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일본 수상이 민주당 대표 경선이 끝나는 14일 오후면 판가름 난다.

엔고에 허덕이는 일본 외환시장은 오자와의 승리를 기대하는 눈치다. 한 대형 은행 외환 딜러는 뛰어난 수완을 자랑하는 오자와 이치로가 경선에서 승리한다면 “시장개입을 포함한 강력한 엔고 저지책이 실시되면서 엔저로 돌아설 것”이라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경제 전문가 사이에서는 간 수상이나 오자와 전 간사장 누가 되든지 별반 차이가 없을 것이라며 일본의 미래에 대해서 그다지 크게 기대를 걸지 않는 눈치다.

BNP 파리바 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 가와노 씨는 아에라의 취재에 선거 후 경제흐름을 이렇게 예측했다.

"제 1 시나리오는 신뢰 있는 정책이 나와 재정규율이 지켜지면서 경제가 호전되는 것. 제 2 시나리오는 방만한 재정이 이어지면서 장기금리가 상승, 재정불안이 확산되는 것. 제 3 시나리오는 국채발행이 늘어나지만 금리도 오르지 않고 빚 팽창이 끝없이 이어지다가 결국 되돌릴 수 없는 위험에 빠지는 것이다. 지금 두 사람의 정책을 보면 바람직한 제1 시나리오의 가능성은 지극히 낮고 제 2나 제 3의 시나리오의 전개가 될 가능성이 높다."

만약, 오자와 씨가 수상이 된다면 제 2 시나리오에 가까울 것이라고 금융시장은 보고 있다고 한다. 즉, 엔고를 잡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800조엔을 넘은 적자국채의 이자액이 팽창하고 재정은 심각한 상황에 빠진다는 것이다.

가와노 씨는 "가장 안좋은 것이 디플레이션 균형이라고 불리는 제 3의 시나리오. 눈에 보이는 방만한 재정도 아니고 건전하지도 않다. 정책에 대한 기대는 흐려지고, 민간의 투자의욕이 사라져, 국채로 자금이 흘러들어와도 금리도 오르지 않는다. 완만한 재정팽창은 결국 임계를 넘어 재정파탄, 금융위기, 통화불안이 동시에 일어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렇다고 간 수상에게도 기대할 수 없는 것이 현 일본의 상황.

한 민주당의 중견 의원은 아에라의 취재에 "간 수상은 오자와 비판으로 지지를 모으고 있으나, 그는 태양으로 빛을 내는 달 같은 존재다. 오자와가 퇴장하고 나면 무엇이 남겠느냐"라고 말했고, 경제 전문가 시라카와 씨도 "간 수상으로부터는 정책도 신념도 전해지지 않고 실망만 커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에라는 "민주당은 '큰 정부, 약자구제의 보호정책'이 주류인 만큼 09년 내놓은 집권공약을 포기한다 하더라도 재정의 완만한 팽창은 계속될 것이다. 그것을 간파한 관료가 정책의 주도권을 쥐고 정권교체의 의미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이런 경색상태가 계속되면서 디플레는 진행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 경제관료는 요즘 분위기에 대해 이렇게까지 말한다.

"일본의 쇠퇴는 멈추지 않고 있다. IMF가 와서 재벌을 해체하고 산업을 재건한 한국이 부럽다. 그런 목소리가 재계사람들로부터 들린다."

'아에라'는 한국이 전자업계를 삼성과 LG로 집약하고, 자동차는 현대로 줄였으나, 일본은 대형전자 회사가 8개, 대형 자동차가 8개사 체제 그대로라고 지적. 정밀기기나 음향영상기기는 중견회사가 아직 튼튼하지만, IT나 바이오 등 신산업은 새로 생겨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경제관료는 "이대로 질질 시간을 낭비할 거라면 IMF가 와서 제대로 확실하게 (일본을) 처리해주는 게 다음 세대를 위해서 낫지 않겠는가"라며 자조적으로 말했다고 한다.

일본의 경제주체들의 이런 푸념은 한국이 IMF시절 얼마나 많은 희생을 치렀는지 모르고 하는 말이겠으나, 한 때 IMF 구제금융으로 일본의 비웃음을 샀던 한국이 어느새 롤모델까지 됐다. 일본은 막부말기, 미국의 흑선이 옴으로써 개혁에 착수했고, 패전후 GHQ를 통해 새로운 국가를 건설했다. 경제관료들은 과거에 그래왔던 것처럼 외부충격에 의한 파괴를 통해서라도 일본 사회가 바뀌기를 바란다. 그만큼 일본 내에 정치, 경제 할 것 없이 무기력증이 퍼져있다는 반증이다.

집권 민주당이 대표 경선 후 새로운 체제하에서 일본국민에게 새 희망을 제시해줄 수 있을까. 아에라는 "민주당이 희망을 내다팔았다"고 말했다. 경선 후 환골탈태를 하지 않는한, 간 수상이든 오자와 전 간사장이든 상처 뿐인 수상이 될 가능성이 현재로선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