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단일화 나비효과’…수도권 요동

'유시민 이변’뒤 야권후보 지지 급상승
다급해진 김문수, 박근혜에 지원요청


“지는 줄 알았는데, 용궁 갔다 왔다.” “우리가 이긴다. 서울, 경기, 인천 3곳 다 이긴다.”
유시민 경기도지사 후보는 14일 기자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김진표 민주당 후보와의 단일화에서 극적으로 이긴 데 따른 자신감이 물씬 풍겼다.

그의 말이 맞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지만, 0.96%포인트 차 승리라는 ‘나비의 날갯짓’ 때문에 6·2 지방선거 전체 판도가 흔들릴 조짐이 이는 것은 사실이다. 당장 여론조사 결과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에서 야권 후보 단일화가 이뤄진 13일 긴급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서울 ±2.5%, 경기 ±2.6%, 인천 ±2.5%)를 한 결과, 김문수 한나라당 후보가 45.4%, 유 후보가 40.4%였다. 격차는 5%포인트였다. 유 후보가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후보들하고도 단일화를 이룬 경우를 상정한 조사에서는 격차가 0.7%포인트까지 줄어들었다. 유 후보는 이날 라디오에 나와 “오늘쯤에는 이미 지지율이 거의 같아지지 않았을까”라며 김문수 후보 추월을 자신했다.

같은 조사에서 서울의 경우 오세훈 한나라당 후보가 50.8%, 한명숙 민주당 후보가 39.2%로 격차는 11.6%포인트였다. 최근 실시된 여러 여론조사 가운데 가장 좁혀진 수치다. 인천은 안상수-송영길 양자대결 때 그 차이가 1.9%포인트였다.

그동안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천안함 사건을 시작으로 검·경·군 개혁을 주도한 데 반해 민주당이 무기력하게 끌려가던 선거판에 균열이 생긴 것이다.

이에 민주당 등 야권은 판을 더 흔들려 하고 있다. 한명숙 후보의 제안으로 이날 낮 한명숙-유시민-송영길 등 수도권 세 후보의 공동기자회견을 연 것은 이런 맥락이다. 한 후보 쪽 임종석 대변인은 “3명이 모두 민주당 후보인 경우보다 국민참여당 유시민 후보가 낌으로써 야권 연대라는 상징성이 더 강해졌다”며 “경기에서 만들어진 바람이 서울과 인천으로까지 번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서울의 여론은 경기도에서 출퇴근하는 젊은 고학력자들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서울·경기·인천은 사실 한 선거구”라고 말했다. 세 후보는 앞으로도 지하철역, 버스정류장 등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함께 선거운동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한나라당은 얼굴이 굳어지기 시작했다. 며칠 전만 해도 “민주당이 너무 무기력하다. 선거는 이미 끝난 것”이라고 자신하던 의원들이 “진보는 유시민 때문에 결집할 텐데 보수는 얼마나 결집이 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문수 한나라당 경기지사 후보는 이날 라디오에 나와 박근혜 전 대표에게 “꼭 도와달라”고 절절하게 지원을 요청했다. 지난 1월 박 전 대표를 향해 “맑은 정신을 가지라”고 직격탄을 날렸던 것과는 전혀 다른 태도다. 한나라당은 ‘친노 세력 복귀’라는 점을 강조하며 공격하고 있으나, 그 효과는 미지수다. 한명숙 후보 선대위원장인 이해찬 전 총리는 “친노에 대한 밑바닥 정서를 한나라당이 몰라서 하는 소리”라며 “한나라당이 우리 후보들을 친노라고 불러주면 우리로서는 반갑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