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여러분, 뒷일을 잘 부탁합니다"
DJ가 '마지막 인터뷰'에 남긴 한마디
"하루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을 떠나보낸 한 시민의 말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김대중 전 대통령까지 불과 몇 달 만에 우리는 두 민주개혁 정권의 지도자를 잃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들은 서로 묻습니다. 포스트 김대중, 포스트 노무현,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나는 몸도 이렇고… 민주주의가 되돌아가고 있는데… 여러분들이 맡아서 뒷일을 잘해주세요. 후배 여러분들 잘 부탁합니다."
"후배 여러분들 잘 부탁합니다"
85세. 천수를 다 사셨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조금 더 사셔서 큰일을 더 할 수 있었는데 우리와 이렇게 작별했기 때문입니다. 국내언론과의 '마지막 인터뷰'가 된 그 자리에서 제가 느낀 것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기력이 많이 떨어져 있구나, 한 번 병원에 가게 되면 쉽게 다시 동교동으로 돌아오시지 못하겠구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목소리는 불규칙했습니다. 인터뷰 중간에 우리에게 수박을 내주시면서 함께 드실 때에도 손이 떨렸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전까지는 식사도 잘하시고 비교적 건강한 편이었는데 그 후에 왜 그렇게 갑자기 기력이 떨어졌을까, 생각해보았습니다. 그 인터뷰 자리에서 저는 그것이 일종의 화병이구나 싶었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이명박 정권 들어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는 것에 대해 "억울"해 하고 분노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정도가 심했습니다. "꿈만 같다"고 했습니다.
그 화병은 자신의 내부를 다스리지 못해서 생긴 것이 아니라, 국민이 불쌍해지는 것을 보고 있을 수 없어서 만들어진 것이었습니다. 이명박 정권을 비판하는 발언을 왜 계속 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나이로 보나 현재 내가 정치권 외에 있다는 것으로 보나, 한마디 해서는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별로 바람직하진 않는데, 한마디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불쌍해서 안 할 수 없어서 합니다. 국민에 대해서는 대단히 죄송한 말이지만, 나는 국민이 불쌍해서…."
김대중 전 대통령은 그렇게 "국민이 불쌍"하게 된 상황에 대해 "분하다, 참으로 억울하다"고 했습니다.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광주에서 얼마나 죽었고 박종철, 이한열 학생들하고 또 얼마나 죽었습니까. 그런 사람들 죽은 일 생각하면, 그래가지고 50년 만에 겨우 민주주의를 이뤄서 이제 좀 그런 일이 없겠다 하는데, 어느새 되돌아가고 있어요. 민주주의가 되돌아가고 경제가 양극화로 되돌아가고, 남북관계가 전쟁 일보직전까지 가고, 꿈 같애. 꿈 같애."
그런 김대중 전 대통령은 '후배 여러분들'에게 이렇게 부탁합니다. 이제 그것은 유언이 되었습니다.
"내가 몸도 이렇고 하지만 그래도 마지막 날까지 (민주화를 위해) 죽은 사람들이 허무하게 생각하지 않도록 해야할 것 아니냐. 그런 얘기를 간혹 하는데, 여러분들이 맡아서 뒷일을 잘해주세요. 내가 자랑이 있다면 어떤 억압에도 굴하지 않고 민주주의, 서민경제, 남북 평화를 위해 일했다는 것입니다. 후배 여러분들 잘 부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