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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브리그를 쓴 이신화 작가입니다.
글을 남기는 게 너무 쑥스럽네요.
하지만 저희 드라마를 사랑해주시는 분들이면서
평생 잊지 못할 선물을 주신 분들께 꼭 글을 남기고 싶었습니다.

사실 저는 이전부터 저라는 작가 지망생과
스토브리그에 대한 부정적인 말들에 많이 짓눌리기도 했습니다.
이건 모든 작가님들과 현재 꿈꾸는 신인 작가분들도 모두 그럴 것입니다.
당사자들은 기억 못 하고 제 마음에만 생채기를 남긴 참 못된 말들이 많았습니다.
대본이라는 것은 그 자체로는 아무 힘이 없는 텍스트였기 때문에
인정할 수 없어도 증명할 수 있으려면 우리 팀원들이 모여야 했습니다.
무모한 용기를 내준 분들이 모였고 드라마가 만들어졌습니다.

드라마는 프로야구만큼이나 성적이 명확하고
프로야구보다 성적이 초반에 갈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초반에 나오는 성적으로 앞으로 어려울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 침체된 환경 속에서도 만들어야 하는 것이 드라마의 잔인한 면모겠죠.
그렇지만 우리 드라마는 초반의 성적과 다른 결말을 맺었습니다.
사실 첫 방송이 되기 전에는 작은 관심과 많은 우려섞인 의견들 속에서
제가 잠을 잘 이루지 못했습니다.
늘 불을 켜둔 채로 자려고 하지 않았는데 쪽잠이 드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발 밑에는 늘 뭔가 있는 거 같았고 제법 선명한 악몽을 꾸기도 했습니다.
2부 방송이 끝나고서는 조금 달라진 분위기에
‘우리 편’ 이 조금 생긴 것 같다는 느낌에 처음으로 잠을 제대로 잤습니다.
발밑에 있던 것 같은 존재도 사라졌습니다.

저는 제가 다음 작품이 스토브리그만큼 많은 사랑을 받지 못 할 거라는
마음의 준비를 늘 하고 있습니다.
너무나 행복한 작업이었고 그런 팀원들을 만났습니다.
종방연때 눈물이 터진 것(처럼 보였지만 울지 않았습니다)은
제가 정말 오랜 기간동안 상상했던 그 풍경이
완벽하다고 생각했던 상상보다도 조금 더 아름답게 펼쳐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우리 팀원들이 제 이름을 부르고 웃으면서 저를 보는데
많은 것들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그리고 모든 캐릭터가 골고루 사랑받도록 배려하지 못 한 미안함과
스탭 분들에 비해 제 이름이 자주 언급되는 송구함도 있었습니다.
제 다음 작품의 목표는 행복하지 않을 수 없는 좋은 성적이 아니라
성적이 어떻든 행복하게 작업을 하는 것입니다.
제가 목표를 세운다고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 아닌 걸 잘 압니다.
저는 우선은 내놓기 전엔 시청자분들의 생각을 알 수 없으므로
제가 재미있고 의미있는 이야기를 써봐야겠죠.

이외에도 저는 이번에 포상휴가를 통해 처음으로 외국을 나가보게 됐습니다.
SBS의 배려에 감사하면서도
그 배려는 여러분이 만들어주신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인생 첫 외국여행이 포상휴가라는 멋진 이력을 여러분이 만들어주셨습니다.

너무 행복한 마음으로
저는 이제 다시 시청자로 돌아갑니다.

우리 작품의 배우들을 브라운관, 스크린, 무대에서 보며 응원하는
여러분의 옆자리 어딘가에 같이 제가 있을 겁니다.
다시 많은 배우, 제작자, 방송사의 허락을 받을 수 있는 대본을
만들어서 다시 인사드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가장 뜨거운 겨울을 보낼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ㅊㅊ - 이신화 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