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엄친아… 열라 좋다… 안습 아니네…
젊은 세대 트렌드 지나치게 의식 한글 파괴하는 비속어·유행어 난무
"영화몰입 되레 방해" 관객들 불만, 일부 네티즌 번역가 교체 요구도


#"난 완전 엄친아다" "고딩얼짱들에 완소남녀는 기본이다" "열라 좋다"(영화 'S러버'中)

#"성격이 중요하다? 다 구라에요. 터질듯한 가슴과 육덕진 엉덩이가 남자를 붙잡는 확실한 무기죠" "얼굴 안습 아니네(You're not ugly at all)"(영화 '어글리 트루스'中)

'제 2의 창작'이라고 할 만큼 어려운 번역. 의역과 직역 사이를 넘나드는 번역은 원본과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에 적당한 선에서 줄타기를 해야 한다. 그런데 최근 영화 스크린에서 펼쳐지는 '제2의 창작'의 수위가 아슬아슬하다.

영화 자막의 특성인 '간결함'과 주 관람 층인 젊은 세대의 트렌드를 동시에 반영하려다 보니 지나친 의역뿐 아니라 유행어나 비속어까지 스크린에 공공연히 등장하고 있다. 영화 흐름을 이해하도록 도와야 하는 자막이 관객의 영화몰입을 방해하는 경우가 빈번해지는가 하면, 한글을 파괴하는 수준에 까지 이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영화 번역에 대한 논란은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2006년 개봉한 '박물관이 살아있다'의 자막에는 당시 인기 있던 개그 프로그램의 캐릭터 '마빡이'가 등장했고 "열라 짬뽕나" 같은 유행어가 등장했다.

2007년 개봉했던 '마리 앙투와네트' 역시 역사극에 '대략 난감' 같은 인터넷 용어가 등장해 관객을 당혹케 했다. 지난 6월에 개봉했던 '트랜스포머'는 소규모였지만 인터넷에서 번역가 퇴출 운동까지 불러일으킨 바 있다.

이 같은 불만의 목소리는 관객들의 외국어 수준이 향상되고 외화를 접하는 빈도수가 잦아지면서 더욱 심화되고 있다. 오는 12월 개봉할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영화 '아바타'를 지나친 의역으로 지적을 받았던 한 번역가가 맡았다고 소문이 나 인터넷 상에서 번역가의 교체를 요구하는 일도 있었다.

영화 번역의 수위는 대사의 압축과정과 영화사의 주문을 통해 결정된다. 자막 한 줄에 들어갈 수 있는 글자수가 한정 돼 있기에 영화 번역에는 많은 압축이 필요하다. 대사 전체를 짧은 글자수 안에 모두 집어넣기 어렵기에 지나친 의역이 있을 수 있다는 게 번역가들의 설명이다.

영화사 마다 요구하는 번역 스타일도 달라서 대사의 의미 전달에 중점을 두는 영화사가 있는 반면, 영화 흐름을 위해 어느 정도 비속어나 유행어의 사용은 관객의 몰입을 오히려 강화 시킨다고 생각하는 영화사도 있다.

현재 비속어나 유행어 번역에 대한 감수는 거의 없는 상황이다. 자체적으로 관객들의 반응을 보고 오역을 수정하긴 하지만 비속어나 유행어를 수정하는 것은 전적으로 영화사나 번역가의 몫이다.

소수의 번역가에게 일이 몰려 있는 번역계의 현실에도 문제가 있다. 현재 영화 번역계에는 김은주, 박지훈, 홍주희, 성지원, 이진영씨 등의 번역가들이 활동 중이다. 영화 번역은 주로 워너브라더스, UPI, 20세기 폭스 등 직배(直配)사나 일반 수입사가 번역가에게 의뢰를 해 이루어지는데 보통 한 수입사는 같은 번역가와 오래도록 일하는 경우가 많다. 관행처럼 굳어 있는 번역계에 실력있는 신진 번역가들이 끼어들 틈이 없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번역에 주어지는 시간은 보통 1주일 남짓인데 신인 번역가에게 시간과 비용을 들여 원하는 방향의 번역을 얻어내기에는 위험이 따르기 때문에 기존에 함께 일했던 번역가에게 계속 일을 맡긴다고 한다. 따라서 국내에서는 4∼5명의 번역가가 주요 외화 대부분의 번역을 맡고 있는 셈이다. 심지어 모 번역가는 향후 2개월간 스케줄이 꽉 차 있을 정도로 많은 영화의 번역을 도맡고 있다.

영어가 아닌 제 2외국어의 경우는 이런 '독식' 현상이 더 심하다. 중국어 영상번역가를 준비중인 김하은씨(26)는 "번역가가 되기 위해서 대학원을 다니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 역시 실력을 배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맥을 쌓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그는 이어 "영화 번역은 문이 워낙 좁아서 발을 집어넣기가 힘들다"며 "그래도 한번만 제대로 하면 그냥 계속 쓰는 경우가 많아서 다들 미련을 못 버린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