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린 칸 총장, 첫 방문지가 용산…대통령·총리는 면담 거부



아이린 칸 국제앰네스티 사무총장이 한국 방문 첫 일정으로 용산 참사 현장을 찾았다. 아이린 칸의 방한은 한국 인권상황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뤄진 것으로 용산 참사를 첫 공식 일정으로 선택한 것은 그 의미가 크다.

아이린 칸 사무총장은 용산 참사 발생 307일 째인 22일 서울 용산구 남일당 건물에 차려진 분향소를 찾았다. 그는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는 5명의 유가족을 만나 이야기를 들은 뒤 "직접 와서 보니 한국 정부가 (용산 참사에서) 국제 기준에 맞지 않게 법 집행을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용산, 진상규명진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에 권고하겠다"


아이린 칸 사무총장은 "용산 문제 해결을 바라며 이 자리를 방문했다"며 "앞으로 만나는 정부 측 관계자에게 용산 참사의 진상규명이 이뤄질 수 있도록 조사를 하라고 권고하겠다"고 밝혔다. 그간 아이린 칸 사무총장은 국제앰네스티 조사관을 통해 용산 참사와 관련된 정보를 지속적으로 받아왔다.

고(故) 이상림 씨의 부인 전재숙 씨는 아이린 칸 사무총장에게 "철거민이 자신의 목소리를 알리기 위해 망루에 올랐다가 죽음을 당했다"며 "하지만 정부는 이 문제를 철거민에게만 전가하고 있다"고 했다. 고(故) 양회성 씨의 부인 김영덕 씨는 "10개월이 넘도록 장례식을 치루지 못하고 있다"며 "유족은 고인이 공권력에 의해 죽음을 당했다고 하지만 정부는 이에 대해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고(故) 이성수 씨의 부인 권영숙 씨는 "용산 참사가 국제사회에 이슈가 됐다는 게 안타깝다"며 "우리가 힘이 없어 여기까지 왔다. 앰네스티에서 도와줬으면 감사하겠다"고 했다.

류주형 '이명박정권용산철거민살인진압범국민대책위원회' 대변인은 국제앰네스티 사무총장 방문을 두고 "용산 참사는 이제 국제사회에서 커다란 이슈가 됐다"며 "이명박 정부는 선진국 운운하면서 한국을 인권 후진국으로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는 국제사회의 기준을 지키면서 선진국을 말해야 한다"며 "이번 사무총장의 방한으로 한국 정부는 국민의 사회권도 제대로 지키지 않는 걸로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사무총장, 정부 관계자, 시민단체 만나…대통령, 총리는 거부해

아이린 칸 국제앰네스티 사무총장은 11월 22일부터 24일까지 3일간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한다. 국제앰네스티는 영국 런던에 소재하고 있는 국제 사무국을 중심으로 약 150여 개국에 80여 지부와 110여 개의 지역사무실을 두고 있는 세계최대 인권단체다.

사무총장은 국제앰네스티의 모든 활동 전반을 총괄하며, 모든 회원과 구성원을 대표해 활동한다. 2001년 8월 제 7대 사무총장으로 취임한 아이린 칸 사무총장은 이번에 처음 한국을 방문했다. 국제앰네스티 사무총장의 마지막 방한은 1998년이었다. 그런 점에서 사무총장의 이번 한국 방문이, 그리고 첫 일정을 용산 참사 현장을 택했다는 것은 시사하는 점이 많다.




아이린 칸 사무총장은 용산 참사 현장 방문 이후 법무부 장관, 외교통상부 차관 등 정부 고위 관계자를 만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아이린 칸 사무총장은 한국이 당면한 인권 과제의 해결을 촉구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용산 참사가 첫 번째다.

또한 국가인권위원장, 주한 미 대사,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등 사회 각계 인사들과도 면담을 통해 한국에서 현재 문제가 되는 인권 과제에 대해 논의 할 예정이다.

한편, 아이린 칸 사무총장은 이명박 대통령과 정운찬 국무총리와도 면담을 가지려 했다. 하지만 대통령과 총리는 일정상 시간을 낼 수 없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하지만 1998년 국제앰네스티 사무총장이 한국을 방문할 당시, 사무총장이 김대중 전 대통령과 면담을 가졌다.

김덕진 천주교인권위원회 사무국장은 "국제앰네스티 사무총장이라고 하면 해외에서는 정부 관계자가 서로 만나려고 한다"며 "하지만 한국은 이와 정반대"라고 답답함을 나타냈다.

아이린 칸 사무총장은 한국을 떠나기 전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3일간 방한하면서 느낀 점을 밝힐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