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맥주 업계가 해외 맥주와의 주세(酒稅) 차별과 주 52시간 근무제 영향으로 이중고(二重苦)를 겪고 있다.

최근 가정용 맥주 시장에서 수입 맥주는 국산 맥주의 자리를 넘보고 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에 따르면 국산 맥주 매출 비중은 2016년 55.7%에서 지난해 47.2%, 올해 상반기 43.7%로 낮아졌다. 반면 수입 맥주는 44.3%→52.8%→56.3%로 상승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대형 할인마트의 맥주 판매 상황도 비슷하다. 이마트에 따르면, 올 초부터 지난 19일까지 국산 맥주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4% 감소했다. 수입 맥주의 매출은 2.3% 증가했다.

가정용 맥주 시장에서 국산맥주가 수입맥주에 밀리는 가장 큰 이유는 가격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현행 종가세(從價稅)의 오류 때문이다. 국산 맥주의 과세표준은 인건비·판매관리비·이윤 등을 포함한 출고가 기준이지만, 수입 맥주는 신고가를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해 세금 부분에서 수입맥주가 크게 유리하다.

이로 인해 ‘4캔에 만원’, ‘4캔에 5000원’인 저가 수입맥주가 쏟아지면서 국산 맥주의 수익성은 악화되고 있다. 매출은 기대에 못 미치는데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실적 개선이 지연되는 것이다.

하이트진로(000080)의 2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23.3% 줄어든 268억원을 기록했다. 맥주 판매량이 줄어든 반면 마케팅 비용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롯데칠성(005300)도 ‘클라우드’와 ‘피츠’ 판매 부진으로 2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2분기보다 4.4% 감소한 228억원에 머물렀다.

국산 맥주에 대한 과세 차별을 극복하기 위해 오비맥주는 지난 6월 2018 러시아 월드컵 한정판 740ml 카스맥주를 미국에서 생산한 뒤 수입, 3500원에 판매하기도 했다. 러시아 월드컵 한정판 카스는 국산카스보다 용량은 더 크지만, 100ml당 가격은 473원으로 70원 더 저렴했다.

국산 맥주 업계는 "현행 종가세제가 개선되지 않으면 더 이상 국내에서 맥주를 생산할 수 없다"면서 "생산 장소를 해외로 옮길 것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7월부터 시행된 주 52시간 근무제도 국산 맥주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주 52시간제 시행으로 기업의 회식문화가 달라지면서 업소용 맥주 판매가 급격히 줄고 있기 때문이다. 상당수 기업들은 주 52시간제 시행을 계기로 거래처와의 저녁 약속과 부서의 저녁 회식을 최소화하고 꼭 필요할 경우 점심시간에 하도록 하고 있다. 이로 인해 ‘소맥(소주+맥주) 폭탄주’ 회식문화가 빠르게 사라지면서 맥주 판매량도 급격히 줄고 있다.

최근 구인·구직 사이트 사람인이 직장인 695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절반 이상(54.4%)이 직장 내 회식 문화가 달라졌다고 답했고, 변화 사항으로 회식 횟수가 줄었다(55.9%), 음주보다는 식사 중심으로 끝낸다(38.3%) 등을 답했다.

현장에서 느끼는 분위기도 차갑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주 52시간 근무제로 정시 퇴근하는 사람이 늘고, 회식 시간도 이전에 비해 짧아지면서 타격이 있다"고 말했다. 하이트진로의 한 영업사원은 "직장인이 많이 찾았던 회식 장소에 빈 자리가 늘었고, 업주들도 지난해보다 매출도 줄어 힘들다고 이야기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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