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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오전 2시30분쯤 서울 신촌의 유흥가. 정부의 야간조명 규제 정책에도 불구하고 불이 훤히 밝혀져 있다. [김태성 기자]

“지하에서 영업하는 집인데 간판 불을 끄라뇨. 장사하지 말라는 얘기 아닙니까.”

20일 오전 2시10분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A단란주점. 지하 1층에 주점이 자리 잡은 건물 바깥에는 네온사인 간판이 번쩍이고 있었다. 사장 최모(32)씨는 “2주간 단속 한 번 안 걸렸다”고 했다. 10분이 흐른 뒤에도 A주점의 네온사인은 꺼지지 않았다. A주점 간판 바로 옆에는 대형 고깃집 간판이 불을 환하게 밝히고 있었다.

강남구청 담당 공무원은 이날 기자에게 “지난 2주간 과태료가 부과된 업소는 단 한 곳도 없었다”며 “야간조명 제한은 비교적 잘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달 27일 에너지 위기경보를 ‘주의’로 격상하고 고유가대책으로 지난 8일 0시부터 야간조명 제한 집중단속에 들어갔다.

 A주점과 같은 유흥업소의 경우 오전 2시 이후 옥외간판을 켜 놓은 게 적발되면 위반 횟수에 따라 50만~300만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그러나 단속 2주가 다 돼 가도록 실제 적발건수는 미미한 실정이다. 강남구뿐 아니라 유흥업소가 많은 중구 역시 지금까지 과태료 부과 건수가 단 한 건도 없었다.

 과태료가 무서운 상인들은 대체로 ‘울며 겨자 먹기’로 정부 대책에 따르고 있다. 상당수 상인은 “단속 이후 간판 불을 켜지 못해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20일 새벽 북창동에서 만난 유흥업소 직원 김모(31)씨는 “오전 2시만 되면 손님들이 사라져 호객꾼들 사이에서는 ‘2시 신데렐라’라는 말까지 생겼다”며 “예전에 비해 영업실적이 30% 정도 줄었다”고 했다. 역삼동에서 안마시술소를 운영하는 이모(38·여)씨는 “외국 관광객 대상으로 한 야간업소들이 영업을 못 하면 국가 차원의 손실 아니냐”고 반문했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이러한 지역상인들의 반발기류를 감안해 단속 강도를 낮추는 분위기다. 담당 공무원들에게 개인적인 의견을 물어보면 “솔직히 쇼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했다. 한 공무원은 “세금 내는 업주들의 생업을 단속해야 하는 것은 고역에 가깝다”며 “적발되더라도 ‘빨리 끄라’고 계도에 그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강남구는 단속 첫날인 8일 30여 명의 단속인원을 동원했으나 20일엔 2개조, 6명을 단속에 투입했다. 영등포구의 경우 근무상 어려움을 이유로 주말을 낀 20일과 21일 새벽은 단속을 실시하지 않았다.

 애매한 단속기준도 문제다. 일반음식점으로 분류되는 고깃집이나 바, 주점과 노래방 등은 권고 대상으로 분류돼 과태료를 물지 않는다. 골프연습장의 경우 실외골프장만 단속 대상이어서 실내골프장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에너지시민연대 정희정 사무처장은 “일본의 경우 대지진 이전부터 ‘에코(Eco·환경) 온도를 설정해 에너지 절약정책을 펴면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한다”며 “고유가일 때만 반짝단속에 나설 게 아니라 좀 더 지속 가능한 에너지 절감대책을 마련해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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