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잊지 않았다. 잊지 않겠다”

 

이해찬 전 총리 노무현 대통령 서거 1주기 추도사 전문

잊지 않았습니다.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존경하고 사랑했던 내 마음속의 영원한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이 우리 곁을 떠난 지 벌써 1년입니다.

1년 만에 우리는 이렇게 대통령님이 가신 그 자리, 대통령님이 누워 계신 이곳에 다시 모였습니다.대통령님의 웃음 띤 그 얼굴을 보기 위해서 다정한 그 목소리를 다시 한 번 듣고 싶어서 이렇게 모였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대통령님이 여전히 우리 곁에 없음을 확인합니다.손을 내밀면 지금이라도 예전처럼 다정하게 잡아주실 것 같은데 대통령님은 우리 곁에 다시 돌아오지 않고 계십니다.

대통령님.

님의 빈자리는 아직도 큽니다.아직도 그 자리에는 슬픔과 안타까움이 맴돌고 있습니다.시간이 가면 서서히 잊혀질 것으로 생각했지만 오히려 대통령님에 대한 그리움은 더욱 커져갑니다.

대통령님이 펼치셨던 정치와, 미래에 대한 비전, 그리고 굴곡 많았던 인생역정이 더욱 더 소중하게 다가옵니다.

제가 기억하는 대통령님은 항상 정의로운 사람 노무현, 인간적인 사람 노무현이었습니다.대통령님은 반칙과 특권 없는 정의로운 세상을 열망하셨습니다.대통령님은 모든 사람들이 더불어 잘 사는 사회를 염원하셨습니다.대통령님은 평화롭고 함께 번영하는 한반도를 소망하셨습니다.

대통령님은 민주주의를 위해 젊음을 바쳤습니다.국민통합의 정치를 위해 일생을 바쳤습니다.'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온몸을 던지셨습니다.

그 길은 언제나 가시밭길이었습니다.힘들고 고통스러워서 아무도 가려하지 않았던 길이었습니다.대통령님의 올곧은 원칙과 상식이 스스로를 그 길로 이끌었습니다.

사람을 따뜻하게 보듬는 넓은 마음이 그 길을 선택하도록 했습니다.상처와 아픔에 굴하지 않는 도전 의지와 용기가 자기희생과 헌신의 인생역정을 만들었습니다.

우리는 그런 대통령님을 존경하고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대통령님이 떠나신 지 1년이 되는 지금, 대통령님이 계시던 그 시절을 더욱 그리워하고 대통령님의 철학과 삶을 깊이 되새기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세간에서 붙여준 '친 노무현'이라는 이름이 자랑스럽습니다.

그것은 명예로운 훈장입니다.사람 사는 세상과 정의를 향한 대통령님의 열정을 기억하는 한 우리는 영원히 그 이름을 자랑스러워 할 것입니다.

노무현 대통령님.

우리는 작년에 님과 김대중 대통령님 등 두 분을 떠나보내야 했습니다.남아있는 우리는 두 분 대통령님께서 평생을 바쳐 이루어온 민주주의와 인권이 이명박 정부에 의해 뿌리째 흔들리고, 한반도 평화 질서가 흔들리는 것을 목도하고 있습니다.서민의 고통은 날로 심화되고 있습니다.

제 귀에는 두 분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깨어있으라 하지 않았느냐고. 행동하라 하지 않았느냐고.

지금이야말로 두 분 대통령님의 말씀을 더욱 가슴깊이 명심해야 할 때입니다.우리 모두가 깨어있는 시민이 되어야 합니다.행동하는 양심이 되어야 합니다.그렇게 해서 다시 일어날 때가 되었습니다.다시 싸울 때가 되었습니다.

이제 우리가 하겠습니다.우리가 두 분 대통령님의 뜻을 이어받겠습니다.못 다 이룬 꿈을 완성하겠습니다.민주주의 세상,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님.

오늘, 노무현 대통령님을 잊지 않은 사람들이 모였습니다.우리들은 결코 대통령님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대통령님의 염원과 열망을 우리가 이루는 날까지 우리는 당신의 부활을 준비할 것입니다.

그때까지는 분노도 슬픔도 눈물도 참겠습니다.대신 살아남은 우리가 해야 할 일을 뚜벅뚜벅 하겠습니다.대통령님의 아쉬움도 아픔도 우리가 안고 나아가겠습니다.우리에게 남겨진 숙제를 반드시 이루어내겠습니다.

그렇게 어느 날 홀연히 우리 곁을 떠나셨듯이 언젠가 다정한 모습으로 우리 곁에 돌아오실 것을 믿습니다.

작년의 5월은 슬픔이었습니다.2010년 오늘의 5월, 많은 꽃들이 만발하고 있습니다.힘겨움과 고통 속에서 느끼지 못하셨던 그 날의 봄을, 올해는 편안하게 누리시기를 바랍니다.

노 대통령님. 부디 영면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