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한국서 ‘약진’… 현대차 일본서 ‘후진’



20일 서울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리는 '도요타' 브랜드 출범 행사를 앞두고 국내 자동차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이날 출시될 캠리, 캠리 하이브리드, 프리우스, RAV4 등 네 모델은 3000만∼4000만원대 대중차다.

2001년 고급 브랜드 '렉서스'로 한국에 진출한 지 9년 만에 탐색전을 끝내고 도요타란 '본명'을 앞세워 본격 공략에 나서는 것이다. 쏘나타를 겨냥한 캠리-프리우스 라인업에 '도요타의 한국 공습'이란 표현까지 등장했다. 경쟁 수입차들은 일제히 가격을 내리며 긴장하고 있다.

렉서스가 한국에 들어오던 해 현대차도 일본으로 갔다. 똑같이 9년이 흐른 지난달 현대차는 일본에서 겨우 11대를 팔았다. 1년에 600만대가 팔리는 시장에서 현대차 월 판매량이 두 자릿수로 떨어진 것은 지난 5월부터다.

3월 178대, 4월 175대에서 5월 16대로 추락하더니 6월 27대, 7월 15대, 8월 13대의 '개점휴업' 상태가 이어졌다. 특별한 시장 요인이 없는데 판매량이 급감하자 현대차가 일본 시장에서 철수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마저 나돌고 있다.

연도별 판매량도 2004년 2524대를 정점으로 매년 하락해 지난해 501대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4월엔 주력 차종인 아반떼와 쏘나타의 일본 판매를 중단했다. 잘 팔리지 않던 두 모델 대신 소형차 i30을 투입하고 올 초 대형버스인 유니버스까지 출시했지만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2007년 말부터 현지 직원도 기존의 절반 수준인 20여명으로 줄였다. 현재 판매되는 차종은 클릭 i30 투싼 그랜저와 쏘나타 재고 물량이다.

세계 각지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두 기업의 적진 공략전은 도요타가 완승했다. 도요타는 반일감정을 우려해 일본색 짙은 '도요타' 대신 '렉서스'란 이름을 달고, 큰 차를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 성향에 맞춰 고가의 차종으로 상륙했다. 전략은 들어맞았다.

한국 진출 첫해 841대가 팔린 렉서스는 2004년 5362대로 증가한 뒤 연간 판매량 6000∼7000대를 유지하고 있다. 뒤를 이어 진출한 혼다와 닛산의 선전에 일본차 거부감이 희석됐음을 확인하고 대중차 시장에 뛰어든 것이다.

캠리와 프리우스 가격은 3000만원대 중후반에서 책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일본 판매 1위를 기록한 하이브리드차 프리우스는 연비가 ℓ당 38㎞(일본 기준)나 된다.

일본 자동차 시장은 외국차의 '무덤'으로 불린다. 소비자의 국산차 선호도가 매우 높고, 소형차와 경차 비율이 전체 시장의 30%에 육박한다. '골목길을 지나 좁은 집의 작은 주차장에 쉽게 세울 수 있는' 차가 많이 팔린다. 이런 시장에 진출한 현대차의 준중형 아반떼, 중형 쏘나타, 대형 그랜저는 맥을 못췄다. 2005년 한류 스타 배용준을 광고 모델로 내세워 대대적인 쏘나타 마케팅에 나섰지만 여성팬들은 지갑을 열지 않았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대부분 경차를 타는 일본 아줌마들에게 집 주차장에 들어가지도 않는 쏘나타를 팔려니 안 될 수밖에 없었다"며 "소형차 클릭과 i30도 일본 경쟁 차종보다 연비가 뒤진다"고 말했다.

일본은 중국과 미국에 이어 세번째로 큰 자동차 시장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난 7월 "소형차 I20와 제네시스 쿠페를 내년 이후 일본에 출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재도전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기계산업팀장은 "일본은 현대차가 유일하게 실패한 시장이지만 포기할 수도 없는 곳"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