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생각해도 아찔하다. 15년 전, 출장차 부산 김해공항을 출발해 핀란드 헬싱키로 향하는 ‘핀에어’를 타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기억을 떠올리면. 어차피 두 개의 도시를 경유해야 할 처지라면 경비라도 줄이자며 상하이 푸둥국제공항을 이용했다. 오전 5시 30분 집을 나서 8시 20분 푸둥공항에 도착했다. 핀에어를 바꿔 타는데 연결항공편이 아니어서 일단 짐을 찾아야 했다. 입국 관리 심사장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출발 예정 시간이 훌쩍 지났다. 뛰다시피 해서 비행기에 올랐다. 비행기는 1시간 넘게 지연됐지만, 다행히 놓치진 않았다.

부산~헬싱키 노선 내년 3월 개설

5년이나 걸린 일… 지역에선 환영

지역민 인천 경유 비용·시간 막대

중앙 언론 ‘노선 시비’는 억지 논리

1국 1허브공항 정책 재고하고

24시간 관문공항 공약 지켜야

현실은 그 이후에도 전혀 변하지 않았다. 부산에서 인천공항까지 운행하던 KTX마저 없어진 게 꼭 1년 전이니, 생각할수록 열불이 터진다. 갑자기 핀란드행 출장 기억을 소환한 건 ‘부산~헬싱키 직항’ 노선이 내년 3월에 신설될 거라는 반가운 소식 때문이다. 최근 핀란드를 국빈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정상회담 끝에 끌어낸 결실이다. 쌍수를 들어 환영한다.

그런데 수도권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느닷없는 부산~헬싱키 노선…국내 항공사들 뿔났다’는 13일 자 조선일보 보도를 보고 아연실색했다. 전형적인 중앙·기업 중심 시각이 아닐 수 없다. 지방에선 왜 유럽 직항 노선 하나 뚫을 수 없었는지 서글픈데 “총선용 선심 정책…핀란드 항공사에 유럽 승객 다 뺏길 판”이라고 어깃장을 놓는다. 동남권 주민들로 추정되는 이들은 4000여 개의 댓글로 조목조목 반박했다.

‘느닷없다’는 것에 대한 반론이다. 전혀 느닷없지 않다. 팩트는 “5년 전부터 핀에어가 들어가고 싶다 해서 이해관계가 맞았던 부산시와 시민들이 계속 추진해 오던 거고, ‘칼피아’ 때문에 반려된 게 지금 와서야 이루어진 거뿐”이다.

다음은 ‘인천국제공항을 허브공항으로 키우겠다는 정부의 기존 정책과도 상충되는 결정’이란 지적에 대한 반박이다. “헬싱키 노선 하나 더 띄운다고 허브공항이라는 정책에 어긋나냐?” “한국 내 허브공항이 두 개이면 뭐가 문제인가요?” “지금의 1, 2터미널을 넘어 3, 4터미널 지을 땅과 사업비까지 확보한 인천공항까지 끌어들이는 게 말이가 빵구가.”

‘항공 협정은 양국 간에 서로 얻는 게 있어야 하는데 사실상 핀에어에만 이득이 되는 협정’이라는 황당한 주장도 이어진다. “부산에 핀에어가 생겨서 이익보는 것은 대다수의 국민(주로 영남지역)이고, 손해보는 것은 항공사다.” “기업만 국민이고 비싸고 힘들게 이용하는 국민들은 그냥 호갱인가.” 틀린 말이 아니다.

‘국내 배낭 여행객들은 유럽에 최단 거리로 갈 수 있고 가격도 저렴한 헬싱키행 핀에어를 선호할 것으로 보여 국내 항공사들이 승객 감소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맞는 말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왜 소비자 입장은 도외시하고, 국내 항공사(기업) 입장만 대변하는가이다. “부산·울산·경남과 대구·경북까지 1300만 명이 인천공항으로 가고 돌아올 때 시간·비용 부담이 엄청난데 국내 항공사 수익 걱정만 하다니…”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궤변은 이어진다. 업계는 ‘부산~헬싱키 노선 신설로 연간 300억 원대 손실을 예상’한다고 했다. 한 댓글은 “매출 기준으로 연평균 왕복 항공료 100만 원으로 잡으면 부산~헬싱키 수요는 약 3만 건. 다르게 말하면 유럽 가기 위해 먼저 인천 가려고 KTX 등에 돈을 추가 지불해야 하는 부산·경남 시민이 3만 명이고 그 금액은 약 30~40억에 달한다는 이야기다. 지방 사람들도 똑같이 세금 내는데 왜 외국 가려면 40억 원씩 더 내야 되는지?”라고 꼬집었다.

이 중앙 언론은 일각의 주장이라면서 ‘영남권 주민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그러자 “와 부산서 유럽 직항하면 안 되나? 동남권 관문공항이라메. 부산이 동남아 전문 공항이냐? 부산에서는 애초에 유럽 노선에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는 관심 없지. 총선용이라고?”라고 항변했다.

언론이 문제라는 의견도 쏟아졌다. 국가균형발전에 대한 지적도 잇따랐다. “미주행 노선도 부산에 1개만 주라. 너무 서울 서울하니 지방 다 죽는다.” “총선용이든 뭐든 오랫동안 부산에서 정부에 제기해 온 지역 숙원 사업 중 하나다. 분권시대에 서울 중심 시각으로 좀 보지 마라.”

댓글을 가져왔지만 결국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지방에 이제 겨우 유럽 직항 하나 열어주는 걸 선심이라고 말해선 곤란하다. ‘1국 1허브공항’ 정책은 재고돼야 하고, ‘국적사의 이익을 해칠 수 없다’는 말도 안 되는 명분으로 5년이나 제동을 걸었던 국토부의 ‘인천공항 몰아주기’부터 반성해야 한다. 24시간 관문공항은 대통령 공약사항이었고, 지방에서도 충분히 누릴 권리가 있다. 수도권 중심의 중앙 언론과 국토부 관료들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딱 한 마디다. “와, 부산선 유럽 직항하면 안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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