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의 랜서 에볼루션의 스타일링은 과격했다. 하지만 지금은 과거만큼의 느낌은 아니다. 공격적인 디자인의 패밀리 룩이 SUV까지 확대돼 눈에 익숙해졌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범퍼 한쪽 편에 치우쳐 달린 번호판은 낯설다. 냉각이 중요한 고성능 터보 엔진을 생각해 위치를 옮긴 것이다.

기본적인 스타일링은 랜서와 같지만 디테일은 상당히 다르다. 우선 보닛에 뚫린 3개의 인테이크와 낮게 내려온 에어댐이 랜서와 차별화를 이룬다. 펜더의 인테이크도 장식이 아니라 엔진의 열을 배출하는 중요한 기능을 한다. 리어 뷰는 높게 솟은 스포일러가 주도하고 있다. 양산차로 이 정도 높이가 흔치 않고 트윈 머플러와 과격한 모양의 디퓨저가 강인함을 더하고 있다.

타이어는 245/40R/18 사이즈의 던롭 SP 스포트 600에 18인치 BBS 휠이 조합된다. 스포크 사이로 언뜻 보이는 브렘보 브레이크도 기본이다. 모두 마니아들이 선호하는 아이템이라고 할 수 있다.

실 내 역시도 큰 랜서와 큰 차이는 없지만 운전을 위한 장비들이 다르다. 가장 큰 차이는 바로 레카로제 시트이다. 레카로 시트는 타는 순간부터 다른 차라는 것을 알린다. 엉덩이가 넘어오면서 쿠션의 날개에 걸린다. 몸을 잡는 것도 타이트하고 질 좋은 가죽 때문에 옷과의 밀착성도 그만이다.

볼륨 모델 베이스의 고성능 버전이 그렇듯, 아이들링에서는 랜서와 큰 차이가 없다. 아이들링은 조용하고 진동도 느끼기 힘들다. 터보 작동으로 인한 지체 현상도 있어 오른발에 힘만 주지 않는다면 조용하게 달릴 수 있다.

지체 현상이 있다고 했지만 리터당 150마력이 나오는 2리터 엔진으로서는 양호하다. 회전수를 3,500 rpm만 띄우면 폭발적으로 토크가 증가한다. 그리고 기어비가 붙어 있어 레드 존 근처에서 변속하면 회전수가 부스트 존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다.

본격적으로 부스트가 걸리면 거세게 가속되는데, 그 가속력에 비해 체감은 느린 편이다. AWD에 차체도 안정적이어서 그렇지 않을까 싶다. 달리다 보면 속도가 생각 보다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