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북두의 권’을 보면 “너는 이미 죽어있다”는 명대사가 나온다. 이를 빗대서 표현하자면 피겨 여자싱글은 어쩌면 경기 전 ‘이미 승부가 결정 났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김연아(24)가 석연찮게 금메달을 놓친 2014소치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결과를 놓고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김연아는 21일(한국시간) 열린 프리스케이팅 연기에서 클린 연기를 펼쳤음에도 러시아의 아델리나 소트니코바(러시아)에게 5점 이상 뒤진 점수를 받아 은메달에 그쳤다.

김연아가 심판들로부터 너무 박한 가산점을 받은 반면 소트니코바는 지나치게 후한 점수를 받아 깜짝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채점 결과에 대해 전 세계 주요 언론들은 의혹을 제기하면서 ‘스캔들’로 비화할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사실 프리스케이팅 채점을 맡은 심판들의 면면을 보면 소트니코바가 왜 그렇게 높은 점수를 받았는지 충분히 짐작되고도 남는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겼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이날 경기에 참가한 심판들은 총 15명. 그 가운데 러시아인은 20%나 되는 3명이나 된다. 테크니컬 컨트롤러 알렉산더 라케르니크와 6번 심판 알라 셰코비세바, 리플레이 오퍼레이터 알렉산더 쿠즈네소프가 러시아 사람이다.

그 가운데 심판장 격인 테크니컬 컨트롤러를 맡은 라케르니크는 전 러시아 피겨협회 부회장이다. 테크니컬 컨트롤러는 직접 점수를 매기지는 테크니컬 스페셜리스트들이 판정한 것을 두고 최종 결정을 내리는 인물이다. 심판진 가운데 가장 막강한 권력을 가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셰코비세바는 러시아 피겨협회 회장 발렌틴 피세프의 부인이고, 쿠즈네소프는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올림픽 당시 러시아 코치였다. 팔이 러시아 쪽으로 굽을 수밖에 없는 인물들이다.

게다가 심판 가운데 유리 발코프와 잔나 쿨리크는 각각 구소련의 우크라이나와 에스토니아 국적이다. 러시아인은 아니지만 러시아에 가깝거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심판 2를 맡은 발코프는 1998년 나가노동계올림픽 당시 아이스댄스 판정을 조작하려다 적발돼 1년간 자격정지를 당한 전력이 있다.

그밖에도 심판 가운데 아드리아나 도만스카는 러시아와 인접한 동유럽국가 슬로바키아인이고 테크니컬 어시스턴트 스페셜리스트인 올가 바라노바도 러시아와 가까운 핀란드인이다. 최대 7명이 러시아인이거나 러시아와 가까운 인물이다. 누가 보더라도 심판진이 불공정하게 짜여 있음을 알 수 있다.

심판 문제를 직접적으로 제기한 USA투데이는 “미국과 한국, 그리고 다른 두 명의 서양에서 온 심판이 쇼트프로그램의 심판진에 포함된 뒤 프리스케이팅 심판진에서는 제외됐다”며 “그 자리에 나가노 올림픽 때 아이스댄스의 판정을 조작하려다 적발된 우크라이나의 발코프 심판과 러시아 피겨협회 회장 부인인 셰코프세바가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피겨스케이팅은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올림픽 당시 아이스댄스와 페어 종목에서 판정 담합 ‘스캔들’이 터진 뒤 판정 시스템을 대폭 수정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심판진의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쓰레기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