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란한 수상 소감은 없었다. 이상화는 “밴쿠버 때 한 번 경험해서 괜찮을 줄 알았는데 시상대 위에 올라서니 다시 기분이 묘해지더라. 고생했던 시간들이 스쳐지나가서 잠시 울컥했다”는 말로 담담하게 기쁨을 대신했다.

전 국민이 환호할 때 정작 자신은 잠시 눈시울을 붉히는 수준에서 감격을 자제했지만 이상화의 가슴은 펑펑 울고 있었다. 부모의 만류를 뿌리치고, 하지정맥이 허벅지까지 올라오는 극한의 고통을 극복해낸 투혼이 올림픽 2연패를 만들었다. 왜 ‘여제’라는 타이틀이 아깝지 않은지, 깊은 공감대를 이룰 수 있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계의 간판스타 이상화가 한국시간으로 12일 새벽 러시아 소치의 아들레르 아레나 스케이팅센터에서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부문에서 합계 74초70의 올림픽 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획득했다. 4년 전 밴쿠버 대회에 이어 올림픽 2연패라는 대업을 달성하면서 이번 대회에 참가하고 있는 한국 선수단에 값진 첫 메달을 선사했다.

이상화의 두 팔이 하늘 위로 번쩍 들어 올려 지는 순간 가장 감격스러웠던 이들은 역시 가족이었다. 이상화가 혼신의 레이스를 펼칠 때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에 위치한 이상화의 자택에서는 가족들이 똑같은 간절함으로 우승을 기원했고 올림픽 기록으로 우승이 확정되자 목 놓아 만세를 외쳤다.

이상화의 부모는 금메달이 결정되자 비로소 가슴 아팠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주었다. 이상화의 아버지 이우근 씨는 경기 후 MK스포츠와 만나 “솔직히 상화가 올림픽 2연패 도전에 많은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밴쿠버 때는 관심이 적어서 부담이 덜했는데 지금은 워낙 유명해지다보니 부담이 컸던 것 같다”는 속내를 털어놓았다. 담담한 척, 당당한 척했으나 이상화의 속 역시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었다는 방증이다.

심리적인 압박만 있었던 것도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건강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상화의 육체 역시 자신만 아는 고통을 참아내고 있었다. 이상화의 어머니 김은순씨는 놀라운 비밀을 전해주었다. 김 씨는 “사실 발목과 무릎부상이 악화됐고 하지정맥이 허벅지까지 올라왔다. 딸의 부상이 너무 괴로워서 ‘그만 두자’라고 제안하기도 했지만 상화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스케이트를 놓지 않았다”면서 “우리 효녀 정말 고맙다”고 감격에 젖었다.

모두가 당연히 금메달을 딸 것이란 예상 속에서, 모두가 금메달을 따주었으면 하는 바람 속에서 이상화는 자신의 몸이 아픈 것을 내색조차 할 수 없었다. 자신과 타협하지 않았던 불굴의 의지가 있었기에 올림픽 2연패라는 금자탑이 가능했다.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의 땀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