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로 귀화한 안현수(29·러시아명 빅토르 안)가 15일 2014소치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에서 금메달을 차질함에 따라 그의 '러시아 귀화'를 놓고 빙상연맹이 엄청난 후폭풍에 휘말리게 됐다.

2006토리노올림픽 3관왕에 빛나는 안현수가 러시아 선수가 된 것은 빙상계 파벌싸움이 결정적 이유였기 때문이다.

이를 놓고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 13일 "안현수의 러시아 귀화는 부조리 탓이 아닌가"라며 공개적으로 분노한 것과 더불어 한국 에이스를 모두 제치고 메달을 따냄에 따라 빙상계는 정부와 팬들로부터 엄한 추궁을 면하기 힘들게 됐다.

"러시아에서 영원히 살겠다"고 할 만큼 파벌싸움에 진저리를 내고 있는 안현수 문제가 불거진 것은 지난 2006년 토리노 올림픽 때.

당시 토리노 올림픽 대비 훈련 때 남녀 대표팀은 한체대와 비 한체대파로 나뉘어 따로 훈련했다. 안현수는 대회 전까지 여자팀과 훈련했고 진선유(26·은퇴)와 변천사(27·은퇴)는 남자팀에서 훈련을 했다.

이러한 사정은 외부로 널리 알려지진 않았다. 그러다가 외부로 널리 알려지게 왼 것은 2006년 4월4일 국제빙상연맹(ISU) 세계쇼트트랙선수권대회에서 안현수가 개인종합 4연패를 달성하고 귀국할 때.

안현수의 아버지 안기원씨는 인천공항 입국장에서 "선수들과 코치가 짜고 안현수가 1등 하는 것을 막았다"며 "스포츠맨십도 없다.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흥분했다.

안기원씨는 "현수가 미국 현지에서 울면서 전화했다. 외국 선수들보다 한국 선수들이 더 심하게 현수를 견제했다"며 "1000m와 3000m에서 코치의 지시로 다른 파벌선수들이 안현수를 막게 했다"고 항의하면서 당시 김형범 대한빙상경기연맹 부회장과 몸싸움까지 벌였다.

다음날(2006년 4월5일) 안현수는 5일 자신의 미니홈피를 통해 "파벌싸움이 너무 커져서 선수들이 큰 피해를 보는 것 같아요"라면서 "지금은 너무 힘드네요. 부끄러운 일들도 많고 아무리 참고 견뎌보려고 해도 지금은 다 관두고 싶은 생각밖에 안 드네요"라고 속상해했다.

빙상계 파벌다툼이 전국민에게 알려져 큰 충격을 안긴 이른바 "짬짜미 파문' 폭로는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가 모두 끝난 4월24일에 있었다.

안현수의 아버지 안기원씨가 아들의 팬카페에 "(밴쿠버 동계올림픽 2관왕을 차지한) 이정수가 2010 세계쇼트트랙선수권대회 개인전 출전을 포기한 것은 대한빙상연맹의 부조리 때문"이라며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코치진과 빙상연맹이 출전을 다른 선수에게 양보하게 했다"고 폭로했다. 

안 씨의 글로 파문이 크게 일자 대한체육회는 감사에 나서 "당시 코칭스태프의 강압적 지시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 대한체육회는 "지난해(2009년) 4월 열린 2009-2010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 선발전 마지막 경기였던 3000m 경기 직전 코치와 선수들이 모인 가운데 선수들이 랭킹 5위 안에 들어 국가대표 선수로 선발되고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획득할 수 있도록 담합한 사실을 확인했다"라는 결과를 발표했다.

같은 해 5월13일 이정수는 아버지 이도원씨와 함께 기자회견을 자청, 2010 밴쿠버 올림픽 때에도 "A 코치가 1000m 종목 출전을 곽윤기에게 양보할 것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또 국가대표 선발전 마지막 경기에서 선수들과 담합을 했다는 대한체육회의 발표에 대해 "당시 선수간 협의했던 사실이 없으며 만일 코치가 그런 말을(담합지시) 하더라도 이를 수용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고 반박하며 자신은 담합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밴쿠버올림픽 남자 5000m 계주경기 은메달리스트 곽윤기는 "이정수가 A 코치를 찾아와 '도와달라'고 부택을 했다"며 "당시 전 코치가 나에게 '정수를 도와주라'고 말해 (담합을) 흔쾌히 수락했다"고 반박했다.

이 '짬짜미 파문'으로 인해 곽윤기와 이정수는 자격정지 6개월 징계를 받았다.

이러한 파벌다툼은 90년대 쇼트트랙계를 이끌었던 B감독과 이에 반대하는 측의 다툼이라는게 정설이다.

안현수는 B감독이 있는 한체대 소속으로 비한체대파의 집중 견제를 받았다는 것.

물론 비한체대파는 "쇼트트래계 비주류이다. 당해도 우리가 훨씬 많이 당했다"라며 파벌싸움의 뿌리로 B씨를 지목했다.

안현수가 조국을 버리기까지 했지만 아직까지 파벌의 앙금을 가시지 않았다는게 체육계의 분석이다.

어른들의 파벌다툼에 일부 선수들은 "우리 선생님의 야단은 참지만 다른 분들의 야단은 인권 유린이다"라는 시각까지 갖고 있다.

쇼트트랙이 절대 기록 경기가 아닌 레이스 도중 견제를 하겠다고 마음 먹는다면 막을 길도 적발해 내는 것도 쉽지 않다.

파벌싸움도 이것처럼 뿌리를 완전히 뽑아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게 빙상계를 잘 알고 있는 이들의 분석이다.

그러나 대통령까지 나선 마당에 빙상계는 아픔을 참고 자신들의 상처를 완전히 도려낼 각오를 해야 한다. 그래야 한국 쇼트트랙은 건강하게 세계 최고 자리를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