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 폭락과 정부의 무성의한 대책에 항의하며 자신의 논을 갈아엎은 농민에게 경찰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며 출석을 요구해 농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경기 여주군농민회는 여주경찰서가 지난 5일 신동선 여주군 농민회장을 집시법 위반 피의사실에 관한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요구했다고 8일 밝혔다.

경찰은 지난달 29일 여주군농민회가 가남면 본두리 신 회장의 논에서 한 '논 갈아엎기 퍼포먼스' 행사를 미신고 집회로 보고 집시법을 위반했다는 입장이다.

여주군농민회는 당시 도로 옆 신씨의 논과 농로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뒤 트랙터를 이용해 논을 갈아엎었다.

현장에는 100여 명의 농민이 있었지만 도로를 점거하는 등의 불법 행위는 벌어지지 않았고, 현장에 나와 있던 경찰들도 집시법을 위반했다는 통보나 미신고 집회라는 점을 고지하지 않았다.

전남 나주와 전북 군산, 경북 상주 등 전국 각지에서 논갈아엎기가 이어졌지만 아직까지 이를 불법집회로 보고 출석을 요구한 사례는 여주뿐이다.

여주농민회는 당일 기자회견에 이어 벌인 논 갈아엎기를 경찰이 '미신고 불법집회'나 '퍼포먼스'로 폄하했다며 반발했다.

농민회는 성명을 내고 "신동선 농민은 피눈물을 쏟으며 1년 내내 자식처럼 키워온, 그것도 친환경 유기농으로 키워온 논을 갈아엎은 것"이라며 "쌀값 폭락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외면하는 정부에 대한 분노와 절규의 몸부림을 퍼포먼스쯤으로 폄하하는 것에 분노한다"고 비난했다.

농민회는 "피멍든 농심을 헤아리지 못할망정 이를 이용해 실적이나 한 번 쌓아보겠다는 심보"라며 경찰서장의 사과와 출두요구 철회를 요구했다.

농민회 관계자는 "현장에 있던 경찰들이 오히려 농민들에게 수고했다며 격려해주고 간식을 나눠 먹었다"며 "도로를 점거하지도 않았고 기자회견과 자신의 논을 갈아엎은 것이 전부인데 말도 안 되는 집시법을 적용해 분노에 찬 농민들을 옥죄려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여주경찰서 관계자는 "현장에서 현수막을 내걸고 구호를 외친 게 집시법 위반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지만 아직 혐의를 두거나 확정한 것은 아니다"라며 "그날 행사와 관련해 법을 위반한 것은 없는지 알아보기 위해 참고인 자격으로 부르는 것이고 불출석하면 사건 진행 여부를 그때 다시 판단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지난해 수확기 평균 한 가마(80㎏)에 16만2000원이었던 쌀값은 현재 산지에서 13만원대로 떨어진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