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바이어, 새우버거에 '떡실신'

외국인 놀라게 하는 우리 기술... 남미인은 DMB 보고, 유럽인은 '포샵'에 놀라


09.05.01 13:03 ㅣ최종 업데이트 09.05.01 17:45





▲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업무의 영역상 늘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은 매력적이고 감사한 일이다. 특히 외국인 바이어 의전관광 코디네이터로 근무하는 필자처럼 외국인들을 많이 접하다 보면, 한국에서도 다양한 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그만큼 경험의 폭이 넓어진다.

최근 누리꾼들에게 '떡실신' 시리즈가 회자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주변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외국인 바이어들이 한국 문화를 접할 때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알고 싶어 하는 질문을 자주 받곤 한다.

"외국사람들이 '새콤달콤'에 떡실신 한다는데 정말 그래?", "젓가락이랑 숟가락을 한 손에 잡는 걸 보고 외국인들이 떡실신 했다는데, 그 사람들도 일식집 가면 젓가락질 잘하잖아?" 등등…. 질문의 요지는 외국인은, 특히 외국인 바이어나 VIP들은 언제 '떡실신' 하냐는 것이다.

떡실신이란, 강조의 의미로 사용되는 '떡'이란 접두사와 '실신'할 정도로 놀랐다는 의미에서 합해진 단어다. 어떤 상황이나 사건에 굉장히 놀랐다는 표현에 사용된다. 이 '떡실신 시리즈'는 자신을 미대생이라 밝힌 우리 유학생이, 자신이 가져간 한국 물건들을 보고 외국인 친구들이 신기해 했다는 이야기를 인터넷에 올리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친구들 앞에서 '새콤달콤'을 맛보였더니 뉴욕 땅에서 신(神)으로 등극", "컬러샤프 심을 본 외국 친구들이 완전 신기해 하며 기절했다" 등 우리에겐 아무렇지 않은 우리의 소품과 먹거리 등등이 의외로 외국인들의 눈에는 실신할 정도로 놀라운 기술력으로 비쳐진다는 것이다.

외국인 바이어들을 많이 접하다 보니, 필자 역시 우리에게는 너무나 일상적인 것들에 의외로 바이어들이 깜짝 놀라면서 좋아하거나 감동하는 '떡실신' 상황을 많이 경험한다. 교역이나 협상 등 비즈니스 때문에 한국을 방한하는 바이어들인 만큼, 그들의 출신국가별 떡실신 세계를 정리해 봤다.


[중동 바이어] 새우버거 맛보고 '떡실신'


바이어들이 가장 많이 떡실신 할 때는 경험적으로 우리 음식 앞에서다. 다채로운 색상과 가지 수만으로도 눈길을 사로잡는 한정식은 까다로운 VIP 관광객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일등 공신이다. 특히 뱃속 가득 찹쌀과 약재 등을 가득 품고 고고한 자태 뽐내주시는 삼계탕은 단연 인기다.


뽀얀 삼계탕 국물에 폭 잠긴 살코기를 살뜰하게 벗겨먹고 통통한 배 가르니, 한약냄새 솔솔 풍기는 잘 익은 인삼과 달달한 대추, 구수한 찹쌀을 발견했을 때의 그 짜릿함이란. 삼계탕의 발칙한 반전에 외국인 바이어들은 국적을 막론하고 떡실신!


흔히 VIP나 바이어들은 고급 한정식들만 찾아갈 것으로 생각하기 일쑤다. 그러나 외국인 관광객들의 한국음식 사랑은 패스트푸드도 예외는 아니다. 야채를 넣고 가볍게 볶은 짭짤한 볶음밥에 달달한 양념불고기를 곁들인 한끼 식사 '야채 라이스 버거'나 외국 패스트푸드 점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새우버거는 중동 바이어들에게는 떡실신 단골 메뉴다.

새우버거 한 입 가득 베어 문 중동 바이어들 하는 주요 표현 "it's really gorgeous"(번역하면 "완전 맛있다" 정도의 표현이다).


[미국 바이어] 체했을 때 손가락 따주자 떡실신



▲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음식 관련 한 가지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  매사 과유불급이라 않든가. 처음 접한 한국음식에 반해 식탐을 부리던 미국 바이어 중 한 명이 끝내는 탈이 났다.

하얗게 질린 얼굴로 식은땀만 흘리는 바이어를 보고 구급상자에서 소화제를 꺼내는 대신 가방 앞에 넣어둔 휴대용 바느질 통을 꺼냈다. 어릴 적 체기가 있을 때마다 할머니께서 엄지손가락을 따주시던 기억을 더듬어 무작정 바늘을 들고 달려들었다.

바늘과 손가락의 원활한 접신을 위해 자연산 머리기름 곱게 발라주시고 '돌진'! 비위생적인 의료기구(?)와 솟구치는 검은 피를 보며 경악하던 바이어는 그 한방의 효과에 떡실신. 누군가 '새콤달콤' 하나로 머나먼 뉴욕을 접수했다면, 나는 한 뼘 남짓한 바늘 하나로 6명의 미국 바이어들을 완전히 평정했다.


[남미 바이어] DMB폰 보고 떡실신


TV시청에서부터 이메일 체크와 인터넷 뱅킹, 사진 찍기, TV 시청까지 가능한 우리 핸드폰은 외국인 바이어들에게는 줄곧 변신 로봇으로 비쳐지는 듯하다. 의전서비스 중에 틈틈이 DMB폰으로 날씨 정보나 교통 정보 등을 확인하며 업무에 만전을 기하곤 한다.

남미나 아프리카 지역에서 온 바이어들의 경우 거의 100% 이상 필자가 요리조리 활용하는 DMB폰에 늘 기대 이상의 흥미를 보인다. 행여 필자가 TV시청 도중 친구와 영상통화라도 하면 신대륙을 발견한 콜롬보스 마냥 흠칫 놀라곤 한다.

우쭐한 마음에 전화기 뒷면에 달린 카메라로 셀카까지 선보이면 거의 대부분 떡실신. 움직이며 일당 백을 해내는, 손바닥보다 작은 핸드폰을 본 바이어들의 표정은 '이건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유럽 바이어] '포샵' 앨범 보고 떡실신


사실 한국의 자랑스러운 IT 기술은 협상이나 의전관광을 마치고 귀국하는 바이어들의 깜짝 기념품에서도 빛을 발한다.

바이어들을 의전관광하는 동안 틈틈히 스냅사진을 찍어, 우리나라에서의 좋은 기억들을 오래오래 간직하라는 의미에서 사진첩을 준비하는 필자는 늘  포토샵 잔기술을 빌려 바이어들을 날렵한 턱과 또렷한 눈매의 소유자로 변신시킨 후 작은 포토 앨범을 선물했다.

그래픽 전문가가 아닌 필자의 엉성한 손으로 제작하는 포토샵 앨범은 특히 유럽 바이어들에게 반응이 뜨겁다. 필자의 잔기술에도 연신 감탄하던 바이어들 중에는 일정상 들르지 못해 아쉬웠던 DMZ 배경을 합성한 마지막 사진을 보고 한국의 사진기술에 또 한 번 떡실신.

사실 외국인 바이어들과 접하다 보면 재미있는 에피소드도가 무척 많다. 바이어들이 떡실신 할 때마다 웬지 모르게 은근 우리의 기술이나 문화가 자랑스러워지고 가끔 가슴까지 뻐근해질도록 뿌듯한 걸 보면, 필자는 지난 월드컵 때 "대~한~민~국"을 외쳐댔던 열혈 시민 맞는 것 같다.

외국인들이 떡실신하게 만드는 우리 기술력, 우리 일상에서는 너무 익숙해 버린 그 기술력들이 사실은 매우 고맙다.




양념치킨 먹으면 그냥 그자리에서 자리깔고 살텐ㄷㅔ..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