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상 당해도 보안요원 대동하고 '잠깐 분향'


국가 대사인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성공적 시행을 위해 수험생들 못지않게 `고통'을 당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수능시험 문제를 내는 300명의 출제위원.

학생 개인의 인생이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중차대한 시험이다 보니 공정한 출제가 생명이고 이를 책임지는 출제위원들의 부담감 또한 클 수밖에 없다.

특히 수능 한 달여 전부터 시작되는 출제기간은 이들에겐 외부와 철저히 격리된 `감금'의 세월이다.


올해에도 출제위원들은 지난달 중순께 지방 모처에 있는 한 콘도미니엄으로 들어가 수능 당일인 12일까지 총 32일간 합숙 생활을 하며 문항 출제에 몰두했다.


보안을 위해 가족을 비롯한 외부와의 연락은 일절 허락되지 않는다.

휴대전화는 물론 이메일, 팩스 등을 절대 사용할 수 없고 출제위원들이 사용한 휴짓조각 하나도 외부로 반출되지 않을 만큼 철저하다.

부모님이 돌아가셨다거나 하는 극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에도 한번 합숙소에 들어온 이상 출제를 그만두고 아예 떠날 수는 없으며, 보안 요원이 동행한 가운데 아주 잠깐의 외출만 허용된다.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관계자는 "이번에 갑자기 부친상을 당한 출제위원이 계셨는데 보안요원을 대동하고 빈소에 잠깐 가서 분향만 하고 왔다"며 "일반적 상식으로는 이해되지 않지만 보안을 위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문항을 출제할 땐 혹시나 있을지 모를 기출문제 시비에 대비하는 것이 가장 큰 스트레스라고 한다.

수능이 벌써 16년째 시행되고 있는데다 1년에 두 차례 치러지는 모의평가까지 합치면 수십 번의 수능을 치른 셈이어서 `그동안 출제되지 않은 문항'에 대한 아이디어를 짜내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게다가 시중에 나와있는 온갖 입시학원이나 사설 출판사의 문제집이나 참고서를 일일이 뒤져 조금이라도 비슷한 문항은 없는지 살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설명이다.

기출문제 체크를 위해 합숙소에 가지고 들어가는 참고서, 문제지만 해도 수천 권에 달할 정도다.

이렇게 해서 출제위원들이 받게 되는 수당은 하루 30만원.

적은 돈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출제위원이라는 이유로 감내해야 하는 여러 가지 희생과 고통을 생각한다면 더 나은 대우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평가원 관계자는 "다들 출제위원이 되는 것을 기피하다 보니 갈수록 인력 구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며 "국가를 위해 희생하는 분들인 만큼 좀 더 배려를 해줬으면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32일의 감금생활을 견딘 출제위원들은 12일 오후 6시5분 수능시험 종료령이 울림과 동시에 `해방'돼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