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글입니다.

──────────────────────── 지방 남자, 서울 여자 


군 입대전이었으니까... 
한 2 - 3년전의 일이었을겁니다. 
친구랑 서울에 사는 아는 형을 만나러 갈 기회가 있었죠. 
그 녀석이나 저나, 서울은 거의 초행이나 다름없던 시기였습니다. 
어찌나 길찾기가 어렵든지 정말 애를 먹었었죠. 
우여곡절 끝에~ 
형이 사는 동네로 가는 지하철이란 놈을 타게 되었답니다. 

(!)서울 올라가기전. 
친구놈 하나가 서울 얘기를 하면서 개뻥을 친적이 있습니다. 
글쎄 이놈이 진지하게 얘기하기를.. 
서울에서 지하철을 타면 타는 즉시로 안내 방송에서.. 

' 아무개 손님 저희 지하철을 애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멘트가 나온다는 거니다. 
그리고 내릴때는.. 

' 아무개 손님 안녕히 가십시오.' 

하고 또 방송이 나온다고 했습니다. 
정말 말도 안되는 소리지만 전 순진하게도 그걸 믿었었죠. 
왜냐면 전 무지 깡촌놈이었으니까요... 

아뭏든 그렇게 지하철을 타고 가는데.. 
이놈의 지하철이 왜이리 복잡합니까? 
말로만 듣던, 뉴스로만 보던.. 
'지옥철' 이란걸 뼈저리게 실감했습니다. 

그렇게 꼼짝도 못하고 가는데.. 
친구녀석이 가방을 하나 가지고 있었어요. 
근데 위에 물건 올리는데는.. 
이미 다른 사람들의 가방으로 꽉! 차서 더이상 올릴 수가 없었죠. 

가만 보니까 우리 앞에 참하게 생긴 아가씨 한명이 앉아있는 게 보였습니다. 
우리 나이또래로 보였죠 아마~ 
이 촌놈이 예쁘장한 서울아가씰 보더니, 슬슬 장난끼가 발동했던 모양입니다. 
평소 같지않게.. 
녀석이 넉살좋게 그 아가씨에게 한마디 툭~ 던지는겁니다. 

" 보시오 낭자... 
한양땅이 초행인 지나는 과객이온데, 미안하오만 이 봇짐 좀 받아주시겠소?" 

푸하하하... 
지금 생각해도 정말 멋진 멘트였습니다. 
그런데 친구의 말을 듣고.. 
고개를 들어 우리를 보던 그 아가씨의 말이 거의 굳바이 홈런성이었죠. 

" 보아하니 상 것같은데 그냥 들고가심이 어떤지요? " 

세상에... 
그야말로 지하철안은 순식간에 웃음 바다가 되고말았어요. 
어찌나 웃어들 대든지, 한 정거장이 지나갈때까지.. 
그 웃음은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더 계속되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왜냐면 우리는 그 다음 정거장에서 내려버렸기 때문이죠... 
쪽팔려서 더이상 갈 수가 있어야죠. 
지금쯤 그 아가씨 아주 뛰어난 캐리어 우먼으로 활동중일듯 싶습니다. 

두고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