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산불 이후 소방관 국가직 전환 요구가 높아지는데도 자유한국당은 ‘중앙직이 아니라서 불을 못 끄나’라는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 소방관들의 처우를 개선하고 국민안전에 대한 국가책임을 높이는데 동참하지 못할망정 훼방을 놓고 있는 꼴이다.

정부의 이번 산불 대응은 소방관 국가직화가 왜 필요한지를 정확히 보여줬다. 신속하게 전국 동원령이 내려졌고 고속도로를 타고 강원도로 향하는 전국의 소방차 행렬이 없었다면 산불을 조기 진화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전국에 흩어져 있던 주요 장비들까지 강원도로 집중시켜 산불 진압의 효율을 극대화 했다. 관할지역을 거론하며 서로 책임을 미루며 사태를 키웠던 몇 차례의 화재 사건과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문제는 소방관들의 처우와 환경이 지자체 별로 천차만별이라는 점이다. 대형 화재가 나올 때마다 소방관들의 열악한 환경이 이슈가 되지만 지자체 소관이라는 구조적 문제에 가로막혀 있는 것이 현실이다. 소방인력과 장비 등에 대한 지역간 격차를 해소하는 데서도 지금의 지방직 구조로는 어렵다.

국민들이 지자체에 따라 다른 안전 서비스를 받고 있는 것은 더욱 큰 문제다. 소방인력의 99%가 지방직이고, 소방예산의 95%가 지방예산인 현실은 사실상 국민 안전에 대해 중앙정부 책임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방공무원을 지방직에서 국가직으로 전환하는 것은 국민안전에 대한 국가 책임을 높이는 중요한 과제다.

그런데도 자유한국당은 강원도 산불을 정쟁의 지렛대로 쓰고 있다. 화재 정보를 북한에 공유하라는 지시에 색깔론을 입히고 심지어는 대통령 5시간이라는 황당한 이슈를 만들어내고 있다. 위기관리센터 회의를 주재해야 할 청와대 안보실장을 국회에 붙잡아뒀던 책임을 반성하기는커녕 재난을 정쟁의 도구로 활용하는 행태는 자유한국당의 정치에 과연 국민은 있는 것인지 의심케 한다.

국가직 전환이 이슈가 되자 차마 반대하지는 못하겠는지 법안 처리의 책임을 여당에 미루고 있다. 법안 처리가 안 되는 이유는 상임위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안소위 일정이 미뤄지면서 법안처리가 늦어지고 있는 것이다. 국민들이 며칠 만에 국가직 전환 청와대 청원 20만명을 달성하는데, 국회의원들은 법안처리 일정도 못 잡고 있다.

문제는 자유한국당이다. 행안위 간사인 이채익 의원은 행안부와 소방청의 인사권 문제, 재정문제 등을 거론하며 여당이 입장을 분명하게 내놓지 않았기 때문에 법안처리가 안 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럼 회의를 열어서 논의하고 결정하면 된다. 법안처리가 안 되는 이유는 자유한국당이 회의일정에 합의해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직이 아니라서 불을 못 끄나”라는 실언은 자유한국당의 인식 수준을 그대로 드러내준다. 지난 국회에서도 상임위 소위에 법안이 상정돼 처리되기 직전에 자유한국당 원내지도부가 ‘오늘은 통과시키지 말라’고 지시하면서 의결에 실패한 적이 있다.

자유한국당은 소방관 국가직 전환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렇다면 국회의원들이 일을 하면 된다. 강원도 산불에 국회의원들이 20만원씩 성금을 내자고 한 보도에 국민들은 실소를 보냈다. 성금을 내지 않아도 좋으니 제발 일을 하라는 것이 국민들의 바람이다. 자유한국당은 적어도 현장에서 목숨을 걸고 있는 소방관들의 처우를 개선하고 화재진압 환경을 개선하는데 걸림돌은 되지 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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