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뙤약볕이 내리쬐던 7월 9일 오후 지하철 3호선 도곡역 주변. 강남 대표 주상복합단지인 타워팰리스를 비롯해 도곡 래미안, 대치 우성아파트 등 내로라하는 아파트단지들이 밀집해 있다. 한때 집값 상승세를 이끌던 인기 아파트지만 이곳 역시 강남에 들이닥친 한파를 피하긴 쉽지 않아 보였다.
타워팰리스 2차 168㎡의 경우 지난해 매매가가 19억원을 훌쩍 넘었지만 최근 15억원대까지 추락했다. 이쯤 되면 급매물에 관심을 가질 법하지만 주변 중개업소들은 한마디로 ‘파리 날리는’ 분위기다. 타워팰리스 상가의 A중개업소에 들어가자 더위 탓인지 주인이 짜증부터 낸다.
“날씨도 더운데 손님은커녕 전화 문의도 없어요. 강남 거품 붕괴 얘기가 계속 나오다 보니 매도자나 매수자나 모두 ‘눈치만 보는’ 장세지요. 급급매물만 쌓일 정도로 시장 침체가 생각보다 심각해요.”
‘대한민국 부동산의 대장주’로 꼽히는 강남 부동산은 올해 철저히 체면을 구겼다. ‘청약률 0(제로)’ 아파트까지 나오면서 ‘강남 불패신화’를 무색게 했다. 올 하반기 최대 블루칩이었던 반포자이 역시 청약률이 괜찮나 싶더니 ‘역시나’ 절반가량이 계약을 포기할 정도로 철저히 외면을 받았다.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10% 이상 가격이 빠진 곳도 흔하다.
이렇게 강남 집값이 주춤하면서 ‘강남 불패신화’가 깨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과연 ‘강남 전성시대’는 끝난 것일까. 매경이코노미는 전문가 15인 설문과 3인 대담을 통해 강남 집값이 어떻게 흘러갈지, 효율적인 투자전략은 무엇인지 꼼꼼히 분석해봤다.
무려 2년 만에 나온 강남권 블루칩 단지인 반포자이. 아무리 시장이 침체됐다지만 인기 브랜드에다 대형 재건축 단지인 만큼 실수요자 관심이 적잖게 쏠렸다. 이런 흐름은 양호한 청약률로까지 이어졌다. 경쟁률이 평균 2 대 1을 넘은 것. 하지만 강남의 신화는 딱 여기까지였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반포자이 청약 당첨자 중 무려 40%가 계약을 포기한 것. 수요자들에게 낯선 후분양제 물량인데다가 분양가도 3.3㎡당 3300만원으로 높아 어느 정도 예상했던 결과지만 건설사나 수요자 모두 당황하는 모습이다.
이를 두고 ‘강남 집값 거품 붕괴’의 신호탄이란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강남 집값에 어떤 이상 징후가 나타난 것일까. 강남 집값과 연관된 3가지 이슈를 추적해봤다.
1. 강남 집값 거품 꺼질까?
‘일본 전철 밟는다’ vs ‘거품 아니다’

참여정부 시절 집값이 급등한 7곳을 일컬어 ‘버블세븐(서울 강남·서초·송파·목동, 경기 분당·평촌·용인)’이란 딱지가 붙었다. 한마디로 집값에 거품이 끼어 있다는 얘기다. 상승세가 꺾이고 집값이 하락세에 접어든 지금 시장의 최대 관심사는 강남권 집값 거품이 꺼질지 여부다.
이번 설문에서 전문가 15명 중 10명은 강남 집값 거품이 꺼지지 않을 것이라고 낙관론을 폈다. 경기침체기, 꽉 막힌 규제 영향으로 강남 집값이 하락세에 접어든 건 맞지만 일본처럼 거품이 꺼질 단계라고 보기엔 무리라는 것.
김용길 HB에셋 WM사업본부장은 “강남 집값이 하락한 건 재건축이 어려워지고 개발축이 강북, 뉴타운으로 옮겨진 데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며 “공급이 한정돼 있고 교육 수요나 편의성 면에서 다른 지역이 따라오기 힘든 여건이라 거품이 꺼질 만한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단언한다.
양해근 우리투자증권 부동산팀장 역시 “강남 선호도가 여전하고 잠실, 반포를 제외하면 내년 이후 강남권 공급 물량도 많지 않아 수급 차원에서도 강남의 위상은 여전히 굳건할 것”이라고 밝힌다.
강남 집값이 ‘거품’이라는 전제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올 상반기 강남권 일반 아파트 매매가 변동률을 봐도 100~165㎡(30~40평형대)만 하락세를 보였을 뿐 오히려 66㎡(20평) 이하는 6.11%, 67~99㎡(20평형대)는 1.49% 올랐다.
윤재호 스피드뱅크 투자자문센터장은 “고분양가, 후분양제에 따른 반포 자이 미계약 사태를 거품 하락 징조로 연결하는 건 무리다. 재건축, 대출, 세금 규제 등 외부 요인에 따라 고가 주택 수요층만 감소했을 뿐 중소형 수요는 여전히 탄탄하다”고 밝힌다.
물론 일본처럼 거품이 꺼질 것이란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국내에선 각종 규제, 대외적으론 전 세계 경기침체 정도가 생각보다 심각하기 때문이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세계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고 우리나라도 지금대로라면 2010년까지는 경기가 회복되기 어렵다.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까지 오른다면 강남 집값 회복은 요원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2. 강남 집값 하락세 언제까지 갈까?
연말 지나 내년 하반기까지 갈 수도
강남 집값이 하락세에 접어들었다는 데는 누구도 이의를 달지 않는다. 고유가에 따른 원자재값 상승과 전 세계 경기 악화로 IMF 외환위기에 버금가는 경제 위기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라 이런 우려에 더욱 힘을 실어주고 있다. 그렇다면 강남 집값은 언제까지 떨어질까.
대부분 전문가들은 최소 연말까지는 하락세를 띨 것이라고 답했다. 강남뿐 아니라 서울, 수도권 부동산이 대체로 침체기에 접어든 상황에서 빠른 시일 내 회복세로 돌아서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김용길 본부장은 “경기 악화가 지속되면 연말쯤 정부 부양대책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그때까지 추가 하락세가 나타날 수 있다”며 “단지별로 3.3㎡당 500만원 이상 떨어지면 저점이라는 인식 속에 본격 매수세가 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년 하반기까지 하락세가 지속될 것이란 의견도 있었다. 지정진 금호생명 강남금융센터장은 “MB정부 2년차인 내년에 부동산 거래 활성화 대책이 등장하고 자통법 관련 파생상품이 여럿 개발되면서 자본시장이 활성화되는 걸 감안하면 내년 하반기까지는 강남 집값이 주춤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다만 집값 하락세가 끝난 후엔 또다시 반등의 기회를 노릴 공산이 크다. 분양가상한제 아래서 건설사들이 공급을 기피하다 보니 2~3년 후 공급 부족 사태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3년 이상 하락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들이 거의 없는 것도 이런 현상을 철저히 반영한다.
3. 강남 집값 저점은 어디?
3.3㎡당 3000만원 대세

강남 집값 하락 폭이 커지면서 ‘마의 지지선’으로 꼽히던 3500만원 선이 최근 무너졌다. 부동산 정보업체 스피드뱅크에 따르면 7월 첫째 주 강남구의 3.3㎡당 평균 집값이 3499만원으로 하락했다. 또 다른 강남권인 서초, 송파구 가격까지 감안하면 저점은 더욱 낮아진다.
한때 3.3㎡당 5000만원 돌파 가능성까지 대두됐지만 이제 하락 폭을 걱정해야 할 때가 온 셈이다. 과연 강남 집값 하락 저점은 어디일까.
전문가들은 3.3㎡당 3000만원 선까지 떨어질 것이란 데 대부분 손을 들어줬다.
한태욱 대신증권 센터장은 “올해 강남 아파트 평균 공시가격이 3.3㎡당 3000만원 선이었는데 공시가격이 통상 시세의 80~90%라는 걸 감안하면 3500만원이 저점”이라며 “실수요자들의 심리 부담을 반영할 경우 할인요인으로 작용해 적어도 3000만원까지는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지정진 센터장 역시 “종부세 부담을 피할 수 있는 가격이 9억원 선으로 상향된다고 볼 때 강남 대표 평형대인 100㎡(30평)대의 3.3㎡당 지지선이 3000만원 선에서 형성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론 정부 규제 완화책이 지연되거나 대출금리 인상 등 금융비용 부담이 늘어난다면 사정이 달라진다. 급매물이 계속 늘어 그 가격이 실제 시세로 굳어진다면 3000만원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강남 투자전략 어떻게 짤까 】
◆ 임대수익 얻는 상품 노려라
= 국내 부동산 경기는 본격 침체기에 접어들었다는 판단이 우세하다. 하지만 IMF 외환위기 시절을 돌이켜보면 주거가치가 높다고 평가된 주택은 국내외 경기가 회복될 기미를 보이면 가장 먼저 올라 가격 흐름을 주도해왔다. 결국 단기 하락세는 오히려 주거가치가 가장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 강남권에서는 또 다른 진입 기회일 수 있다는 얘기다.
투자전략은 어떻게 짜야 할까. 앞으로는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은퇴하면서 임대소득을 얻는 상품이 인기를 끌 수 있다. 작은 평수의 임대사업자 수요가 늘면서 강남 부동산이 아파트 중심에서 임대소득자 위주 시장으로 탈바꿈할 가능성이 높다. 또 이혼율이 늘고 결혼연령도 늦어지면서 단독세대가 늘어나고, 금융을 비롯한 서비스 업종이 부흥기를 맞으면서 오피스텔 수요도 늘 전망이다. 지정진 센터장은 “역삼, 논현, 서초, 삼성동 등 테헤란로 인근 지역의 원룸 주택투자가 필요할 때”라며 “강남역·선릉역·남부터미널 주변 오피스텔과 함께 신천·방이 지역 업무지구의 임대용 부동산투자도 괜찮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재건축 규제가 풀릴 것이라는 가정에서 자금 여력이 있다면 압구정 현대, 개포 주공, 대치 은마아파트 급매물 투자시기도 무르익어가고 있다. 이와 함께 입주가 마무리되는 재건축 단지 위주로 조합원 중소형 급매물을 노리는 것도 좋다. 다주택자의 경우 양도세 중과를 회피하기 위해 등기 전 급매물로 내놓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홍성태 신영 상무는 “급매물이 소진되는 올 하반기를 지나 본격 상승세가 시작될 내년 하반기 전인 1분기쯤이 투자 적기”라며 “재건축 규제 완화와 한강르네상스프로젝트 수혜를 입을 수 있는 압구정 재건축 아파트를 노려보라”고 설명한다.
경공매 물건도 인기를 끌 전망이다. 강은 지지옥션 팀장은 “2~3회 유찰된 강남 고가 아파트를 경매로 노려보기 좋은 때”라며 “시세보다 20%가량 싸게 살 수 있으므로 이 시점에서 저평가된 매물을 골라야 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물론 자금이 여의치 않다면 부동산, 주식 등을 현금화하는 ‘안전한’ 투자전략도 필요하다. 1가구 2주택자라면 최근 양도세 감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서둘러 매도에 나설 필요는 없다. 3주택자 이상 다주택자의 경우 하루 빨리 1채를 매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김선덕 소장은 “현재 강남권 아파트의 경우 매매, 전세가 비율이 35%에 불과한데 비율이 적어도 50%로 올라갈 때까지 매수하지 말고 기다려야 한다”고 설명한다.
■ 설문에 응답해주신 분들(총 15명)
강은 지지옥션 팀장,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 소장, 김용길 HB에셋 WM사업본부장, 김일수 국민은행 여의도PB센터 팀장,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사장, 양재모 한양사이버대 교수, 양해근 우리투자증권 부동산팀장, 윤재호 스피드뱅크 투자자문센터장, 이영호 닥터아파트 리서치센터장, 이종섭 삼성물산 건설부문 부장, 이택상 한미파슨스 상무, 임완근 한라건설 부장, 지정진 금호생명 강남금융센터장, 한태욱 대신증권 센터장, 홍성태 신영 상무
[취재 = 김경민 기자 / 사진 = 송은지 기자 / 성혜련 기자]
타워팰리스 2차 168㎡의 경우 지난해 매매가가 19억원을 훌쩍 넘었지만 최근 15억원대까지 추락했다. 이쯤 되면 급매물에 관심을 가질 법하지만 주변 중개업소들은 한마디로 ‘파리 날리는’ 분위기다. 타워팰리스 상가의 A중개업소에 들어가자 더위 탓인지 주인이 짜증부터 낸다.
“날씨도 더운데 손님은커녕 전화 문의도 없어요. 강남 거품 붕괴 얘기가 계속 나오다 보니 매도자나 매수자나 모두 ‘눈치만 보는’ 장세지요. 급급매물만 쌓일 정도로 시장 침체가 생각보다 심각해요.”
‘대한민국 부동산의 대장주’로 꼽히는 강남 부동산은 올해 철저히 체면을 구겼다. ‘청약률 0(제로)’ 아파트까지 나오면서 ‘강남 불패신화’를 무색게 했다. 올 하반기 최대 블루칩이었던 반포자이 역시 청약률이 괜찮나 싶더니 ‘역시나’ 절반가량이 계약을 포기할 정도로 철저히 외면을 받았다.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10% 이상 가격이 빠진 곳도 흔하다.
이렇게 강남 집값이 주춤하면서 ‘강남 불패신화’가 깨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과연 ‘강남 전성시대’는 끝난 것일까. 매경이코노미는 전문가 15인 설문과 3인 대담을 통해 강남 집값이 어떻게 흘러갈지, 효율적인 투자전략은 무엇인지 꼼꼼히 분석해봤다.
무려 2년 만에 나온 강남권 블루칩 단지인 반포자이. 아무리 시장이 침체됐다지만 인기 브랜드에다 대형 재건축 단지인 만큼 실수요자 관심이 적잖게 쏠렸다. 이런 흐름은 양호한 청약률로까지 이어졌다. 경쟁률이 평균 2 대 1을 넘은 것. 하지만 강남의 신화는 딱 여기까지였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반포자이 청약 당첨자 중 무려 40%가 계약을 포기한 것. 수요자들에게 낯선 후분양제 물량인데다가 분양가도 3.3㎡당 3300만원으로 높아 어느 정도 예상했던 결과지만 건설사나 수요자 모두 당황하는 모습이다.
이를 두고 ‘강남 집값 거품 붕괴’의 신호탄이란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강남 집값에 어떤 이상 징후가 나타난 것일까. 강남 집값과 연관된 3가지 이슈를 추적해봤다.
1. 강남 집값 거품 꺼질까?
‘일본 전철 밟는다’ vs ‘거품 아니다’

참여정부 시절 집값이 급등한 7곳을 일컬어 ‘버블세븐(서울 강남·서초·송파·목동, 경기 분당·평촌·용인)’이란 딱지가 붙었다. 한마디로 집값에 거품이 끼어 있다는 얘기다. 상승세가 꺾이고 집값이 하락세에 접어든 지금 시장의 최대 관심사는 강남권 집값 거품이 꺼질지 여부다.
이번 설문에서 전문가 15명 중 10명은 강남 집값 거품이 꺼지지 않을 것이라고 낙관론을 폈다. 경기침체기, 꽉 막힌 규제 영향으로 강남 집값이 하락세에 접어든 건 맞지만 일본처럼 거품이 꺼질 단계라고 보기엔 무리라는 것.
김용길 HB에셋 WM사업본부장은 “강남 집값이 하락한 건 재건축이 어려워지고 개발축이 강북, 뉴타운으로 옮겨진 데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며 “공급이 한정돼 있고 교육 수요나 편의성 면에서 다른 지역이 따라오기 힘든 여건이라 거품이 꺼질 만한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단언한다.
양해근 우리투자증권 부동산팀장 역시 “강남 선호도가 여전하고 잠실, 반포를 제외하면 내년 이후 강남권 공급 물량도 많지 않아 수급 차원에서도 강남의 위상은 여전히 굳건할 것”이라고 밝힌다.
강남 집값이 ‘거품’이라는 전제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올 상반기 강남권 일반 아파트 매매가 변동률을 봐도 100~165㎡(30~40평형대)만 하락세를 보였을 뿐 오히려 66㎡(20평) 이하는 6.11%, 67~99㎡(20평형대)는 1.49% 올랐다.
윤재호 스피드뱅크 투자자문센터장은 “고분양가, 후분양제에 따른 반포 자이 미계약 사태를 거품 하락 징조로 연결하는 건 무리다. 재건축, 대출, 세금 규제 등 외부 요인에 따라 고가 주택 수요층만 감소했을 뿐 중소형 수요는 여전히 탄탄하다”고 밝힌다.
물론 일본처럼 거품이 꺼질 것이란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국내에선 각종 규제, 대외적으론 전 세계 경기침체 정도가 생각보다 심각하기 때문이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세계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고 우리나라도 지금대로라면 2010년까지는 경기가 회복되기 어렵다.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까지 오른다면 강남 집값 회복은 요원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2. 강남 집값 하락세 언제까지 갈까?
연말 지나 내년 하반기까지 갈 수도
강남 집값이 하락세에 접어들었다는 데는 누구도 이의를 달지 않는다. 고유가에 따른 원자재값 상승과 전 세계 경기 악화로 IMF 외환위기에 버금가는 경제 위기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라 이런 우려에 더욱 힘을 실어주고 있다. 그렇다면 강남 집값은 언제까지 떨어질까.
대부분 전문가들은 최소 연말까지는 하락세를 띨 것이라고 답했다. 강남뿐 아니라 서울, 수도권 부동산이 대체로 침체기에 접어든 상황에서 빠른 시일 내 회복세로 돌아서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김용길 본부장은 “경기 악화가 지속되면 연말쯤 정부 부양대책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그때까지 추가 하락세가 나타날 수 있다”며 “단지별로 3.3㎡당 500만원 이상 떨어지면 저점이라는 인식 속에 본격 매수세가 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년 하반기까지 하락세가 지속될 것이란 의견도 있었다. 지정진 금호생명 강남금융센터장은 “MB정부 2년차인 내년에 부동산 거래 활성화 대책이 등장하고 자통법 관련 파생상품이 여럿 개발되면서 자본시장이 활성화되는 걸 감안하면 내년 하반기까지는 강남 집값이 주춤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다만 집값 하락세가 끝난 후엔 또다시 반등의 기회를 노릴 공산이 크다. 분양가상한제 아래서 건설사들이 공급을 기피하다 보니 2~3년 후 공급 부족 사태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3년 이상 하락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들이 거의 없는 것도 이런 현상을 철저히 반영한다.
3. 강남 집값 저점은 어디?
3.3㎡당 3000만원 대세

강남 집값 하락 폭이 커지면서 ‘마의 지지선’으로 꼽히던 3500만원 선이 최근 무너졌다. 부동산 정보업체 스피드뱅크에 따르면 7월 첫째 주 강남구의 3.3㎡당 평균 집값이 3499만원으로 하락했다. 또 다른 강남권인 서초, 송파구 가격까지 감안하면 저점은 더욱 낮아진다.
한때 3.3㎡당 5000만원 돌파 가능성까지 대두됐지만 이제 하락 폭을 걱정해야 할 때가 온 셈이다. 과연 강남 집값 하락 저점은 어디일까.
전문가들은 3.3㎡당 3000만원 선까지 떨어질 것이란 데 대부분 손을 들어줬다.
한태욱 대신증권 센터장은 “올해 강남 아파트 평균 공시가격이 3.3㎡당 3000만원 선이었는데 공시가격이 통상 시세의 80~90%라는 걸 감안하면 3500만원이 저점”이라며 “실수요자들의 심리 부담을 반영할 경우 할인요인으로 작용해 적어도 3000만원까지는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지정진 센터장 역시 “종부세 부담을 피할 수 있는 가격이 9억원 선으로 상향된다고 볼 때 강남 대표 평형대인 100㎡(30평)대의 3.3㎡당 지지선이 3000만원 선에서 형성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론 정부 규제 완화책이 지연되거나 대출금리 인상 등 금융비용 부담이 늘어난다면 사정이 달라진다. 급매물이 계속 늘어 그 가격이 실제 시세로 굳어진다면 3000만원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강남 투자전략 어떻게 짤까 】
◆ 임대수익 얻는 상품 노려라
= 국내 부동산 경기는 본격 침체기에 접어들었다는 판단이 우세하다. 하지만 IMF 외환위기 시절을 돌이켜보면 주거가치가 높다고 평가된 주택은 국내외 경기가 회복될 기미를 보이면 가장 먼저 올라 가격 흐름을 주도해왔다. 결국 단기 하락세는 오히려 주거가치가 가장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 강남권에서는 또 다른 진입 기회일 수 있다는 얘기다.
투자전략은 어떻게 짜야 할까. 앞으로는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은퇴하면서 임대소득을 얻는 상품이 인기를 끌 수 있다. 작은 평수의 임대사업자 수요가 늘면서 강남 부동산이 아파트 중심에서 임대소득자 위주 시장으로 탈바꿈할 가능성이 높다. 또 이혼율이 늘고 결혼연령도 늦어지면서 단독세대가 늘어나고, 금융을 비롯한 서비스 업종이 부흥기를 맞으면서 오피스텔 수요도 늘 전망이다. 지정진 센터장은 “역삼, 논현, 서초, 삼성동 등 테헤란로 인근 지역의 원룸 주택투자가 필요할 때”라며 “강남역·선릉역·남부터미널 주변 오피스텔과 함께 신천·방이 지역 업무지구의 임대용 부동산투자도 괜찮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재건축 규제가 풀릴 것이라는 가정에서 자금 여력이 있다면 압구정 현대, 개포 주공, 대치 은마아파트 급매물 투자시기도 무르익어가고 있다. 이와 함께 입주가 마무리되는 재건축 단지 위주로 조합원 중소형 급매물을 노리는 것도 좋다. 다주택자의 경우 양도세 중과를 회피하기 위해 등기 전 급매물로 내놓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홍성태 신영 상무는 “급매물이 소진되는 올 하반기를 지나 본격 상승세가 시작될 내년 하반기 전인 1분기쯤이 투자 적기”라며 “재건축 규제 완화와 한강르네상스프로젝트 수혜를 입을 수 있는 압구정 재건축 아파트를 노려보라”고 설명한다.
경공매 물건도 인기를 끌 전망이다. 강은 지지옥션 팀장은 “2~3회 유찰된 강남 고가 아파트를 경매로 노려보기 좋은 때”라며 “시세보다 20%가량 싸게 살 수 있으므로 이 시점에서 저평가된 매물을 골라야 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물론 자금이 여의치 않다면 부동산, 주식 등을 현금화하는 ‘안전한’ 투자전략도 필요하다. 1가구 2주택자라면 최근 양도세 감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서둘러 매도에 나설 필요는 없다. 3주택자 이상 다주택자의 경우 하루 빨리 1채를 매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김선덕 소장은 “현재 강남권 아파트의 경우 매매, 전세가 비율이 35%에 불과한데 비율이 적어도 50%로 올라갈 때까지 매수하지 말고 기다려야 한다”고 설명한다.
■ 설문에 응답해주신 분들(총 15명)
강은 지지옥션 팀장,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 소장, 김용길 HB에셋 WM사업본부장, 김일수 국민은행 여의도PB센터 팀장,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사장, 양재모 한양사이버대 교수, 양해근 우리투자증권 부동산팀장, 윤재호 스피드뱅크 투자자문센터장, 이영호 닥터아파트 리서치센터장, 이종섭 삼성물산 건설부문 부장, 이택상 한미파슨스 상무, 임완근 한라건설 부장, 지정진 금호생명 강남금융센터장, 한태욱 대신증권 센터장, 홍성태 신영 상무
[취재 = 김경민 기자 / 사진 = 송은지 기자 / 성혜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