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풍선'과 '희망 저금통', 그리고 인터넷. '바보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든 2002년 대선의 상징적 단어들이다.

그리고 이같은 정치 실험 뒤에는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 바로 '노사모'의 힘이 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세상을 떠난 지도 벌써 1년. 하지만 이들은 여전히 그와 함께 하는 세상을 꿈꾸고 있다.

지난 2000년 지지자 60여명이 모여 대한민국 최초의 정치인 팬클럽으로 탄생한 지 벌써 10년. 이제는 그의 '아바타'를 자처하는 회원 수만도 12만 명을 넘어섰다.

낙선이 불보듯 뻔했던 정치적 불모지 부산에 섶을 지고 뛰어든 사나이. 그리하여 결국 '노짱'이라 불리게 된 사나이.

서울 북부지역 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노사모 회원 '뭥미안'씨는 당시를 이렇게 회고한다.

"지역주의 철폐를 말하는 노짱에게서 비전을 봤다고 할까. 눈앞의 이익에 연연하지 않았고, 떨어질 줄 알면서도 고민하지 않고 멀리 보는 노짱에게서 희망을 봤다".

구심점을 잃은 지 1년이 됐지만, 노사모는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고유명사' 노무현을 '보통명사'로 자리잡게 하기 위해 다양한 작업이 한창이다.

노사모 내부에서만 그의 철학과 가치를 논하던 단계를 벗어나, 국민 모두 그리고 다음 세대가 그의 꿈과 철학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

노사모 회원이자 '시민정치연합'에서도 활동하고 있는 이용우 씨는 "국민이 바라보는 것, 그 자체가 정치라는 걸 노무현 전 대통령이 알게 해줬다"고 단언했다.

이씨는 또 "국민 모두가 정치적 변화를 위해 작은 행동이라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노사모의 남은 임무가 아니겠느냐"고도 했다.

이러한 노력의 성과는 노 전 대통령의 유지를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노무현재단', 인터넷 홈페이지 '사람사는 세상'에서도 그대로 표출된다.

노무현재단의 후원자는 5월 현재 2만 6천 명을 넘어섰다. '사람사는 세상'에도 벌써 20만 명 넘는 회원들이 가입했고, 이들이 내는 후원금만도 55억 원을 넘어섰다.

노무현재단이 지난해 10월 28일 공식 설립된 걸 감안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 속도다. 사람들은 왜 '바보'였다가 이제는 '과거'가 된 그를 꾸준히 찾는 것일까.

그가 재임할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바 있는 조기숙 상임운영위원은 "대통령의 사상은 한마디로 진보적 민주주의 사상"이라며 그를 '사상가'로 규정했다.

같은 맥락에서 노무현재단의 향후 활동 방향도 '정치세력화'가 아닌, '후대 교육'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조 위원은 "차세대를 키우고 교육시키고 연구하는 일이 기념 사업의 중심 과제가 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캐네디스쿨처럼 '노무현스쿨'을 만드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노짱'을 따르는 사람들이 모두 같은 시각만을 갖고 있는 건 아니다.

일부는 현실 정치 개혁을 부르짖으며 정당을 만들어 활동하는가 하면, 또 다른 이들은 '언론 개혁' 또는 '시장 개혁' 등 다양한 가치에 방점을 찍고 있다.

하지만 가치와 방향이 조금씩 다르더라도,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이들 모두의 목표는 결국 하나로 귀결된다. 바로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유지다.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 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이다".

한때 '노빠' 또는 '홍위병'으로도 공격받았던 이들의 땀방울은 어제와 오늘처럼, 내일도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