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시민단체 홈페이지에 실린 '고위공직자 병역 미필' 비판 글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회계장부 뒤지면 다 문제가 나왔다", "전원 영장을 발부하겠다"는 식의 엄포성 발언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시민단체 측은 "경찰 관계자가 '청와대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가 들어왔다'고 수사배경을 밝히면서 협박성 발언을 했다"고 말했지만, 경찰은 "전화를 건 것은 사실이지만,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극구 부인했다.



반전평화 운동 단체인 평화재향군인회(이하 평군)에 따르면, 이 단체 사무실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 것은 지난달 30일 오후 4시 10분경. 이 단체의 김환영 사무처장이 전화를 받았다.



김 사무처장은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 장아무개 팀장이라는 사람이 평군 홈페이지 (첫 화면에 게시된) 대문 글 운영자를 알려 달라고 요구했다"면서 "왜 그걸 알려 하느냐? 무슨 일 때문에 그러는지 설명 해 달라고 물었지만, 전화를 건 남성은 '운영자를 알려 달라'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말했다.



김 사무처장에 따르면, "알려 달라", "못 알려 준다" 옥신각신 하던 두 사람 사이에 급기야 고성이 오갔고 장 팀장이 급기야 "청와대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가 들어와서 수사 중이니, 홈페이지 대문 글 운영자의 신원을 알려 달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에 김 사무처장은 "내가 운영자의 신원을 밝혀야 할 법적 의무가 있느냐?"고 묻자 장 팀장은 "알려줄 의무는 없지만, (가르쳐 주지 않을 경우) 평군 관계자 전원에 대한 영장을 발부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고 한다.



이를 협박이라고 받아들인 김 사무처장은 "협박하지 말라. 영장을 발부해 오든 말든 알아서 하라"며 전화를 끊었는데, 조금 뒤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고 한다. 이번에는 평군 이동훈 총무가 전화를 받았다.



이 총무에 따르면, 장 팀장은 또 다시 "예전에도 시민단체 몇 군데를 조사한 일이 있는데, 회계장부 뒤지면 다 문제가 나왔다. 평군은 기부금을 받을 수 있는 단체인가?"라고 질문하며 김 사무처장을 바꿔 줄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다른 전화를 받던 김 사무처장이 통화를 할 수 없다고 말하자 장 팀장은 "다음 주에 평군 사무실에 대한 영장을 집행하겠다"는 말을 하고 통화를 끊었다고 주장했다.



경찰이 문제삼은 글은 지난 9월 22일 홍성태 상지대 교수가 <프레시안>에 기고한 칼럼이다. '이명박부터 정운찬까지…'신의 아들'이 지배하는 나라'라는 제목의 이 칼럼에서 홍 교수는 현 정부 고위직 공직자와 아들들에 대한 병역 이행 현황을 기록한 표를 첨부했는데, 이 표에 올라 있던 여성부, 교육과학부, 문화부 장관과 가족에 관련된 병역 여부가 잘못 기록되었던 것이다.



기사가 나간 직후 여성부와 교육과학부 관계자의 지적을 받은 <프레시안>은 곧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기사를 수정했다. 문제는 최초 기사가 올라간 오전 10시경부터 기사를 수정한 정오 사이 약 2시간 동안 걸려 있던 기사를 몇몇 누리꾼들이 다른 사이트로 퍼 날랐던 것.



평군 관계자 역시 수정되기 전 기사를 퍼다 홈페이지에 올려놓았다고 밝혔다. 사이버수사대가 문제를 삼는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프레시안>이 기사를 수정했는데, 잘못된 내용을 그대로 게시판에 올려놓는 것은 다분히 의도적인 것이 아니냐는 것. 평군 홈페이지에 올라가 있던 홍성태 교수의 글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하지만 평군 관계자는 사이버수사대에서 걸려온 전화가 최근 아프가니스탄 재파병 반대 운동을 벌이고 있는 이 단체의 활동과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즉 전화가 걸려오기 하루 전인 지난 달 29일, 평군의 표명렬 상임대표(예비역 육군 준장)가 외교통상부 앞에서 열린 파병반대 집회에 참석해서 '(대통령 주변에는) 군대 다녀오지 않은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지 사지에 군인들을 너무 쉽게 보내려고 한다'는 요지의 연설을 한 것과 관련 있다고 보는 것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이광철 변호사(법무법인 정평)는 "사이버상의 명예훼손은 친고죄가 아니므로 사이버수사대에서 직권으로 수사를 개시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지만, 이와는 전혀 별건의 문제인 회계장부나 기부금 문제를 운운하면서 압수수색을 하겠다고 말했다면 불순한 의도가 엿보인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또 "범죄행위에 대한 최소한의 소명 기회도 주지 않고 영장집행을 하겠다는 발언은 언론 자유에 대한 중대한 침해행위라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이버수사대의 장아무개 팀장은 4일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 서버를 압수수색할 수 있다는 얘기를 한 적은 있지만, 그 밖의 말들은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평군에 대한 수사를 착수한 배경에 대해서는 "수사가 진행중이라서 말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청와대와 여성부, 교과부 관계자들도 "(<프레시안> 기사와 관련해) 잘못된 글을 퍼 나른 개인과 단체에 대한 고소나 고발을 한 적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박선규 청와대 대변인은 "사실관계가 틀린 부분에 대해서는 바로 잡아야 되지 않느냐는 논의가 있었던 걸로 기억하지만, 청와대 차원에서 기사를 퍼 나른 네티즌들을 고소, 고발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여성부 손애리 대변인과 교육과학부 관계자 역시 "관련 네티즌들에 대한 수사를 의뢰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출처 : "경찰이 전원 영장 발부하겠다 협박" vs "그런 말 한적 없다" - 오마이뉴스


충성을 다하는 금위군 견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