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슨 2조 투자 해프닝이 남긴 교훈  


우물에서 숭늉이 나올 리 없다. 숭늉을 마시려면 많은 공을 들여야 한다. 우물을 파야하고 벼농사도 지어야 한다. 거기서 나온 쌀과 물로 밥을 지은 연후라야 구수한 숭늉을 기대할 수가 있다. 그냥 막무가내로 우물에서 숭늉을 찾는다면 그거야말로 망신거리다. 사람이 급하거나 원하는 게 지나치면 그런 꼴이 되기 쉽다. 기업이나 나라도 사람의 일이어서 이 원리에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에릭슨의 2조원 한국 투자 해프닝’도 그런 꼴이다. 우리 정부는 이 회사가 5년간에 걸쳐 한국에 약 2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 회사 주요 관계자는 한국에 관심이 많고 투자할 마음도 분명 있으나 규모를 못박을 상황은 아니라고 말했다. 한 사안을 놓고 마주 앉았던 당사자가 언론을 통해 서로 다른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마주 앉아 딴 마음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언어가 다른 나라 사이의 인간의 일인 만큼 커뮤니케이션에 일부 오류가 있을 가능성은 얼마든지 존재한다. 진의를 살피는 중이고, 처음에 좋은 마음으로 만난 사이였던 만큼, 다시 오해를 풀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우리 정부에 아쉬운 점이 있다. 이 사안은 분명 ‘비즈니스’이고 ‘거래’이다. 치밀하고 전략적인 ‘게임이론’이 적용되는 사안이다. 애초에 일방적이거나 공짜가 있을 수 없는 사안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보도 과정에서 그런 느낌을 갖게 했다. 뛰어난 ‘비즈니스 외교’ 덕분에 공돈 2조원이 한국에 유입되는 듯한 기분이 들 정도였다. 투자가 상실된 나라에 살다보니 고마워 눈물이 날 정도였다.

우물에서 숭늉을 발견할 수도 있다는 착각 속에서, 정부나 언론은 그들이 왜 투자 하려 하고 우리는 무엇을 양보해야 하는 지를 살피지 않았다. 자본과 투자의 기본적 이치마저 망각하고 있었다. 그들이 우리한테 관심이 갖는다는 사실에 기꺼워하다 정치(精緻)하게 밀고 당겼어야 할 거래 내용을 섣불리 까는 우까지 범했다. 아쉬운 건 저쪽인데 뭐 대단할 일이 생기겠냐는 마음보였던 것 같다.

현재 상태로 에릭슨이 한국에 투자하는 돈이 2조원일지 그 이하일지 그보다 많을 지를 장담할 길은 없어 보인다. 최악의 경우 없었던 일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투자규모가 아니다. 돈의 성격이다. 투자에는 공짜가 없는 법이니 반드시 전제 조건이 있을 터다. 문제는 그 조건이 한국 통신 산업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다. 정부는 과연 이를 면밀히 따져보았던 것일까.

주지하듯 세계 통신 시장은 격동하고 있다. 주요국 통신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다. 이를 탈피하기 위해 한도 끝도 없는 기술주도권 경쟁을 펼쳐야 한다. 그 무한 경쟁의 한 복판에 4세대 통신기술이 있다. 에릭슨의 한국 투자 목적도 4세대 시장을 선취하는 것이다. 우리 또한 4세대 시장 선취를 위해 세계에서 맨 먼저 와이브로를 상용화하고 국가적으로 밀고 있다. 정부가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펼치고 있지는 않지만 민간 업자들은 에릭슨이 강점을 가진 LTE에 대한 관심도 크다.

특히 국내에서는 4세대 기술표준 및 사업권 인허가 문제를 정부가 리드하고 있으나 민간 사업자들은 국제 환경이나 시장 구도를 이유로 정부 뜻에 불복종할 기미마저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외국 기술과 자본을 유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부를 단도리하는 문제 역시 간단치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LTE 분야 4세대 기술을 주도하는 에릭슨의 한국 투자는 여러가지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정부 정책이 와이브로에서 LTE 육성 쪽으로 급선회하는 시나리오도 생각해볼 수 있다. 에릭슨의 의도는 그것일 테고, 그럴 때 시장에서의 지분 보장까지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당연히 이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있었어야 하고, 그렇게라도 에릭슨 자본을 수혈해야 하는 문제인지도 냉정하게 따졌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고, 그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에릭슨의 한국 투자 발표를 전후해 4세대를 준비해야 하는 우리 통신사업자나 장비 업체들이 갈팡질팡한 이유도 거기 있다.

분명한 점은 전자교환기(TDX)를 개발할 때와 4세대를 준비할 지금의 상황은 다르다는 점이다. 그때야 우리 기업한테 돈이나 기술이 터무니없이 부족한 시절이어서 정부의 비즈니스 외교가 절실하게 요구된 것이고 선진국 회사의 대규모 투자와 기술이전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었으나 지금은 무조건 그렇게 해야만 되는 상황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때와 달리 여러 가지 득실을 면밀히 따져야 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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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구절절이 옳은 말이고
상식적인 정책 책임자라면 당연히 이런 말 나오기 전에
먼저 챙겨야 할 일인데...

상대가 상대인지라
바랄 걸 바라야지... 하는 생각부터
자동적으로 드는 꼴이라니...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