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CT 촬영 결과를 확인도 하지 않고 엉뚱한 수술을 하는 바람에, 어머니가 사망 했다는 제보가 들어 왔습니다.

의사 협회에서도 두 번이나 '명백한 의료 과실'이라는 감정 결과를 내놨지만, 정작 법원은 '수술을 제대로 했어도 어차피 사망 했을 거라면서' 의사의 손을 들어 줬다는데요.

무슨 사연인지, 윤정혜 기자가 만났습니다.

◀ 리포트 ▶

전남 순천에 사는 조도현 씨의 어머니는 4년 전 갑자기 배가 아파 응급실을 찾았습니다.

병원에선 담낭염 때문이라며 담낭 제거 수술만 하면 괜찮을거라고 했습니다.

[조도현/수술환자 가족] "내일 아침에 담낭 수술을 하자고, 잘라내자고. 염증이 있어서 고통스러우니까."

하지만 수술 뒤 어머니의 상태는 점점 나빠졌고, 3주 뒤 다시 병원에 갔습니다.

그런데 담낭암, 그것도 간과 폐까지 전이된 말기라는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들었습니다.

[조도현/수술환자 가족] "암이요. 다 전이되어버린 것 같다. 항암이 들으면 1년, 항암이 듣지 않으면 6개월 정도 밖에 못 살 것 같습니다."

황망한 마음에 의료기록을 떼봤습니다.

어이없게도 이미 수술 전 영상의학과에서 CT 촬영 결과 "암이 의심되며, 간과 폐로도 전이된 것 같다"는 소견이 적혀있었습니다.

집도의가 CT 판독지도 읽지 않은 채 담낭염 수술을 해버린 겁니다.

병원은 응급 상황이었다며 판독지를 안 봐도 문제가 없다고 했습니다.

[병원 관계자] "환자가 너무 통증이 심하니까 우선 안 보고 CT 찍고 수술 먼저 들어간 거죠. 나중에 결과를 보니까 판독이 그렇게 나온 거죠."

급격히 병세가 악화된 어머니는 수술 5개월 만에 숨졌습니다.

손 써볼 틈도 없었던 아들은 억울한 마음에 의료소송을 시작했습니다.

의사협회가 발급한 첫번째 감정서입니다.

환자가 받은 수술은 담낭암 치료와 관계가 없고 도움도 안됐다"며, "단순히 의사의 부주의로 CT 판독지를 확인하지 않은 것이지, 응급 상태는 아니었다"고 설명합니다.

두번째 감정서는 아예 "전혀 통상적이지도, 상식적이지도 않다"며 "CT 판독지를 보지않고 수술한 건 무슨 변명으로도 설명되지 않는 명백한 과실"이라고 명시했습니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의사들마저 의사 과실을 인정했지만, 최근 조 씨는 패소했습니다.

법원은 "충분한 시간이 있었는데도 CT 결과를 전혀 확인하지 않은 채 염증 수술을 했다"며 과실을 인정하면서도 "이미 환자의 암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여서 수술 때문에 생존기간이 짧아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습니다.

수술을 했든 안 했든 어차피 금방 사망했을거란 얘기입니다.

수천 만원에 달하는 변호사 비용 때문에 항소도 할 수 없는 조 씨는 병원 측 소송 비용까지 물어줄 처지가 됐습니다.

[조도현/수술환자 가족] "(의사가) '나한테 더 이상 얘기하지 마세요. 법대로 하세요' 이렇게 끝내버렸습니다. 진실되게 좀 용서를 구했으면, 용서를 해달라고 하면 좋겠는데 어쩌면 이렇게 사람을 고통스럽게 합니까."

요즘 조 씨는 매일 밤 자필로 정부 기관에 탄원서를 씁니다.

일용직 노동자인 조 씨가 할 수 있는 건 이것 뿐이기 때문입니다.


https://news.v.daum.net/v/201912242028095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