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은 1년 半동안 맞고 다녔는데 학교측은 "해 줄 수 있는 게 없다"

 

경기도 포천에 사는 김민주(10·가명)양은 항우울제와 신경안정제·수면안정제를 매일 4알씩 먹는다. 학교 폭력으로 심각한 우울증과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는 거의 매일 20층 건물 옥상에서 떨어져 죽는 악몽을 꾸고 있다. "지희(11·가명) 언니가 매일 꿈에 나와 뒤에서 나를 밀어 떨어뜨려요. 너무 무서워요."

지희는 민주와 같은 T초등학교 1년 선배 언니였다. 민주는 2학년이던 2008년 3월, 2·3학년 합동으로 진행되는 '학력신장교실'이라는 방과후 수업에서 지희를 처음 만났다.

민주는 이때부터 지희에게 맞기 시작했다. 지희는 또래보다 체격이 작은 민주를 수업이 끝나면 학교 화장실로 데리고 가 주먹과 발로 가슴과 옆구리 등을 마구 때렸다. 특별한 이유도 없었다. 민주가 소리내어 울면 "조용히 못 하냐"며 또 때렸고, "엄마한테 말하면 죽여버린다"고 협박했다고 한다. 당시 폭행장면을 목격한 민주 친구 신미란(10·가명)양은 진술서에서 "지희 언니가 민주 신체의 어느 부위를 무엇으로 때렸나요?"라는 질문에 "머리·다리·배·머리카락 당기기·얼굴을 주먹·발·손바닥으로 때어요(때렸어요)"라고 답했다. "민주는 폭행당하면서 어떻게 했나요"라는 질문에는 "울었어요"라고 썼다.

 

민주 어머니 박연순(41·가명)씨는 "딸 목욕시킬 때 몸에 있는 멍을 발견했지만 '넘어졌다'고 말해 이상하다고 여겼을 뿐, 맞아서 생긴 멍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민주가 혼자 중얼거리고 산만한 모습을 보여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검사도 받았지만, 결과는 정상으로 나왔다.

 

 

부모는 작년 8월 13일에야 모든 사실을 알았다. 학력신장교실 수업을 받고 온 민주가 잠자기 전 호흡곤란과 가슴통증을 호소해 응급실에 실려갔다가 의사로부터 "몸에 있는 멍은 맞아서 생긴 것으로 보인다"는 말을 들은 것이다."아픈 아이를 달래서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물어보니 2학년 때부터 매일 맞았다는 얘기를 그제서야 하더군요. 딸의 말을 듣고 그대로 주저앉아 버렸습니다." 민주는 2년 이상의 정신과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도 받았다. 민주가 1년 5개월이나 맞고 다닌 뒤였다.

하지만 학교 반응은 냉담했다. 박씨는 민주가 응급실에 실려간 다음날 오전 교감에게 전화했지만 "수업시간에 일어난 일이 아니라서 학교가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말만 들었다고 한다. 경기도포천교육청 등에 박씨가 항의를 한 끝에 2009년 8월 21일 학교에서 폭력대책자치위원회가 열렸다. 하지만 민주의 학교 교감이 위원장을 맡은 위원회는 가해학생에 대해 6개월간 봉사활동을 하도록 하고, 가해학생 측이 피해학생 측에게 병원치료비 100만원을 주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지희는 다음달 열린 2차 위원회 결정에 따라 곧바로 인근학교로 전학했다.

학교측은 이 사건이 확대되는 걸 못마땅해하고 있다. 민주가 다니는 초등학교 교감은 "지희와 민주가 같이 놀고 밀기도 하면서 폭행이 3~4번 있었던 걸로 알고 있다"며 "민주는 폭행을 당하기 전에도 수업태도가 안 좋았는데, 피해자 학부모가 아이를 정신병원에 데려가면서 일을 키우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의 1학년 생활통지표에 나와있는 '선생님에게 친근감을 가지고 예절 바르게 행동하며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냄'이라는 담임교사의 평가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는 "생활통지표가 전부는 아니잖으냐"라고 오히려 반문했다.

박씨 가족은 민주 치료비로 지난 6개월여 동안 1000만원을 넘게 썼지만, 학교측은 가해학생과 알아서 해결하라는 입장이다. 박씨는 "교육과학기술부는 학교안전공제회가 치료비를 줄 수 있다고 하는데, 정작 학교는 '그런 건 없다'고 하고 있다"고 했다. 학교안전공제중앙회에 따르면 교내에서 일어난 학교폭력 사건의 피해자는 해당 지역의 학교안전공제회 심사를 거치면 치료비를 받을 수 있다. 박씨는 "아무것도 모르는 초등학교 2학년 아이가 교내 화장실에서 수도 없이 폭행을 당한 것에 대해 학교는 왜 책임이 없다는 건지 묻고 싶다"며 "학교는 우리 아이에게 또 다른 가해자"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민주 가슴 속에는 자신을 때린 지희에 대한 분노가 깊이 남아 있었다. 민주는 "저도 똑같이 언니 욕하고 패고 싶어요"라며 "언니가 감옥에서 20년 살았으면 좋겠어요"라고 했다. 당시 상황에 대한 질문이 4~5분 정도 이어지자 민주는 숨을 헐떡였고, 이내 엄마 품으로 달려가 얼굴을 묻고 눈물을 쏟았다. 민주의 머리를 쓰다듬는 엄마 박씨의 손이 파르르 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