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자 필요 없는 병원 ‘내년 예산 0원’
복지부 34억 배정 없던 일로…도입 무산 위기
“국외환자 유치사업엔 100억 쓴다면서” 반발 





  
“병원에 몸져누워 계신 어머니 때문에 늘 마음이 무거웠는데, 요즘 정말 편하게 일하고 있어요.”
경남 양산시에 사는 이연희씨는 “전문 간병인이 어머니를 잘 보살펴주고, 비용도 많이 들지 않으니 서민 처지에서는 고마울 뿐”이라며 ‘보호자 없는 병원’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씨의 어머니 정순조(84)씨는 치매가 있는데다 최근 허리까지 다쳐 지난 1일 양산의 한 병원에 입원했다. 이 병원은 2개 병실에서 ‘보호자 없는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보호자 없는 병원은 환자 가족이 병실에 머물면서 환자를 돌볼 필요없이 국가가 간병 비용을 보조하고 병원에서 간병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이씨는 “보통 간병비가 하루에 6만원(월 180만원)으로 병원비까지 부담하려면 어려움이 컸는데, 이 병원은 간병비가 2만5000원밖에 안 된다”며 “다른 병원에 입원하려다 이런 서비스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이곳에 왔다”고 했다.

양산에서는 이 병원을 포함해 두 곳이 ‘보호자 없는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전국실업극복단체연대 소속인 양산노동복지센터의 역할이 컸다. 센터는 노동부의 사회적일자리 지원비에다 환자들의 부담금을 더해 간병인 임금(월 130만원)을 충당하고 있다. 센터에서 이 서비스를 맡고 있는 소지훈씨는 “사회적일자리는 한시적 사업인 만큼 하루빨리 정책으로 자리를 잡아야 한다”며 “2007년 시범사업을 해본 결과 만족도가 높았고 일부 병원에서 시행까지 하고 있는데,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가족부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복지부도 뒤늦게 ‘보호자 없는 병원’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내년 예산안에 34억원을 배정하기로 했지만, 기획재정부와의 협의과정에서 예산이 전액 삭감됐다. 이 때문에 보건의료노조와 전국여성연대, 한국백혈병환우회 등은 ‘보호자 없는 병원 실현을 위한 연석회의’를 꾸리는 등 반발하고 있다. 전혜숙(민주당)·곽정숙(민주노동당) 의원 등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 소속 일부 의원들도 ‘보호자 없는 병원’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이주호 보건의료노조 전략기획단장은 “논란이 많은 국외환자 유치 사업에 100억원을 새로 배정하면서 누구나 필요성을 인정하는 ‘보호자 없는 병원’ 예산을 전액 삭감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간호 인력 보강이 핵심인 이 사업은 양질의 일자리 창출은 물론 개별 간병의 부담 경감, 의료서비스 질 향상 등 ‘1석3조’의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