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갑을 코앞에 둔 차귀순(가명·58)의 마음은 흔들릴 일이 많지 않다. 새벽마다 지하철역에 사람들이 토해놓은 온갖 흔적을 닦아낼 때에도 그는 담담하다. 정규직에겐 “비누, 치약, 세탁기” 다 주면서 용역업체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에겐 청소 용품조차 제때 주지 않는 회사가 원망스러울 때도 있지만, ‘내가 갈 데가 또 어디 있나’ 생각하면서 버틴다.

그런 차귀순의 마음도 한없이 움츠러들 때가 있다. 지하철역에 몰려드는 출근 인파를 뚫고 화장실에 쌀을 씻으러 가는 순간이다. 청소노동자들의 아침밥을 지으려 화장실에서 쌀을 박박 씻고 있자면, 볼일을 보고 나온 출근객이 흘끔거릴 때도 있다. 그럴 때 차귀순은 손에 쥔 분홍색 바가지가 면구스러워 차마 고개를 돌리지 못한다. “걸레 빠는 데서 쌀을 씻으니 영 비참한 기분이 들죠. 사람들 출근하는데 분홍 물바가지 들고 가는 게 좀 이상해 보이잖아요.” 지난 12월17일 부산지하철 1호선 ㄱ역에서 만난 차귀순이 복잡한 마음을 내비치며 말했다.

https://news.v.daum.net/v/20200108050604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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