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노조 “김사장 제안에 인물기획 급조”…제작간부 “총10명 검토중”

<한국방송>(KBS)이 김인규 사장의 뜻이 강하게 반영된 ‘이승만 특집 다큐멘터리’ 제작을 추진해 제작진과 구성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방송본부(새 노조)에 따르면, 지난 7월 중순 제작 피디들과의 점심식사 자리에서 김 사장은 ‘이승만은 대단한 사람이니 방송에서 다뤄 봐도 괜찮겠다’는 말을 꺼냈다. 길환영 콘텐츠본부장은 ‘준비하고 있던 기획’이라며 말을 받았고, 며칠 뒤 이승만·박정희·김대중·이병철·정주영을 한국 현대사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인물로 꼽으며 프로그램 제작을 지시했다. 다른 프로그램의 제작진 3명도 차출했다. 제작진은 ‘프로그램 제작이 준비중이란 말은 사실과 다르고 선정기준도 자의적’이라며 반대했고, 논란 끝에 여론조사와 전문가 의견수렴을 통해 객관적 인물을 선정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8월 말 진행상황을 보고받은 김 사장은 박정희·김대중 전 대통령의 경우 각각 ‘박근혜 의원이 유력 대선주자’이고 ‘라이벌인 김영삼 전 대통령이 생존’해 있다는 이유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길 본부장은 이승만을 중심으로 한 프로그램 제작을 재차 지시했다. 그는 현대사에 큰 영향을 미친 10명을 선정해 방송하되, 이승만은 내년에 방송하고 나머지 인물들은 향후 방송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절충안도 제시했다.

새 노조는 “인물을 통해 한국 현대사를 조망하려면 아이템 선정의 객관성과 제작자율성이 보장돼야 하나, 사장의 말 한마디에 프로그램 기획이 급조됐다”며 “사내에서 ‘뉴라이트판 인물현대사’로 불리는 이 프로그램은 당장 중단돼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콘텐츠본부 다큐멘터리국의 박석규 이피(EP·부장급 피디)는 14일 사내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지금 제작팀은 대한민국 근현대사에 영향을 끼친 정·재계·종교·문화계를 망라해 총 10명을 방송문화연구소 조사를 통해 선정, 케이비에스 대기획으로 제작·방송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며 “케이비에스가 이승만 한 사람만 방송하고 말 것이라는 것은 그동안의 진지한 논의 과정 중 일부만을 확대 해석한 예단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