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8년 조선 왕실의 고종 임금에게 그 전해 취임한 프랑스 3공화국 대통령 사디 카르노의 선물이 날아왔다. ‘살라미나’병이라고 부르는 아름답고 화려한 백자채색 꽃병이었다. 높이가 60cm를 넘는 이 백자병은 국립세브르도자제작소에서 만든 저 유명한 세브르도자기였다. 고대 그리스의 우아한 장식도기의 모양을 본떠 만들어진 것으로 소담한 백자나 푸른 빛 청화백자에만 익숙했던 고종과 조선 왕실 사람들에게 서구 도자기의 색다른 세계를 알려줬다.

사디가 보낸 세브르 도자기 선물은 2년전인 1886년 힘겹게 조선왕조와 맺은 수교를 기념하기 위한 예물의 성격이었다. 당시 수교를 기념해 거창하게 예물을 주는 선례는 별로 없었는데도 프랑스가 굳이 기념 예물을 보낸 건 조선과의 미묘한 역사적 관계가 작용했다. 1866년 조선 조정의 천주교 탄압에 항의해 프랑스 군이 강화도를 침공하는 병인양요를 일으켜 서로 적국으로 싸운 악연이 있었기에 프랑스는 미국과 영국, 독일, 이탈리아보다 훨씬 늦은 1886년에야 수교조약을 맺을 수 있었던 것이다. 프랑스의 선의에 고종도 가만 있을 수 없었다. 답례로 당대 조선 최고의 공예장인들이 만든 보석달린 인공꽃나무인 반화 한쌍과 고려 청자를 프랑스 대통령에게 선물로 보냈고, 이 작품들은 현재 프랑스 파리 기메박물관과 국립세브르도자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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