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떡순’의 고장 대한민국



종로의 명물 김떡순이 돌아왔다. 없어진 노점상을 찾아 헤매는 이들을 위해 김밥·떡볶이(사진)·순대의 환상적 조합을 자랑하는 삼총사가 슬그머니 돌아와 피아노 거리를 중심으로 자리를 틀었다. 물론 비가 오면 빈대떡을 부쳐 먹을 만큼 전을 사랑하는 민족이기에 김밥 대신 김치부침개를 선택할 수도 있다. 혹자는 말한다. 한국음식은 모두 맵다고. 그러나 간식의 세계를 너무 만만하게 보지 마시라. 배고픈 이들을 위해선 달달한 팥이 오동통하게 들어찬 붕어빵이 준비돼 있고 팥·야채도 모자라 피자로 무장한 호빵도 있다. 형형색색의 딤섬은 없어도 물만두·군만두·못난이만두까지 종류별로 구색을 갖췄다. 튀김도 빼놓으면 섭섭하다. 쫄깃한 오징어와 온갖 재료가 들어간 야채튀김이 단골 메뉴. 꼬치가 빠질쏘냐. 매콤달콤한 닭꼬치는 기본이요, 깻잎·맛살·떡 고명은 골라 먹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다국적 간식의 길거리 진출로 글로벌화도 이루었다. 굳이 이태원을 찾지 않아도 코를 간질이는 케밥과 윤기 나는 독일식 소시지 구이를 맛볼 수 있다. 회오리 감자, 왕슈크림빵, 30㎝ 아이스크림 등 길거리 음식은 지금도 진화하고 있다. 먹다가 목맬 걱정은 말자. 어딜 가나 어묵 국물은 서비스니.



온갖 뀀의 천국 중국




중국의 대표적 길거리 음식을 맛보기 위해 찾아야 할 곳은 단연 베이징(北京)의 왕푸징샤오츠제(王府井小吃街)다. 중국어로 간식을 뜻하는 온갖 ‘샤오츠’를 만나볼 수 있다. 200여m 길이로 늘어선 포장마차에 늘어놓고 파는 꼬치들은 세상에서 꿸 수 있는 것은 모두 모아 뀄다고 보면 된다. 뱀·전갈·매미 등 언뜻 봐선 과연 먹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기이하고 혐오스러운 것도 많다. 하지만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어지는 인간의 본성을 자극한다고 할까. 다른 곳에 비해 가격이 몇 배나 비싸지만 늘 붐빈다. 좀 더 달짝지근한 걸 원한다면 탕후루(糖葫蘆·사진)를 추천한다. 각종 과일을 꼬치에 꽂은 뒤 뜨겁게 끓인 설탕물을 발라 굳히는 간식으로 산사나무 열매인 아가위로 만든 게 오리지널이다. 북송 시대 광종의 애첩인 황귀비가 병에 걸려 음식을 먹지 못할 때 내려진 처방에서 전해졌다니 디저트의 본 목적인 소화 효과도 믿어볼 만하다.



아기자기 한입 크기 일본



남에게 민폐 끼치는 걸 싫어하는 일본인답게 간식도 모두 한입 크기다. 아기자기하게 포장된 간식을 보면 미각은 물론 시각까지 호사를 누릴 수 있다. 일본어로 간식을 뜻하는 ‘오야쓰’는 에도 시대 당시 오후 2시부터 4시 사이 시간을 뜻하던 야쓰시(八つ時)에서 유래했다. 힘든 노동을 견디기 위해 먹는 새참이랄까. 그래선지 달콤한 소를 가진 간식이 많다. 한입 크기의 찹쌀 경단을 꼬치에 꿰어 단팥·간장 등 소스를 발라 먹는 당고는 쫄깃한 맛을 자랑한다. 지역마다 다양한 모양으로 출시되는 만주도 통팥과 녹차는 기본, 커스터드 크림·초콜릿 같은 현대적인 조합까지 오색 매력을 발산한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야타이(일본식 포장마차)에서 파는 다코야키(사진)가 최고. 오사카에서 처음 만들어진 이 문어 구이는 밀가루 반죽에 잘게 썬 문어의 씹는 맛이 압권이다. 가쓰오부시마요네즈 등으로 만들어진 소스는 감칠맛을 더한다. 감질나는 분들껜 초대형 사이즈인 바쿠단(폭탄) 다코야키를 추천한다.



새콤달콤 싱싱 낙원 태국




방콕 카오산로드에 가면 길거리에서 맛난 팟타이와 볶음밥을 먹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미식의 나라 태국에서 가장 싱싱한 즐거움을 선사하는 건 누가 뭐래도 과일이다. 달콤하고 시큼한 향내가 피어 오르는 곳으로 가면 어김없이 구운 바나나(사진)가 있다. 고구마도 감자도 아닌 것이 뱃속을 따뜻이 채워준다. 바나나 잎으로 싼 주먹밥도 인기 메뉴. 카우니여우(찹쌀밥)를 절인 고기와 함께 넣고 구우면 쫄깃한 고소함이 입안을 가득 메운다. 바나나의 매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얇은 밀전병 위에 바나나를 잘라 넣고 덮어 구운 태국식 팬케이크 로티는 입에서 살살 녹는다. 연유와 초콜릿 시럽 범벅은 옵션. 후텁지근한 날씨 극복 도우미 봉지주스도 별미다. 레몬·구아바·오렌지·라임·수박 등 좋아하는 과일을 고르면 즉석에서 즙을 내 설탕시럽을 넣어 비닐봉지에 담아준다. 망고스틴·두리안·드래건프루츠… 이름이 낯설다고, 모양이 눈에 설다고 두려워 말라. 어떤 걸 고르든 먹기 좋게 해부해 담아줄 것이다.


시큼매콤 자극 매력 멕시코




카우보이들의 이동 편의성을 고려해 나온 음식 타코(사진). 옥수수와 밀가루를 펴서 만든 토르티야 위에 원하는 토핑을 얹는다. 양상추·양파 등 아삭아삭한 식감을 가진 야채들과 고기·해물 등이 어우러져 환상의 앙상블을 빚어낸다. 칠리와 살사소스는 매운맛을 더하고 라임즙과 사워소스는 시큼한 맛을 배가한다. 독특한 향을 뿜는 실란토르(고수)가 있는 게 정석이지만 익숙지 않다면 빼 달라고 해도 오케이. 토핑에 따라 무한 응용이 가능해 김치·불고기 타코 등 한국식도 최근 들어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타코가 음식을 싸먹는 행위 자체를 일컫기도 하니 이만하면 이름값을 한다고 볼 수밖에. 상큼한 맛이 그립다면 슈림프 칵테일이 딱이다. 한국에선 파티 푸드로 여겨지지만 멕시코 길거리에서는 살이 통통하게 오른 새우가 종이컵에 플라스틱 스푼과 함께 담겨 있는 모습도 흔한 광경이니 말이다. 와인으로 익힌 새우가 핫소스로 치장한 맛을 경험하게 되면 ‘베라크루즈(멕시코 동부 도시)스럽다’란 말이 절로 나올 테다.


우아한 맛의 향연 프랑스




싸먹는 건 전 세계가 매한가진데 유독 프랑스의 크레페(사진)가 우아해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다. 미식을 중시하는 프랑스에서 흔치 않은 길거리 음식인 데다 부채꼴 모양으로 말아져선 속 안이 살짝 보이는 자태가 충분히 아름답다고 할까. ‘실크와 같이’란 뜻의 크레페는 북서부 브르타뉴 지방에서 유래했다. 오리지널 버전인 갈레트는 메밀가루로 만들어졌지만 국민 간식이 된 크레페는 밀가루에 우유, 버터, 설탕을 섞어 만든다. 바닥이 비칠 정도로 얇게 펼쳐 만드는 크레페는 디저트용 슈크레(단맛)와 식사용 살레(짠맛)로 나뉜다. 햄·계란·치즈로 무장한 완전판부터 다양한 종류의 토핑을 선택할 수 있어 맞춤형 제작이 가능하다. 일본으로 건너간 크레페는 과일·아이스크림과 궁합을 맞췄고, 이웃 나라 독일에서는 스프레드 초콜릿을 발라 먹는 누텔라 버전으로 변형됐다. 프랑스엔 가리비 모양 마들렌 속은 부드럽고 밖은 바삭한 동그란 마카롱 등 매력적인 과자류도 많지만 눈앞에서 직접 만들어 보는 재미를 충족시켜주는 크레페를 잊지 말자.



든든한 소맥의 나라 독일



한국에 치맥(치킨에 맥주)이 있다면, 독일엔 소맥(소시지에 맥주)이 있다. 그야말로 맥주를 물처럼 마신다는 독일인에게 기름진 소시지는 찰떡궁합이다. “사람은 빵만 먹고는 살 수 없다. 반드시 소시지와 햄이 있어야 한다”는 속담이 있을 만큼 독일인들은 아침·점심·저녁 할 것 없이 소시지를 즐긴다. 이를 풍요와 은총을 부르는 신과 인간을 이어주는 음식으로 여긴다니 신성하기까지 하다. 독일 소시지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바로 만들어서 바로 먹는 도메스틱 소시지와 건조하거나 훈연해 오래 두고 먹는 드라이 소시지. 소·돼지 등 재료와 굽고 삶는 등 조리법에 따라서도 이름이 달라지니 복잡하기 짝이 없지만 딱 하나만 택한다면 ‘커리 부르스트(사진)’를 기억하자. 케첩과 칠리소스, 거기에 카레 가루로 맛을 낸 커리 부르스트야말로 독일 대표 길거리 음식이니 말이다. 물론 빵과 함께 즐길 수 있다. 2009년엔 베를린에 관련 박물관까지 생겼다니 소시지 러버에겐 이색 체험의 기회가 될 듯하다.



이색 건강 간식 터키




중앙아시아 초원과 아라비아 사막을 누비고 다니던 유목민을 위해 개발된 음식이 케밥(사진)이라는 걸 보니 역시 먹고사는 건 예나 지금이나 전 인류의 공통 관심사인 모양이다. ‘구이’를 뜻하는 이름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칼에 꽂은 고깃덩어리를 모닥불에 구워 먹은 데서 나왔다는 유래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50~80㎝ 정도 되는 꼬챙이에 고기를 켜켜이 꿰어 빙글빙글 돌려가며 굽는 되네르 케밥. 세운 채로 겉에서부터 조금씩 익히기 때문에 기름이 빠져나가 콜레스테롤 함량이 적고 담백한 맛을 내는 게 특징이다. 다 익으면 빵에 끼워 채소와 함께 먹는다. 이외에도 진흙 통구이 쿠유 케밥, 꼬치구이 시시 케밥 등 다양한 종류가 있지만 주로 양고기를 많이 먹는다. 케밥이 훌륭한 점심 대용이라면 아침엔 시미트가 터키를 점령한다. 도넛 모양의 빵 위에 깨를 듬뿍 뿌린 시미트가 방금 구운 고소한 냄새로 출근길, 등굣길에 나선 이들을 유혹하기 때문이다. 다소 밋밋한 맛이 아쉽다면 구운 통감자 속에 버터를 넣고 햄·새우 등 토핑을 올려 먹는 쿰피르를 추천한다.



베지테리언의 축복 이스라엘



이스라엘의 음식 기준은 다소 까다롭다. 유대인의 율법에 따른 식사인 코셔르(kosher)를 만족시키기 위해 돼지고기는 금하고 고기와 유제품을 6시간 내 같이 먹을 수 없는 등 세세한 규칙 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덕분에 베지테리언에게는 축복인 팔라펠(사진)이라는 음식을 갖게 됐다. 우선 파슬리·양파·마늘·후추 등을 넣고 칙피를 으깨 동그란 경단을 만든다. 칙피는 발아할 때 모양이 병아리 입을 닮았다고 해서 병아리콩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 경단을 둥글고 평평한 피타 브레드에 끼워 먹는 것이 바로 팔라펠. 여기에 토마토·올리브·할라피뇨·버섯 등 원하는 야채를 잔뜩 넣을 수도 있다. 깨소금 소스와 어우러진 맛이 일품이다. 동물성 재료가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중동 전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지역에선 맥도날드에서도 맛볼 수 있을 만큼 대중적인 요리다.




골라 먹는 재미 이탈리아





전 세계 어느 곳에서나 아이스크림을 맛볼 순 있다. 하지만 이탈리아의 젤라토(사진)를 접했다면 함부로 이를 그냥 아이스크림이라고 부를 수 없으리라. 이탈리아어로 ‘얼었다’는 뜻의 젤라토는 한 땀 한 땀 빚어 만든 수제 아이스크림이다. 얼음·소금으로 채운 큰 나무통 안에 동으로 만든 용기에 보관하는 게 오리지널 방식. 과육이 살아 있는 과즙에 우유·설탕·계란을 넣어 섞고는 공기가 들어가도록 서서히 얼리는 게 포인트다. 일반 아이스크림에 비해 공기 함유량이 35% 미만으로 적어 밀도가 진하고 쫀득한 맛이 일품이다. 유지방도 적은 저칼로리라니 이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딸기·레몬·수박 등 과일 맛이 인기지만 리조(쌀)와 같은 이색 선택지도 있다. 오드리 헵번처럼 트레비 분수에 가서 동전을 던져야 하는 낭만파라면 녹기 전에 우아하게 즐겨라. 단 젤라토를 120% 즐기고 싶다면 “콘파나”라고 외치는 것을 잊지 말 것. 생크림은 무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