧 느끼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스스로 고민이 많을 줄 압니다.
박정현은 아직도 보여줄 장르가 굉장히 많습니다. 팝 음악에 대한 이해도가 가장 높기 때문에 다양한 장르를 보여줄 포텐셜이 아직 도 충만합니다.
6. 총평 앞으로의 프로그램의 구성이 어떻게 될른지 모르 겠지만, 노래로만 시간을 채우기 에는 많이 어려울 겁니다.
개인적인 이야기도 들려 주어야 할 것이고, 때로는 두껍 게 입은 외투를 벗고 자연인으로서 사람들에게 발 가 벗길 준비도 해야 할 것입니다.
엿보기 심리가 충만한 게 우리네 인생이지만, 스스 로 무장 해제를 즐겁게 하는 사람에게 스포트라이트가 가장 많이 쏟아질 것입 니다.
스스로를 딸 바보라고 인증한 임재범에게 가장 이 상한 사람으로 낙인 찍혔던 주홍글씨가 빨리 변색된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입 니다.
노래를 부르는 사람에게 가사와 동일한 고백을 하 고 있다고 느낄 때 관중들은 열광하고 공감할 것입니다. 자신의 노래를 들려주 는 사람에게 가수라는 칭호를 부여하고 그 사람을 마음 속에 들일 것입니다
출처 ㅡ dp 태양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