팥빙수 하나로 연매출 40억원!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 5층 식당가 팥빙수가게 '밀탑'. 점심 때도 아닌데 매장이 손님들로 꽉 차 있다. 외식업이 불황을 타고 있다는데 이곳에선 남의 나라 얘기다. 7000원짜리 팥빙수를 하루 평균 1000그릇 넘게 팔아치우고 있다.

밀탑은 이달 매출만 2억5000만원 선이고, 연간 매출은 30억원을 내다보고 있다. 현대백화점 목동점에 있는 밀탑 2호점 매출까지 합치면 올해 매출은 4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식당가 최고 매출일 뿐만 아니라 웬만한 의류잡화 매장을 웃도는 수준이다.

밀탑은 지난해 압구정 본점 식당가에서 쟁쟁한 식당들을 물리치고 평당 매출 1위를 차지했다. 밀탑에 특별한 메뉴가 있는 것은 아니다. 밀크, 과일 등 빙수 5종과 단팥죽, 커피, 차 종류가 전부다. 그런데 매출의 90%는 팥빙수에서 나온다.

10년 단골이라는 김지수 씨(33ㆍ주부)는 "대학 때부터 다니기 시작해 지금은 결혼해서 집이 먼 곳에 있는데도 팥빙수 맛을 못 잊어 자주 온다"고 했다.

여름철에는 수십 명씩 줄서서 기다리며 북새통을 이루자 지난 4월 76㎡(23평)에서 지금의 198㎡(60평) 매장으로 넓혔다. 위치도 식당가 한가운데로 옮겼다.

백화점 식당가의 가운데 자리는 이른바 명당자리로, 그 식당가의 간판 매장에 내주는 자리다. 밀탑이 명실공히 현대백화점 식당가 대표 선수가 된 것이다. 밀탑이 명소가 되다 보니 '백화점의 진짜 VIP룸'이란 별칭을 얻을 정도로 VIP 고객들의 이용 비중도 높다.



밀탑에서 현대백화점카드로 결제하는 고객 중 8%가 VVIP(연간 3500만원 이상 구매), 13%가 VIP(연간 1500만원 이상 구매)다. 이들을 포함해 밀탑을 이용하는 현대백화점카드 고객이 백화점에서 1년간 사용하는 금액은 평균 1031만원으로, 백화점 전체 카드 고객의 1인당 사용액보다 4배나 많다. 1985년부터 영업해온 밀탑은 당초 생과일주스 코너였다. 하지만 여름철을 겨냥해 내놓은 팥빙수가 입소문을 타면서 인기를 끌어 아예 팥빙수 전문점으로 변신했다. 과일빙수, 커피빙수 등 지금은 대중화한 다양한 빙수들의 원조가 바로 밀탑이다.

수십 년 변함없이 단골고객을 양산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이 집의 성공 비결은 뭘까.

밀탑은 24년간 한결같은 맛을 고수하고 있다. 솜처럼 부드러워 입안에 들어갔을 때 바로 물이 되도록 곱게 얼음을 갈아내는 것이 이 집 빙수맛의 핵심이다. 특정 재료가 유행한다고 해서 이것저것 넣지 않는다. 얼음, 팥, 우유, 딸기시럽, 떡 등 기본 재료만으로 팥빙수 고유의 맛을 살리기 위해서다.

그 대신 매일 정성 들여 직접 만들어내는 것을 고집한다. 인스턴트 재료는 일절 쓰지 않는다는 것이 철칙이다. 팥은 알갱이가 터지기 직전까지 오동통하게 매일 삶아내고, 떡은 아침마다 떡집에서 빼온다. 과일도 서빙하기 바로 전에 깎아서 사용한다.

이처럼 매일매일 깐깐하게 재료를 준비하려니 주방 인원도 열 명으로 늘렸다. 하루 종일 팥만 삶는 직원, 떡만 써는 직원, 과일만 깎는 직원 등으로 일이 세분화돼 있다.

한결같은 맛과 함께 밀탑은 20여 년 단골들을 위해 빙삭기와 식기, 의자 등을 오픈 당시 때와 같은 것을 사용하고 있다. 옛날 방식을 그대로 지켜 고객에게 정겨움과 추억을 선물하기 위해서다.

밀탑 본점 매니저는 "20년 전 어릴 적 엄마 손 잡고 왔던 고객들이 결혼한 뒤 자녀와 함께 찾기도 하고, 유학 가서도 이 맛을 못 잊어 한국에 들어오자마자 이곳부터 찾는 고객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