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쇼트트랙이 잇딴 불운과 악재를 딛고 효자종목의 위상을 세웠다. 금메달 2개, 은메달1개, 동메달 2개로 소치올림픽을 마감했다.

박승희(22, 화성시청)와 심석희(17, 세화여고)가 22일(한국 시각)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여자 1000m에서 각각 금메달과 동메달을 추가했다.

경기를 마친 뒤 윤재명 총감독은 초췌한 모습에도 취재진을 보더니 미소를 지으며 "고생하셨다"고 했다. 소감을 부탁했지만 "안 가르쳐 준다"고 웃으면서 빠져나갔다.

남녀 선수들을 현장에서 진두지휘한 최광복 감독은 거의 탈진한 모습이었다. 대회를 마친 소감의 첫 마디는 "죽는 줄 알았다"였다.

그럴 만했다. 대표팀은 남자 1500m와 여자 500m에서 신다운(서울시청)과 박승희가 잇따라 넘어져 금메달 기회를 놓쳤다. 박승희만 동메달을 차지했다. 여기에 남자 5000m 계주에서도 이호석(고양시청)이 넘어졌다. 결국 남자 선수들은 노 메달에 머물렀다.

최 감독은 "처음 두 경기를 했는데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았다"면서 "애들이 정말 많이 노력했는데 너무 마음이 아팠다"고 돌아봤다. 이어 "내색을 못 하고 뭐라 위로해줄 수도 없고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여기에 외부적인 요인도 대표팀을 흔들었다. 러시아로 귀화한 전 쇼트트랙 황제 안현수(빅토르 안)가 맹활약하면서 대한빙상경기연맹에 대한 비난 여론이 쏟아졌다. 대통령은 물론 정치권까지 나서 연맹의 부조리가 없었는지 목소리를 높였다.

최 감독은 "팀 내적으로는 별로 힘들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외적으로 들어오는 것들은 여러 번 올림픽 출전도 해봤지만 이렇게까지인 줄 몰랐고 정말 피부로 와닿았다"고 털어놨다. 이어 "질타의 목소리, 열심히 하라는 응원의 목소리, 두 개 중에 응원이 더 크게 들렸지만 사람인지라 질타하는 부분이 너무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안현수와 관련해 최 감독에게도 예전 러시아 대표팀 시절을 지적하며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최 감독은 여자 1000m 경기를 앞두고 "나는 길가에 있는 개의 변을 먹어도 좋다 선수들만 잘 하면 된다"며 개의치 않았다.

그럼에도 효자 종목으로 역할을 다했다. 한국의 금메달 3개 중 2개를 보탰다. 최 감독은 그러나 "예전보다 많이 메달을 못 땄고 제대로 안 됐기 때문에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잘 했는데 왜 죄송하냐"는 취재진의 말에 "잘 해도 죄송하다는 말을 해야 하는 게 현실"이라면서 "남자 선수들이 결과가 나오지 않아 미안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질타도 좋으니 관심만 가져달라고 했다. 최 감독은 "국민들께 정말 감사드린다"면서 "나쁜 말도 좋은 말도 쇼트트랙과 빙상을 좋아하고 관심있다는 표현으로 알겠다"고 했다. 이어 "욕하고 칭찬하셔도 좋으니 계속 손에서 저희를 놓지 말아달라"면서 "우려, 칭찬의 목소리를 달게 받겠다"고 당부했다.

국가대표뿐 아니라 일반 선수들과 부모, 지도자들도 잊지 않았다. 최 감독은 "얼음판에서 지방에 계신 지도자들, 선수들에게 감사한다"면서 "작지만 큰 힘이 될 수 있는 선생님, 부모님들이 있어 한국 쇼트트랙이 지탱해 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