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강요죄 신설, 강간ㆍ추행 비친고죄 전환
간통ㆍ혼빙간 삭제… 법무부 내년 최종안 국회제출




강간죄 피해자에 남성도 포함하고 '성적강요죄'를 신설하는 등 형법 전반을 손보기 위한 법학계의 개정시안이 나왔다.

폐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간통죄와 혼인빙자간음죄의 삭제도 시안에 들어 있어 채택여부가 주목된다.

10일 법무부에 따르면 한국형사법학회와 한국형사정책학회가 구성한 형법개정연구회는 11일 '형법개정의 쟁점과 검토' 학술회의를 열어 이런 내용의 개정시안을 발표한다.

법무부는 이를 참고해 형법 최종 개정안을 마련, 내년 가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법학계의 대표적 인사들로 구성된 형법개정연구회의 의견이 평소 형사소송법 개정 과정에서 상당부분 반영돼온 점을 감안하면 이번 시안도 법무부의 최종안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시안은 강간죄가 여성을 강간한 때만 성립한다고 규정한 것은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고 보고 피해자에 남성도 포함,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조문을 변경하라고 의견을 냈다. 그동안 남성 피해자에는 강간죄가 인정되지 않고 강제추행만 적용됐다.

사람을 폭행 또는 협박해 제3자의 추행이나 성관계를 받아들이게 하는 행위는 기존의 강요죄보다 무겁게 처벌하기 위해 '성적강요죄'를 신설토록 했다.

기존 형법이 강간과 추행은 피해자 고소가 있어야 처벌이 가능한 친고죄로 규정한 반면 연구회는 중대한 범죄행위에 대한 국가형벌권을 피해자의 의사에 좌우되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비친고죄로 전환하라고 권고했다.

시안은 또 간통죄와 혼인빙자간음죄를 삭제했다.

연구회는 간통죄에 대해 "부부관계는 민법상 계약관계라서 간통을 했더라도 손해배상으로 해결해야 하며, 간통죄로 고소하려면 현행법상 이혼소송을 제기해야 하므로 이 조항이 가정을 보호한다는 주장은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혼빙간죄는 결혼하겠다고 여성을 속여 성관계를 가졌을 때 성립하는 범죄인데, 혼인여부는 여성 또한 자유롭게 결정하고 책임져야 할 문제라서 이에 형법이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연구회는 사형제 존폐에 대해서는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며 판단을 유보, 일단 개정시안에는 그대로 뒀다.

사형제 대안으로 가석방 없는 '절대적 종신형 제도'를 논의했으나 오히려 사형보다 책임주의에 맞지 않는 형벌일 수 있어 불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았고, 사이버모욕죄 또한 일반 모욕죄로 얼마든지 처벌할 수 있다며 같은 결론을 내렸다.

아울러 존속 대상 범죄를 가중처벌하는 규정은 프랑스와 대만에만 있고, 신분에 의한 차별로 위헌가능성이 있는 데다 피의자가 동정받아야 할 경우에도 가중처벌하는 것은 불합리해 존속살해죄 등 가중규정은 모두 삭제했다.

이밖에 형의 종류를 사형ㆍ자유형ㆍ벌금으로 단순화하고, 상습도박죄를 제외한 나머지 상습범이나 누범 처벌규정을 삭제하는 한편 무기형과 유기형의 간격을 좁히고자 징역형의 상한을 15년에서 20년으로 올리는 방안도 포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