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 ‘반대’ 공식입장 발표 파장
교황 가르침 고려 … 전국 교구·성당서 ‘실천’

 

12일 한국천주교 주교회의가 4대강 사업에 대해 표명한 "심각한 우려"는 천주교의 공식적 입장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주교들의 협의체인 주교회의가 정기총회를 통해 의견을 모아 대외적으로 공표한 만큼 앞으로 천주교 내 '신앙과 교리에 관한 가르침'이 된다는 뜻이다. 즉 전국 교구와 교구에 속한 성당 등에서 주교회의가 밝힌 방향에 따라 관련 활동이 이뤄지게 된다.

주교회의 김화석 신부(홍보국장)는 "주교회의의 공식 발표는 4대강 사업에 대한 천주교의 정책 방향을 설정한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정책의 방향이 설정된 만큼 구체적인 실천적 활동은 교구별로 교구장 주교들이 정하게 된다. 사제들은 강론을 통해 4대강 사업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할 수도 있고, 각종 사목활동 등을 통해 주교회의의 이날 입장을 신자들에게 전할 수 있다. 또 4대강 사업이 "국민적 합의 없이, 법과 절차를 우회한" 것과 관련한 각종 행사, 활동 등을 공식적으로 벌일 수 있게 됐다.

주교회의의 이날 입장 발표는 4대강 사업의 중단을 촉구해온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천주교 연대' 등 천주교회 내 각종 기구, 단체들에 큰 힘을 실어준다는 점으로도 의미가 깊다.

그동안 4대강 사업의 중단 활동을 펼쳐온 천주교회 내 각종 기구와 단체 등이 교회의 '큰어른들'로부터 기존의 활동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셈이기 때문이다.

지난 8일 '전국 사제선언'을 발표해 반향을 불러일으킨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천주교 연대'의 조해붕 대표 신부는 이날 "앞으로 4대강 사업 반대 활동에 큰 힘을 받은 것"이라며 "당연히 주교회의의 의견을 따라갈 것"이라고 밝혔다. 조 신부는 주교회의의 입장 발표에 대해 "향후 교구별로 4대강 사업의 문제점 등에 대한 이야기가 활성화되고, 또 교구 차원에서의 지원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그러나 급하게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교회의는 4대강 사업에 대한 입장 발표 수위를 놓고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사업에 대해 천주교가 공식적으로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히는 것은 민감한 문제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주교회의는 지난 8일부터 11일까지 열린 '주교회의 2010년 춘계 정기총회' 기간 4대강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정부 측 실무자와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대학교수 등 전문가들을 불러 찬반 의견을 들었다.

강우일 주교회의 의장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4대강 사업과 관련해 양측의 설명을 다 들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주교들이 신중한 판단을 통해 4대강 사업이 "왜 이렇게 급하게 밀어붙여야 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는 의미다. 강 의장은 로마 교황청과의 연계 관계에 대해 "교황의 환경 등에 대한 가르침을 한국이라는 지역 사회에 적용하는 임무는 한국 천주교회에 맡겨져 있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가 교황의 가르침을 충분히 고려한 것이라는 뜻이다.

주교회의는 이날 발표에 이어 오는 9월쯤 4대강 사업과 관련한 내용이 포함되는 '개발 백서' 등을 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