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끄러운 소리에 잠을 깼지만, 눈은 도무지 떠지질 않았다. 계속되는 소음에 겨우 곁눈질을 하니 아내였다. 여름 습기를 잡겠다며 사온 제습제를 뜯고 있었다. 소파에 기절해 있던 난, 차마 방으로 들어갈 힘도 안 났다. 소릴 줄이려고 얇은 낮잠 담요 하나를 얼굴에 무심히 뒤집어썼다. 그리고 힘겹게 오른쪽으로 돌아누웠다. 축 늘어진 팔과 다리엔 피로가 무겁게 얹혀 있었다. '아직 저녁인데, 운동가야 하는데.' 생각은 그저 생각 뿐. 다시 깊은 잠에 빠졌다. 그날 자정쯤 눈을 떠 물 한 잔 마시고, 급한 용무를 해결한 뒤 다시 누웠다. 그리고 순식간에 다시 잠들었다. '끄응' 하는 소리와 함께.

다음날 아침 눈을 뜨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매일 어떻게 그리 보낼까.' 천근만근 몸을 이끌고 버스 창에 좀비처럼 머리를 기댄 채 또 생각했다. '이미 출근해서 택배 분류 작업이 한창이겠구나.' 광화문에 도착해선 또 그런 상상을 했다. '이제 오토바이에 싣고 배달을 시작하겠지.' 아니나 다를까, 회사 앞 광화문 우체국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시원하게 출발하는 이들을 봤다. 매일 코앞에 있었던 풍경인데, 눈에 들어온 건 그날이 처음이었다. 헬멧을 쓴 뒷모습을 보며 나지막이 응원했다. 오늘은 많이 안 더웠으면 좋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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