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륜교회 청년부 김설화(27) 씨는 지난 주일예배를 드리기 위해 교회에 들어서자마자 교회 로비 옆에 설치된 ATM에 다가섰다. 기기에 카드를 넣자 화면에 감사헌금, 십일조 등의 다양한 버튼이 표시됐다. 얼마 전 직장에서 월급을 받은 그녀가 십일조 버튼을 누르고 그에 해당하는 금액을 누르자 그 자리에서 교회 계좌로 헌금이 바로 입금되고 현금 영수증이 발급됐다.

최근 찬양사역자 스캇 브레너 목사가 주일 5부 예배 전임사역자를 맡아 예배를 인도하고, 다양한 집회와 행사들로 보다 젊고 역동적인 교회의 모습을 보여 왔던 오륜교회(김은호 목사)가 2주 전 ‘과감히’ 헌금 자동 입금기를 교회 내에 설치했다.

헌금 자동 입금이란 말 그대로 기존의 헌금 봉투가 아닌 ATM을 통해 자동적으로 헌금을 교회 계좌로 입금하는 것을 의미한다.

오륜교회 김률 행정목사는 “평소에 마음은 있지만 미처 헌금을 챙겨 오지 못한 성도들이 많은데다 현금보다 카드 사용에 익숙한 청년들도 많아 성도들의 편의성 측면에서 헌금 자동 입금기의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헌금 자동 입금기에서는 선교헌금과 십일조, 감사헌금과 주일헌금 등을 구분해 입금할 수 있다. 헌금한 것을 드러내길 원치 않은 성도들을 배려해 ‘무명헌금’을 마련한 것도 눈에 띄었다. 설치 초반인데다 낯설어 하는 성도들이 많아 아직은 활용도가 높지 않지만 오륜교회 측은 헌금 자동 입금기를 사용하는 성도들이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김 목사는 ‘헌금’이라는 부분에 민감해 하는 이들이 많은 터라 기기 설치에 대한 비판의 입장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최근 한 대형교회에서도 새롭게 설치한 헌금 입금기에 ‘헌금창구’라고 크게 써 붙여놓은 것 때문에 ‘교회가 너무 세속화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어났던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헌금의 액수를 늘리고자 하는 의도는 결코 없습니다. 성도들에게 거부감이 없도록 헌금창구라는 말 대신 교회로고를 새겨 넣었고 기기 옆에 기존의 헌금함도 그대로 두었습니다.”

또 기기 사용의 장점에 대해 “성도들의 편익뿐만 아니라 헌금에 대한 투명한 관리가 가능하다”며 “헌금 내역이 자동적으로 정리되기 때문에 헌금의 불법적인 사용이 불가능하고 또한 성도들이 언제든지 자신의 헌금 내역을 바로 확인할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 기부금납입증명서도 쉽게 발급해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기기에는 일반 현금 입출금 기능도 있어 폭넓은 활용이 가능해 교회 장로, 권사님들 중 한 분도 반대하지 않고 흔쾌히 찬성했다고 한다.

앞으로 지속적으로 기기를 이용할 예정이라는 김설화 씨는 ‘경건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대해 “헌금을 내는 사람의 마음가짐에 달린 문제”라며 “일부러 새 지폐로 바꿔 헌금하시는 분들도 많지만 기기를 사용하면서도 감사한 마음으로 물질을 드리는 마음은 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