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피겨여왕 김연아 주화가 지난 8일, 많은 관심 속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 김연아 기념주화가 더 주목받는 이유는 국내 스포츠 스타 중엔 최초로 제작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내외에서 발행된 기념주화는 아셈기념주화(한국은행), 고 김수환 추기경기념주화(리베리아) 등과 같이 역사적인 사건이나 유명인의 타계를 추모해 만들어진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때문에 갓 스무 살이 된 앳된 피겨여왕 김연아가 기념주화 제작반열에 이름을 올렸다는 사실만으로도 세간의 눈을 모으기 충분했다.

 
기대 컸던 김연아 기념 주화 발행
 


이번 기념주화 발행에 대한체육회(KOC)가 있다는 점도 김연아 기념주화를 특별하게 했다. 아마추어 스포츠 단체를 대표하는 대한체육회가 스포츠 마케팅 회사인 IB 스포츠, ㈜화동양행과 정식으로 계약을 체결하고 기념주화를 발행하기로 계획했기 때문이다.

 
대한체육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김연아 선수의 금메달 획득을 기념하고 국민적 감동의 순간과 영광의 기쁨을 기리고자 기획되었다"고 말했다. 또 '김연아 기념주화' 수익금 중 일부는 국내 체육 발전 기금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만들어지는 김연아 기념주화의 수량은 금화(4분의 1온스) 3천개, 은화(1온스) 3만개에 달한다.

 
이렇듯 좋은 취지의 기념주화였기에 피겨 팬들의 기대가 컸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김연아의 기념주화는 출시된 후, 피겨 팬들 사이에서 큰 논란이 일었다. 기념주화의 제작이 투발루 명의로 호주 퍼스 조폐국에서 이뤄졌기 때문이다.

 
국가 아마추어 스포츠 단체를 총괄·관장하는 사단법인 대한체육회가 외국 명의의 기념주화를 발행했다는 사실은 국민들에게 의아함을 갖게 하기 충분했다. 홍여진(26)씨도 그런 사람 중 한 명이다.

 
홍씨는 "세계신기록을 세운 김연아 주화가 발행됨으로써 한국을 기억하고 김연아를 기억하게 돼서 좋다, 하지만 그런 일을 우리나라가 아닌 투발루에서 진행했다는 것이 안타깝다"며 "특히 타국에 비싼 가격을 주고 우리나라 선수의 주화를 사야 한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다"고 말했다.

 
김연아 주화를 왜 외국에서 만들지?
 
왜 한국조폐공사를 놔둔 채, 호주 퍼스 조폐국(투발루 명의)을 이용해 김연아 기념주화가 발행된 것일까? 대한체육회(KOC)와 판매사인 ㈜화동양행이 밝힌 포면적인 이유는 한국은 은행법 상 한국조폐공사에서 발행하는 주화를 마케팅이나 부가가치 창출 목적으로 판매할 수 없다는 것 때문이다. 한국의 은행법상 어쩔 수 없이 타국의 명의를 빌려 기념주화를 제작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조폐공사 관계자의 말은 달랐다. 방식을 달리하면 한국에서도 얼마든지 제작 가능하다고 말한다. 물론 화폐로 통용되는 주화는 한국은행법 상 발행하기 어렵지만, 화폐로 통용되지 않는 '금화' 모양의 메달은 큰 제약 없이 한국조폐공사에서 제작이 가능하다는 것.

 
사실, '김연아 기념주화'의 경우, 투발루에서 통용되는데 금화는 25달러(약 2만5700원), 은화는 1달러(약 1028원)정도였다. 비싼 돈을 들여 산 기념주화가 실제 화폐로 통용될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그렇기에 기념메달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었다.

 
실제 김연아 메달을 제작하기 위한 물밑 작업도 있었다. ㈜화동양행에 따르면, 한국조폐공사에서 2010 밴쿠버 겨울올림픽이 열리기 전 대한체육회, ㈜화동양행, IB스포츠에 '김연아의 금메달 메달' 제작을 문의했다고 한다. 하지만 한국조폐공사가 기념메달 제작을 제안했을 당시엔 이미 대한체육회, ㈜화동양행, IB스포츠가 '금메달을 획득하지 못할 위험'을 감수하고 호주 퍼스 조폐국에 미리 김연아 기념주화 제작 분량을 의뢰해 놓은 상태였다.

 
또한 김연아의 소속사 IB 스포츠에서 김연아의 이미지를 고려해 메달보다 화폐 가치가 있는 주화를 선호해 결국 한국조폐공사의 제안은 불발로 끝났다. 이런 일련의 상황에 대해 한국조폐공사 한 관계자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한국조폐공사는 김연아 선수를 비롯한 밴쿠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를 대상으로 기념 메달 제작을 추진 중이었다. 그런 와중에 (외국에서 김연아 기념주화가 제작) 관련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고 많이 섭섭했다. 외국에 제작을 맡기고, 주화 뒷면에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나오는 것은 우리 국민 정서상도 맞지 않는 일 아닌가? 우리나라 선수의 금메달 기념주화를 외국에서 만든 것은 국가적 차원에서 아쉬운 일이다."
 
현재 한국 조폐 공사는 김연아 선수를 비롯, 밴쿠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5인을 대상으로 한 기념메달 계획을 추진 중에 있다.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밝혔다.

 
"외국에서 발행된 김연아 기념주화와는 별도로 한국조폐공사는 밴쿠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기념 메달 제작을 계속 추진 중에 있다. 한국조폐공사가 계획하는 기념 메달은 김연아 선수뿐만이 아니라 이상화, 모태범, 이승훈, 이정수 등 금메달리스트 5인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대한 체육회, IB 스포츠 등과 메달 제작 관련해 협의를 하고 있는 중이다."
 
대한민국 '연아'인데, 왜 주화 뒷면에 영국여왕이
 
결국 김연아 기념주화는 그런 우여곡절 끝에 국내가 아닌 영국 투발루의 명의를 빌려 호주 퍼스 조폐국에서 제작됐다. 하지만 영국령의 주화 뒷면에는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초상이 담겨 있어야 하기 때문에 김연아 기념주화도 그런 형식을 따라야만 했다.

 
앞면에는 김연아의 사진과 사인, 대한체육회 휘장을 넣었지만 뒷면에는 엘리자베스 2세의 초상이 넣어진 것이다. 피겨팬들은 엘리자베스 2세의 초상이 뒷면에 새겨져 대한민국 올림픽 피겨 챔피언 김연아의 모습을 제대로 담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피겨 팬 이수린(21)씨는 "국내 팬들이 보기에도, 해외수출상품으로 보기에도 디자인 등 여러 가지가 어색한 것 같다"며 "김연아 기념주화에 엘리자베스2세는 어울리지 않는다, 꼭 외국에서 주화를 제작해야 했는지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차라리 원하는 디자인으로 국내에서 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게 낫지 않았을까?"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현재 출시된 김연아 기념주화의 가격은 금화 88만 원, 은화 12만1000원이다. 디자인 논란과 적잖은 가격임에도 광고계와 출판계에 불고 있는 김연아 신드롬처럼, 기념주화는 현재 폭발적인 인기를 구가하며 벌써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고 한다.

 
이런 김연아 기념주화의 인기가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로 아쉬운 이유는, 논란의 소지가 있는 외국 주화보다는 김연아와 대한민국, 둘 다 드높일 수 있는 국내 제작 메달이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국내에서 제작되었다면 피겨 팬들은 조금 더 싼 가격으로 김연아 기념품을 만났을지도 모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