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딴 마을, 누가 청산가리를 탔을까



보령 산골서 주민 16명중 3명 독살… 미스터리 50일째


대부분 40년 함께 산 노인 경찰, 단서·용의점 못찾아


이웃들은 의심살까 쉬쉬 마을 불신·불안에 휩싸여




외딴 마을은 괴괴했다. 15일 오후 충남 보령시 청소면 오서산 기슭 성골마을. 청소면 소재지인 진죽리에서 자동차로 10분쯤 더 들어가는 곳에 있는 동네다. 폭 2m 아스팔트 길 양옆으로 자리 잡은 단층 집 12채의 대문은 모두 닫혀 있었다. 대문 너머로 보이는 마루나 마당의 평상에도 바깥에 내놓은 물건이나 음식물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이 마을에는 1시간30분 간격으로 하루 여섯번 버스가 들어온다. 집배원, LP가스 배달원, 인근 오서산을 찾는 등산객 10여명을 제외하면 외지인의 방문은 거의 없다. 마을 사람들은 대부분 60~80대다. 40년 이상 인접한 논밭을 일구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나이를 먹었다. 두 달 전까지만 해도 주민들은 집을 비울 때 문을 열어놓고 다녔다. 길 가다 목이 타면 아무 집에나 불쑥 들어가 막걸리도 꺼내 먹고 화장실도 사용했다.

하지만 지난 4월 29일 이후 모든 것이 변했다. 마을 사람 16명 가운데 3명이 하룻밤 사이에 독극물을 먹고 사망한 것이다. 자살일 가능성은 희박했다. 외지인이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도 작다고 경찰은 판단했다. 사건이 발생한 것은 한밤중이다. 평소 해가 진 뒤 이 마을을 방문하는 외지인은 거의 없다. 경찰이 마을 사람들을 전수 조사했지만 사건 당일 마을에서 수상한 누군가를 봤다는 진술은 나오지 않았다. 그렇다면 내부인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경찰은 주민들 알리바이를 집중 추궁했다. 그러나 누구에게서도 뚜렷한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

그 뒤 50일이 흘렀지만 수사는 진척이 없다. 그러는 사이 마을은 과거와 달라졌다. 주민 A씨는 "그런 일이 일어나고 며칠 동안은 문밖으로 안 나갔다"고 했다. "예전에는 일하다가도 하루에 한두 번씩 함께 모여 커피를 마시기도 했시유. 요즘은 다들 자기 집에서 쉰당께유."

숨진 주민 3명은 강모(81)씨 부부와 정모(여·73)씨다. 정씨는 4월 29일 오후 11시에, 강씨 부부는 이튿날 오전 11시에 각각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망 당일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강씨 부부와 정씨는 다른 주민 3명과 함께 충남 태안에서 열린 꽃박람회에 다녀왔다. 나들이를 마친 일행은 청소면 진죽리에서 설렁탕을 먹은 뒤 마을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이들은 오후 7시40분쯤 마을입구 정류장에 내려서 200~300m쯤 떨어진 각자 집으로 흩어졌다.






사건 발생 이후, 보령경찰서는 형사 19명으로 수사팀을 꾸리고, 청소면 치안센터에 본부를 차렸다. 부검 결과 이들의 위에서 청산가리가 검출됐다. 다른 외상은 없었다.

경찰은 사망자들이 들른 식당에서 이들이 먹고 마시던 농어·광어회·설렁탕·우럭매운탕과 떡·음료수·과일 등 음식물 25점을 걷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보냈지만 청산가리는 나오지 않았다. 마을 주민들의 집과 인근 상가를 뒤져도 청산가리는 없었다. 사고 현장의 유류품을 모두 수거해 감식했지만 마을 사람들 지문 외에 다른 지문은 나오지 않았다.

경찰은 "외지인의 출입이 없었다는 점을 전제로, 사망자들의 세세한 습관이나 행동패턴을 알고 있는 내부인이 몰래 청산가리를 음식이나 음료에 탔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청산가리는 극소량만 섭취해도 바로 목숨을 잃을 수 있는 맹독이다.

주민 13명의 사건 당일 행적에도 결정적인 단서는 없다. 사망자 중 정씨를 처음 발견했던 정씨의 남편 이모(72)씨는 "아내가 놀러 간 뒤 온종일 집에 있다가, 오후 8시쯤 인근 농장에 가서 닭과 개를 돌봤다"며 "오후 11시에 들어왔더니 아내가 쓰러져 있었다"고 했다.

사망자들과 함께 야유회를 다녀온 주민 3명은 각자 집에 돌아가자마자 피곤해서 곧바로 잠자리에 들었다고 했다. 이들의 집을 드나든 사람을 봤다는 목격자도 없다. 시골 마을이라 CC(폐쇄회로)TV가 한 대도 없어 경찰이 사건 당일 행적에 대한 마을 사람들의 진술을 확인할 수 없다.

경찰대 행정학과 표창원(43) 교수는 "독극물을 사용한 살인사건의 경우 범인의 몸에 독극물을 사용한 흔적이 남지 않아, 독극물 구입처나 보관장소 등을 밝혀내지 않으면 용의자를 특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현장에서 물적 증거가 나오지 않으면 피해자 주변 인물들의 진술을 통해 살해 동기가 있는 이들을 좁혀 나가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경찰은 마을 사람들이 사망자들에 얽힌 재산 갈등이나 치정 관계 등을 적극적으로 진술하지 않고 있다고 보고 있다. 혹시라도 입을 잘못 놀렸다가 수십 년 동안 함께 지낸 이웃사촌이 억울하게 궁지에 몰리게 될까 봐, 또 그로 인해 자신이 불이익을 겪게 될까 봐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최성재(63) 교수는 "오랫동안 알고 지내온 노인 공동체에서 이런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난다"며 "폐쇄적인 시골마을에서 평생 살아온 노인들의 경우 공동체에서 배제되면 외톨이 신세를 면할 수 없어 더욱 말을 아끼려 들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사건 발생 50일이 되도록 수사에 진척이 없자 마을 사람들의 의심과 불안도 점점 커지고 있다. 주민 B씨는 "사건 당일 오전에 아파서 병원에 갔다가 5일 동안 입원했다"며 "그 바람에 장례식에 못 갔더니 주위에서 '켕기는 게 있어서 그런 것 아니냐'는 말이 들리더라"고 했다. 주민 C씨는 "서울에 있는 아들이 범인 잡힐 때까지 서울에 와 있으라고 했는데 괜한 의심을 받을까 봐 가지도 못 하겠다"며 "누가 청산가리 탈까 봐 무서워 밖에 아무것도 못 내놓겠다"고 했다.






무슨 영화같아요 ㅠㅠㅠㅠㅠㅠㅠ무섭네요

어르신들이 불안해도 의심받을까봐 나오지도 못하시고;;;;

범인 빨리 잡혔으면...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