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의 여왕' 김연아(20·고려대)가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을 앞두고 연습을 꺼리는 등 힘들어했다고 AP통신이 22일 보도했다.

김연아를 가르친 브라이언 오서 코치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김연아의 이 같은 방황이 올림픽에 참가한 정상급 피겨 선수들에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후유증이라고 밝혔다.

밴쿠버 겨울올림픽 여자 피겨 부문에서 228.56점으로 세계 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목에 건 김연아는 23일부터 열리는 2010 국제빙상연맹(ISU) 세계피겨스케이팅 선수권대회에 참가했다. 26일 쇼트프로그램과 27일 프리스케이팅에 출전해 세계선수권 2연패를 노리고 있다.

김연아는 그러나 올림픽이 끝난 뒤 세계선수권을 불과 몇 주 앞두고 이번 대회에 출전해야 하는 동기를 찾지 못하면서 연습하러 가거나 운동하는 것도 꺼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연아가 대회를 앞두고 이처럼 연습 의욕을 잃어버린 것은 처음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


오서 코치는 김연아의 이 같은 방황에 대해 "나도 캘거리 겨울올림픽에 출전한 뒤 세계선수권을 앞두고 같은 경험을 했다"며 정상급 선수들에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서 코치는 1984년과 1988년 두 차례에 걸쳐 겨울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땄다.

오서 코치는 "이기든 지든 힘들다. 스포츠 역사상 가장 큰 상(올림픽 금메달)을 받고 난 뒤 우승하지 못하면 '왜 이런 대회에 나와야 하나'라고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선수들이 그렇다"면서 "김연아에게 '너만 그런 게 아냐'라고 말해줬다"고 덧붙였다.

또 이번 대회를 준비한 과정에 대해 "정말 힘들었다"면서 "김연아도 이처럼 힘들 줄은 몰랐다"고 밝혔다. 오서 코치는 "연아에게 시간을 좀 가지면 준비가 되고 괜찮아졌다고 알게 될 것이라 말했다"면서 "지금은 괜찮다. 쇼트와 프리 모두 실수 없이 연습했으며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겠다는 마음가짐도 다졌다"고 말했다.

AP통신은 겨울올림픽 이후 불과 한 달여 만에 열리는 세계선수권은 김연아가 아니더라도 정상급 선수라면 누구나 힘든 과제라고 전했다. 피겨 선수들에게 올림픽은 자신의 모든 것을 투자하는 스포츠 인생의 정점이기 때문에 올림픽이 끝나면 심적, 체력적으로 지쳐서 연습이 버거워진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이유로 올림픽에 이어서 열리는 세계선수권에는 정상급 선수들이 불참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밴쿠버 겨울올림픽 남자 피겨 금메달리스트 에반 라이사첵(미국)과 은메달리스트 예브게니 플루셴코(러시아)가 이번 대회에 참가하지 않은 것이 대표적 사례다.

여자 피겨 동메달리스트인 캐나다의 조애니 로셰트도 "준비가 되지 않았다"며 세계선수권에 출전하지 않았다. 로셰트는 그러나 대회 기간 중인 26일 열리는 아이스쇼 '씬 아이스'에는 설 예정이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한편 AP통신은 김연아가 지난 두 시즌(2008~2009, 2009~2010)에서 우승을 놓친 것은 단 한 번뿐이라며 밴쿠버에서 보여준 김연아의 연기가 피겨 사상 최고였다는 말도 나온다고 극찬했다.

또 김연아가 다시 마음을 다잡고 세계선수권에 출전한 것은 다른 선수들에겐 '나쁜 소식'이라고 전했다. 특히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아사다 마오가 세계선수권에서도 세 번의 트리플악셀을 시도할 것으로 보이지만 김연아를 멈추게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