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목포의 한 보육원 냉장고에 약 봉투가 줄줄이 달려있습니다.

그런데 이 약이 주의력결핍 과잉행동 증후군, ADHD 치료약이라고 합니다.

저희는 최근 일부 보육원들이 진짜 ADHD 치료 목적이 아니라 아이들을 훈육하기 위해서 이 약을 먹인다는 충격적인 제보를 받았습니다.

한 마디로 "애들이 말을 안들어서 약을 먹인다"는 겁니다.

한 시민단체는 오늘 국가인권위원회에 국내 보육원들의 ADHD 약물 실태를 정확히 조사해 달라는 진정까지 냈습니다.

대체 실태가 어느 정도인지, 윤정혜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전남 목포의 한 보육원에서 생활했던 A씨.

몇 년 만에 보육원을 찾았다가 낯선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냉장고 옆 면에 약 봉투들이 줄줄이 매달려 있었던 겁니다.

[A씨/목포 00보육원 퇴소자]
"빙 둘러보니까 냉장고에 다 약이 붙어있었고 그걸 애들이 먹는다고 했었고. 요즘에는 말 안들었다고 해서 병원에 가서 약을 처방시킨다고."

보육원 선생님에게 무슨 약이냐고 묻자 '아이들 관리하기가 힘들어서'란 답을 들었습니다.

[A씨/목포 00보육원 퇴소자]
"왜 먹냐고 물어봤을 때 '나 혼자서 케어(관리)하기가 너무 힘들다', '나도 어떻게 할 수가 없더라'는 선생님 말씀과, 또 다른 분은 그냥 묵묵부답이었죠. "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중학교 2학년 때까지 ADHD 약을 먹었다는 또 다른 학생.

“식욕이 떨어지고 예민해져 먹기 싫다고 했지만 보육원에서 계속 먹으라"고 해 어쩔 수 없이 먹었다고 했습니다.

키울 형편이 안돼 보육원에 아이를 맡겼던 엄마는 최근에야 이 사실을 알게됐고, 보육원은 그제서야 약 복용을 중단시켰습니다.

또 다른 퇴소자는 말 안듣는 아이들은 보육원측이 막무가내로 병원에 데려갔다고 증언했습니다.

[B씨/목포 00보육원 퇴소자]
"말 안 듣는 애들이나 아니면 사고 치고 다니는 애들. '야, 너 검사 받아보자' 해가지고 무작정 학교 빼가지고…"

약을 먹지 않겠다고 하면 벌칙이 주어졌습니다.

[B씨/목포 00보육원 퇴소자]
"먹기 싫어하는 장면도 많이 목격했었고, 약을 안 먹으면 학생회 규칙이라고 있어요. 약 안 먹으면 막 컴퓨터 시간이 없다고…"

해당 보육원에 직접 찾아가봤습니다.

올 초 찍은 냉장고 약봉투 사진을 보여주자 전임자가 한 거라 잘 모른다면서도, 원생 47명 중 13명이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고 이 가운데 8명이 ADHD 약을 먹고 있다고 했습니다.

모두 병원에 가서 의사의 정식 진단을 받고 처방받은 약이라고 했습니다.

[보육원 간호사]
"먼저 제가 홈(보육원) 생활 부분이나 아이 학교 부분에 대해서 확인을 하고 의사 선생님이랑 상담을 하고요."

일반 아동에 비해 보육원 아이들의 ADHD 유병률이 높은 건 학대나 방임 등으로 정신적 상처가 크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보육원 원장]
"약물 복용을 안하면 충동성이나 폭력적인 부분, 이런 것들이 굉장히 상승해가거든요. 초기에 빨리 치료를 받고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해야되는데…"

그런데 이 보육원이 정부에 정신과 치료비 지원을 받기 위해 낸 신청서를 보면, 치료 사유에 ‘스마트폰에 몰입한다' ‘말투가 강압적이다’
'긍정적 자아상이 형성되지 않았다'는 청소년기의 흔한 행동들도 적혀 있습니다.

ADHD는 주의력결핍-과잉행동 증후군으로, 치료 약물을 복용하면 공격적이거나 산만한 증상을 완화시켜 줍니다.

효과를 봤다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목포 00보육원 약물 치료 아동]
"(약을 먹으면) 화를 조절할 수 있고 화를 참을 수 있는 거죠. 옛날에는 친구들이랑 싸우고 그랬는데 지금은 거의 안 그래요."

하지만 한 보육원 퇴소자는 약의 효과나 필요성에 대해 아이들이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닐거라고 했습니다.

[B씨/목포 00보육원 퇴소자]
"나는 우울증이 있어서 먹는다, 근데 그 당시에 내가 이거 왜 먹어야 되냐, 그런 식으로 나왔던 애가 갑자기 그런 말을 하니까 되게 당황했죠. 아, 선생님들이 얘한테 무슨 말을 했구나. 딱 그런게 보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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