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현지시간) 밴쿠버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10,000m에서 실격당해 금메달을 놓친 스벤 크라머(네덜란드)에 대해 미국 언론이 동정은커녕 곱지 않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우선 크라머는 세계기록보유자답지 않게 경기운영이 미숙했다. 레인 반칙을 범했다는 사실은 그가 아마추어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을 입증해줬다고 혹평했다.

코치가 레인을 조심하라고 소리를 질렀으나 이를 못알아 듣고 계속 달려 결국 실격을 당했다는 것이다. 크라머는 아웃사이드 레인에서 인사이드 레인으로 들어올 때 발을 걸치는 반칙을 했다. 이 장면은 NBC 중계화면에 그대로 잡혔다.

이에 대해 현지 관계자들은 아마추어도 이런 반칙은 안한다며 혀를 찼다.

밴쿠버에서 크라머의 목표는 금메달 3개. 5,000m에서 한국의 이승훈을 2초이상 차로 따돌리고 첫 금메달을 땄다. 미국의 '흑색탄환' 샤니 데이비스는 12위로 처져 상대도 안됐다.

당시 관중석엔 네덜란드 총리와 왕세자까지 나와 응원을 했다. 그가 금메달을 목에 걸자 리치먼드 올림픽 오벌 경기장에 운집한 네덜란드 팬들은 열광의 도가니에 빠졌다.

얼마 후 NBC의 여기자가 크라머에게 인터뷰 요청을 했다. 우선 이름과 국적, 그리고 우승한 종목에 대해 설명을 해달라고 마이크를 갖다 대자 크라머는 대뜸 "당신 멍청이야?"(Are you stupid?)하며 망신을 줬다. '네덜란드의 영웅을 몰라보느냐'는 말투였다. 여기자는 얼굴을 붉히며 인터뷰를 포기해야 했다.

첫 금메달로 기고만장해진 크라머는 네덜란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도 미국 여기자에 비난을 퍼부었다. 최소한 자신이 누구라는 것 쯤은 알고 와야 하지 않느냐며 미국인들은 야구 밖에는 모르는 모양이라고 비아냥댔다.

이 사실이 전해지자 NBC를 비롯한 미국 언론들은 크라머를 '시건방진 네덜란드X'(arrogant Dutch)으로 부르며 분개했다.

그러던 참에 10,000m에서 그가 실격을 당하자 '아마추어'라고 꼬집은 것. 심지어 크라머가 물병을 집어던지는 등 추태를 부린 사실까지도 빠짐없이 기사화했다.

반면 우승은커녕 메달후보로 거론조차 안 됐던 한국의 이승훈은 5,000m 은메달에 이어 10,000m에서도 올림픽 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따냈다며 그가 리치먼드 올림픽 오벌에서 또 다른 이변을 낚아냈다고 크게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