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부품 제도가 또 다시 도마에 올랐다. 이른바 전반적인 품질 저평가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어서다. 이를 두고 이해 당사자 간의 논리 싸움도 치열하게 전개되는 중이다.

대체부품이란 자동차제조사 또는 수입사가 판매한 자동차에 활용된 부품의 대체품을 말한다. 성능과 품질이 동일하거나 유사한 부품을 쓸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민간자율인증제로 시험 기관을 정부가 지정하는 게 아니어서 정부 인증은 받지 않아도 유통이 가능하며, 현재 대상에 포함된 품목은 범퍼 커버, 휀더, 보닛, 도어패널, 트렁크덮개, 라디에이터 그릴, 흙받이, 몰딩 등의 외장품과 미등과 방향지시등을 포함한 등화류 일부가 대상이다. 




민간 성능 인증 기관으로 선정된 한국자동차부품협회에 따르면 5월 현재까지 인증을 받은 품목은 없다. 그러나 인증 과정에 있는 부품은 모두 15가지 정도로 알려져 있다. 또한 대상 품목은 수입차 부품에 한정돼 있다. 해당 제도 자체가 비싼 수입차 부품 값을 내리기 위한 조치로 마련됐기 때문이다.
 
 논란은 엄격한 사후 관리에서 비롯됐다. 인증 후 유통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소재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자동차부품협회에 따르면 인증 후 유통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1차적으로 판매자가 책임을 지도록 돼 있다. 그러나 판매자가 책임지지 못할 경우 별 다른 대책이 없는 게 문제다. 자동차부품협회 관계자는 "판매자가 보상 못할 때를 대비해 협회가 직접 나서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며 "이를 위해 여러 방법을 찾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작 갈등은 디자인 저작권이다. 현재 대체 부품 제도에서 국산차 부품은 제외돼 있다. 완성차 설계에 따라 달라지는 부품 디자인 저작권이 보호받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디자인 보호 기간을 3년만 인정하는 법안이 추진되고 있지만 부품 업계에선 신중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신중한 입장의 배경에는 연구개발 기능의 저하가 포함돼 있다. 예를 들어 A라는 부품회사가 연구비를 투입, 완성차에 필요한 부품을 공급하다 B라는 회사가 해당 제품을 복제해 판매할 경우 A사의 연구비는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국내 부품업계 관계자는 "완성차 개발에 부품회사도 참여해 많은 연구비를 투자하는데, 3년 뒤 누군가 복제 부품을 무임승차 형태로 애프터서비스에 공급한다면 누가 R&D에 투자하겠느냐"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국내 자동차 부품업계의 연구개발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는다는 의미다.

 

 반면 3년 보호를 주장하는 쪽에선 보증수리 기간을 인정하는 만큼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국내 한 정비업체 관계자는 "디자인 보호권을 인정하지 말자는 게 아니라 보증수리 기간 내로 한정하면 된다"며 "해외도 그렇게 하는 나라가 많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양측의 입장을 절충하자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디자인 보호 기간을 늘려 연구개발비를 보전하도록 하자는 방안이다. 하지만 이 또한 이른바 품질 하향세를 낳을 수 있는 만큼 섣불리 판단할 사안은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소비자들은 무엇보다 품질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품질을 위해 대체품 인증 과정을 거치지만 자칫 대체품의 부문별한 유통이 가짜부품을 양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서다. 이와 관련, 정비업계 관계자는 "지금도 가짜 부품이 유통되는데, 중국 등지에서 카피 제품이 국내에 합법적으로 유통될 가능성도 충분히 감안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렇게 되면 품질의 하향세를 막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디자인 보호권에 대해선 최근 수입차 업계에서도 등록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재 수입차 대체 부품 인증이 추진되는 것 자체가 해당 부품의 디자인 등록이 국내에 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대상 품목에 한해 국내에도 디자인 등록 추진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며 "이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