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저인망식 투망을 던져 하나씩 새로운 사실이 나올 때마다 전리품이나 되는 양, 언론에 흘려 여론을 들끓게 했고, 이런 검찰의 수사태도는 마치 고양이가 쥐 다루듯 하는 모양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와 관련, 대법관 출신인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는 31일 당 5역 회의에서 “그동안 검찰이 정도(正道)를 벗어나 무리한 수사를 하면서 잘못된 언론플레이를 해왔다”며 이 같이 검찰의 무리한 수사를 강하게 질타했다.
    
그는 먼저 “지난 1주일 동안은 눈을 들어 푸르른 신록을 바라보기도 힘들 정도로 고통스러운 나날이었다”며 “전직 대통령의 자살이라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사건을 두고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각각 당리당략에 따라 그 효과를 극대화하려 하고 있지만, 어떤 경우에도 이번 사건을 정치 쟁점화하거나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곧바로 검찰에 화살을 겨냥했다. 이 총재는 “전직 대통령이나 대선후보자에 관한 수사는 수사를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 사회에 미치는 정치ㆍ경제ㆍ사회적 파급효과가 엄청나기 때문에, 사전에 철저한 준비를 해서 비밀을 유지하며 기민하게 수사를 한 후, 수사결과도 아주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면 최종 수사결과 발표만으로 깔끔하게 마무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런데 검찰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하면서 정확한 단서나 확실한 혐의를 잡고 수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저인망식 투망을 던져 하나씩 새로운 사실이 나올 때마다 전리품이나 되는 양, 그 사실을 언론에 흘려 여론을 들끓게 했다”고 질타했다.

특히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는 지지부진하면서, 죽은 권력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잔인할 정도였고, 이러한 검찰의 수사태도는 마치 고양이가 쥐 다루듯 하는 모양이었다”고 검찰에 직격탄을 날렸다.

이 총재는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형사상 피의사실 공표죄를 논하기 이전에 검찰은 최소한의 금도(衿道)도 지키지 않았다”며 “이 부분에 대한 책임은 분명히 검찰총장이 져야 할 것”이라고 임채진 검찰총장을 정조준했다.

다만 그는 “그에 앞서 검찰이 먼저 그동안 수사진행 상황과 편파 과도수사의 의혹에 대해 국민 앞에 해명하기 바란다”며 “그런 연후에 검찰의 책임소재와 책임범위가 보다 분명 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박연차씨와 관련된 남은 수사는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공정하고도 추상같은 수사를 해야 한다”며 “또다시 죽은 권력에게만 칼을 들이대면서 지지부진한 수사를 할 경우 자유선진당이 나서서 법과 제도가 규정하고 있는 모든 수단을 최대한 활용해 검찰을 문제 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총재는 특검도입이나 국정조사에 대해서는 검찰의 수사의지와 태도를 지켜봐야 한다며 입장 표명을 유보했다.

◆ “정치보복수사 근절돼야…이명박 대통령 대국민 담화 발표해야”
이와 함께 이 총재는 이명박 대통령에게도 화살을 돌렸다. 그는 “돌이켜 보면,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 등 역대 대통령들이 모두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입으로는 정치보복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사실은 모두가 하나같이 정치보복을 하기 위해 무리한 수사를 해 왔다”고 비판했다.

이어 “심지어 패배한 대선후보자까지 샅샅이 뒤져 집요하게 정치보복을 하며 사회에서 매장하려 했고, 바로 그 피해자가 저 자신”이라며 “이제 우리 정치가 한 단계 더 발전하고 성숙하기 위해서는 정치보복수사는 근절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총재는 “그런 점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굳은 의지를 밝히는 담화문을 하루 속히 발표하는 것이 민의를 수습하고 불필요한 논란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첩경이 될 것”이라며 “그리고 이 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거치면서 이 정권이 얼마나 국민을 실망시켜왔는지,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고 대국민 담화를 촉구했다.

그는 “꼭 1년 전, 미국산 쇠고기 협정을 잘못해 촛불집회가 들불처럼 일어났을 때에도 이 정권은 겸손하지 못했고, 학습효과를 얻지도 못했다”며 “이젠 좀 더 겸허해져야 한다”고 충고했다.

또 “세심하게 국민의 마음을 읽고 헤아리지 않는다면, 얼굴 없는 분노, 질주하는 증오로 인해 이명박 대통령은 앞으로 남은 4년 동안 아무 일도 할 수 없으리라는 뼈아픈 교훈을 바로 이번 사건을 겪으면서 습득해야 한다”며 국민통합 방안을 모색할 것을 주문했다.

한편, 이 총재는 “어떤 경우에도 죽은 자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거나 심지어 악용하려는 세력은 결코 용서받지 못할 것”이라며 “우리 모두 대한민국이 보다 건강한 사회로 발돋음하기 위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남기신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는 말씀을 되새기며, 하루 속히 이 상처를 치유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평온을 되찾아 일상으로 돌아와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어 “이제 그만 슬픔과 분노, 걱정과 불안을 거두어내고,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다 함께 통합과 화합을 이뤄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며, 우리 국민의 저력을 믿는다”고 덧붙였다.

검찰을 겨냥한 비판은 이 뿐 아니다. 앞서 지난 25일 이 총재는 주요당직자회의에서도 “이 분을 자살로까지 몰고 간 잘못은 없는지 진지하게 가려볼 필요가 있다”며 “검찰조사가 필요 이상으로 집요하거나 또 투망식으로 되거나 장기간 연장됨으로써 불행을 초래한 원인이 됐다면 검찰권의 진정하고 공정한 정립을 위해서도 이 부분은 규명돼야 마땅하다”고 검찰을 꼬집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