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친노, 진보정당, 시민사회까지 MB에 연합해 맞서야"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부산지역의 강연에서 이명박 정부에 작심한 듯 정면으로 쓴소리를 쏟아냈다. 지난 9월 서울에서 열린 노무현시민주권학교 강연 이후 이어 두 번째다.

노 전 대통령 서거 정국 이후 정치적인 목소리를 자제해왔던 그는 이명박 정부의 민주주의 퇴보에 대해 진심어린 우려를 나타냈다.

그러면서도 내년 지방선거 후보 출마 등 정치참여에 대해서는 “저에게 거는 기대가 너무 과분하다”며 여전히 선을 그었다. 또한 그는 친노진영의 최근 정치적 행보에 대해서도 자신의 솔직한 견해를 밝혔다.

 

 

"자꾸 쪼개져서는 안돼”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3일 열린 노무현시민학교-부산 강좌에서 친노진영의 정당 창당과 관련해 "나뉘어지는게 아니라 합치는 방향으로 힘을 모아야 한다”고 견해를 짧게 밝히고 있다.ⓒ 민중의소리 김보성기자


공개강연 나선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 “노 전 대통령, 민주주의 후퇴 예견했다”

3일 오후 7시 부산 국제신문 중강당. 200여 좌석이 사람들로 가득찼다. 노무현대통령추모기념사업회(준)와 (사)한국미래발전연구원 주최, (사)자치21 주관으로 부산 노무현 시민학교 네번째 강연이 열린 것.

강연자로 나선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노무현과 참여정부의 법치주의 개혁’을 주제로 1시간 30분간 노 전 대통령의 민주주의와 참여정부의 평가에 대해 솔직한 이야기들을 끄집어 냈다. 이명박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법치주의에 대해서도 용산참사 등을 예로 들며 조목조목 비판을 가했다.

우선 그는 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과제를 민주주의 연구로 설정한 이유를 설명하는 데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문 전 실장은 “대선 과정에서 가치논쟁이 실종된 것과 DJ정부, 참여정부 출범 이후 국민들이 민주주의를 우선 순위로 생각하지 않게 된 것을 두고 걱정을 많이 하셨다”며 “노 대통령은 민주주의 퇴보를 이미 예견했다”고 전했다.

말하자면 대선이 치러질때 마다 민주주의 역사와 정통성, 법치주의 개혁, 권위주의 해체, 지도자의 도덕성 등이 중요한 쟁점이 되어왔지만 2007년 대선은 가치논쟁이 없고 오로지 경제만 남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선 참여정부 책임이 크다고 했다.

 

 


그는 “재임기간 동안 민심을 잡지 못했던 것은 분명한 실패였다”며 “결국 말년에 아주 냉혹한 평가를 받았고, 참여정부가 내세웠던 가치들이 전부 부정받게 되는 측면이 컸다”고 고백했다.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이 국민들을 가르치려 든 것처럼 보였다고도 솔직하게 평가했다.

특히 그는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거치며 민주주의가 어느정도 진전을 이루자 국민들이 이를 우선 순위로 두지 않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제로 민주주의 문제가 모두 해결되었을까? 그는 “끊임없이 투쟁하고 요구하고 발전해나가는 것이지 민주주의에 해결이란 있을 수 없다”며 “조금만 방심하면 퇴보하는게 민주주의”라고 말했다.

"법치주의 개혁시도, 이명박 정부 들어 원점으로“

이명박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법치주의에 대해서 신랄한 비판을 아끼지 않았다. 법치주의란 국가권력(정부)이 국민에게 권력을 행사할 때 반드시 법에 따라야 한다는 것인데 이명박 정부가 국민에게만 준법을 강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문 전 실장은 “국민들이 법을 지키는 것은 준법이지 법치주의와는 관련이 없다”며 “이명박 정부와 뉴라이트가 법질서 확립이 마치 법치주의인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명박 정부가 법치주의를 위배한 예로 용산철거민 참사를 거론했다. 그는 “직무집행법에 따라 법집행을 했더라도 우선 고려해야하는 것은 국민들의 생명”이라며 “그걸 최우선적으로 배려해야 하지만 경찰력만 마구 집행됐다”고 주장했다.

“참여정부에서 이루어진 법치주의 개혁은 국가권력 행사의 전 분야에 걸쳐 이루어졌다. 핵심은 대통령의 지위, 권력행사, 대통령을 둘러싼 권력문화 등이었다. 이것부터 법치주의 개혁을 한 것이다.”

또 문 전 실장은 이같은 참여정부의 시도가 이명박 정부 들어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그러면서 그는 참여정부 당시 비화를 소개했다.

참여정부 당시 초대 민정수석을 맡았던 그는 역대정부로 보면 첫 비검찰 출신 인사. 문 전 실장은 “노대통령과 2002년 대선이 끝나고 함께 식사를 하게 됐는데 갑자기 민정수석을 맡아달라고 하시더라”며 “처음에는 하지 않을 생각이었고 단순제의로 받아들였는데 굉장한 것이었다”고 소회했다. 과거 민정수석의 말을 빌면 민정수석 업무의 80%가 대검찰 업무였으나 노 전 대통령은 이 고리를 끊으려 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노력에도 “(현 정부 들어)검찰의 탈 정치화 노력이 다 원위치 됐다”며 “검찰은 대단히 정치적이고 민정수석은 모두 검찰 간부 출신”이라고 씁쓸함을 감추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의 민주주의 후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에 대해 그는 국가인권위를 또다른 예로 들었다. 참여정부가 인권위의 위상과 권한을 강화하려 했던 것과 달리 기구를 축소하고, 인권과 관련없는 인사를 임명하는 등 인권위를 유명무실한 존재로 만들었다는 비판이다.

남북관계에 대해서도 “10.4선언은 노태우 정부 시기 남북기본합의서를 토대로 6.15를 거치며 업그레이드가 됐다”며 “(그런데도) 10.4선언을 부정하면 노태우 정부 합의서를 부정하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강연 말미 한마디로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 민주주의 후퇴 및 퇴행이 대단히 심각한 상태라고 본다”고 정리했다.

3일 노무현시민학교에서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내년 지방선거 출마와 관련해 "저에게 거는 기대가 과분한 것 같다"며 정치에 뜻이 없음을 거듭 밝혔다.ⓒ 민중의소리 김보성기자


선거 출마는 여전히 고사, 친노진영에는 “자꾸 쪼개져선 안돼”

물 한모금만 마셨을 뿐 쉴틈없이 진행된 강연이 끝나자 문 전 실장에게 강의 수강생들의 민감한 질문이 쏟아졌다. 이에 질문을 추려내느라 주최측이 애를 먹기도. 그 중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의사를 묻는 질문에 그는 여전히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여러번 제 생각을 밝혔는데 저는 정치는 전혀 할 생각이 없다. 어떤 시대적 대의를 따라야 하지 않냐, 개인적으로 편하려고 하는것 아니냐는 비판을 들을 지 몰라도 제가 하기 힘든 것은 어쩔 방법이 없다. 양산 선거도 선대위원장을 맡았지만 그런 입장을 가지고 임했고, 할 수 있는 것만큼 했다. 앞으로 지방선거도 마찬가지다. 이 부분에 대해서 저 한테 거는 기대가 너무 과분한 것 같다.”

최근 친노진영의 정치적 행보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 그는 “정치에 참여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뭐라고 말할 처지가 아니다”며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도 그는 “소박하게 말하자면 나뉘어지는게 아니라 합치는 방향으로 힘을 모아야 한다”며 “민주당이 기왕 야당 역할을 하고 있으니 친노진영과 물론, 더 진보적인 정당, 시민사회까지 이명박 정부의 반민주적 행태에 연합해서 맞설 필요가 있다”고 견해를 전했다. 덧붙여 정치적으로 자꾸 쪼개져서는 안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그는 “노 대통령의 정치적 유지와 가치, 정신이 계승될 필요가 있지만 이것은 국민들 속에 진보적 민주주의가 받아들여지고 대세가 이루어질때 되는 것”이라며 “(노 전 대통령과)가까웠던 사람들이 국회의원이 되고 정치적으로 성공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