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신종 인플루엔자A(H1N1·신종 플루) 대란 속에 치러진 201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고사장 주변에는 수험생들이 좋은 컨디션으로 무사히 시험을 마치길 기원하는 학부모와 선후배들의 모습이 유난히 많이 눈에 띄었다. 신종 플루에 감염되지 않은 일반 수험생들도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한 채 시험장으로 향했고, 확진환자나 의심환자 수험생들은 별도로 마련된 분리시험장에서 긴장된 모습으로 시험을 치렀다. 하지만 신종 플루 확진환자 및 의심환자로 분류돼 병원 고사장이나 분리시험장에서 따로 시험을 치르던 수험생들의 중도 포기가 속출해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 신종 플루 증세로 중도에 포기하는 수험생들이 속출했다. 신종 플루 의심환자로 서울 노원구 상계백병원 12층 병실에서 홀로 시험을 치른 김모(19)양은 1교시 언어영역 시험 도중 오심(구역질) 증세를 보이다 결국 1교시를 마치고 시험을 포기했다. 김양은 시험 도중 오심을 막기 위한 주사까지 맞았지만 허사였다. 김양의 어머니는 “외국어고를 나와 재수까지 하면서 올해는 명문대 수시전형에 원서를 냈는데, 지난밤 밤새 울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강남구 대치동 휘문고 의심환자 분리시험장에서 시험을 치르던 김모(18)군도 1교시 시험을 마친 뒤 현기증과 고열을 호소하며 시험을 포기했다.

●… 신종 플루 확진환자나 의심환자로 분류돼 별도 시험장에서 시험을 치른 수험생들은 좋지 않은 몸 상태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양천구 이대목동병원에 입원해 있는 A(19)군은 이 병원 중환자실 내에 마련된 별도 병실에서 2명의 감독관이 지켜보는 가운데 시험을 치렀다. A군은 산소포화도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인공호흡기를 단 채 시험을 봤다. 병실 밖에서 초조한 마음으로 지켜보던 A군의 아버지는 “아들에게 몸 상태가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시험을 그만 보라고 했다”고 전했다. 영등포구 여의도여고 3층 확진환자용 분리시험장에서 두꺼운 점퍼 차림으로 혼자 시험을 본 김모(여·19)양은 “1주일 전 확진 판정을 받아 몸이 조금 아프지만 그래도 많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4층 의심환자용 분리시험장에서 만난 김모(19)양은 “열이 나고 계속 어지러워 당황스럽지만, 분리시험장에 사람이 적어 오히려 잘됐다”고 말했다.

●… 유례없는 분리시험을 치른 탓에 잡음도 빚어졌다. 강남구 대치동 휘문고에서는 김모(18)군이 자발적으로 의심환자용 분리시험장 입장을 희망해 혼선이 빚어졌다. 김군은 스스로 현기증과 열이 난다고 생각해 분리시험장 입실을 요청했지만, 의료진 점검 결과 신종 플루 증세가 아닌 것으로 드러나 일반고사장으로 되돌아갔다. 시험감독으로 참여한 휘문고 교사 이의광씨는 “수십년 교사 생활을 했지만 전염병 때문에 이렇게 부산을 떨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